김병기, 과거엔 국정원 '자녀채용 재검증 요구' 시인했다

2018. 7. 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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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자료엔 아들 채용과정 '부적절 압력' 답 안해
"국정원 채용 전반 서면질의한 것" 주장만
지난해 <한겨레> 인터뷰선 "재검증 요구" 시인

[한겨레]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국회 정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이 11일 피감기관인 국가정보원에 자신의 자녀채용 논란에 대해 조사를 요구하는 등 지속적으로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유감이라는 입장만 표명했을 뿐 정작 의혹 핵심에 대한 대답은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지난해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자녀 채용과 관련해 국정원에 재검증을 요구했다고 시인했다.

■ 김병기 아들 시험 탈락은 억울할 수 있지만, 핵심은 ‘문제제기 방법·절차’

김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2014년 아들이 국정원 임용시험에 탈락한 사건은 당시 국정원에서 아버지 때문에 (시험에) 탈락한 신판 연좌제라며 직원들에게 회자된 유명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 대해 대다수 직원이 해도 너무하다고 비난했는데 <한겨레>가 이런 아픈 가정사를 의혹 수준에서 보도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의 설명은 본인이 이명박 정부 시절 인사담당자로 부당하게 해직당했고, 이는 아들 채용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겨레>가 문제제기한 핵심은 김 의원이 2016년 4월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같은 해 6월 정보위원회 간사가 된 뒤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아들 채용과 관련해 국정원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국정원 내부에서조차 김 의원이 아들 채용과 관련해 억울한 지점이 있을 수 있지만, 공식 절차가 아닌 ‘정보위 간사’라는 직책을 이용해 아들 채용과 관련해 국정원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당시 채용과정을 잘 아는 국정원 관계자 ㄱ씨는 “당시 불합격 처분을 취소시키라는 압력이 어마어마했다. 신원조사에 탈락했다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해서만 콕 찍어 재조사를 요청하고, 불합격 처분 취소까지 검토하게 한 건 보통 사람으로선 상상하긴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국정원에서는 의원실까지 찾아가 당시 채용과정에 대해 설명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해선 해명을 쏙 빼놓은 채 2017년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채용 전반적인 과정에 대해 서면 질의한 것이라는 대답만 내놓았다. 김 의원은 “지난해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서면 질의한 내용은 제 아들에 관한 것이 아니라 △국정원 채용비리 의혹 △예산 부적절 사용 내역 △박근혜 정부 예산 유용 의혹 △국정원법에 규정된 직무이탈자에 대한 징계 여부 등에 대한 핵심 질문”이라고 해명했다. ‘채용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을 인사기록에 남겨달라’ 등을 포함해 지속적으로 부당한 영향력 행사 여부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 “재검증 요구했었다… 제가 길길이 뛰었던 사건”

그도 그럴 것이 김 의원은 지난해 5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자녀채용과 관련해 재검증을 요구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당시 김 의원은 <한겨레> 기자와 만나 “(2014년 아들이 신원조사 탈락한 것과 관련해) 부당한 것을 밝혀 달라. 신원조사 기준이 똑같은데 2014년에는 떨어지고, 2016년 10월에는 붙었다. 둘 중 하나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정원에) 우리 애에 대해 재검증을 해달라고 요구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의원은 “재조사를 해서 문제가 있다면, 합격을 시켜줘야죠.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신원조사에 왜 떨어졌는지) 당연히 안 밝혀줬죠. 별 핑계를 다 대는 거죠. (국정원과) 붙으려고 했는데 아들이 2016년 10월에 시험을 봤다”며 “(국정원에서 우리 아들) 문제가 얼마나 예민했겠냐. 김병기가 길길이 뛰었던 사건인데…”라며 야당 정보위 간사일 때 국정원에 재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은 아들이 합격한 뒤에도 과거 신원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해 달라고 하는 등 국정원에 부적절한 ‘시정’을 계속 요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런 사실을 쏙 빼놓은 채 아들의 임용 당시 결격사유가 있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오히려 국정원에 해명을 요구했다. 채용과정을 잘 아는 국정원 관계자는 “김 의원의 입장문 등을 보면 본인 때문에 아들이 억울하게 떨어졌다고 생각해 국정원에 조사를 요구했다는 일부 자인진술로 보인다. 국정원 내부에서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았다. 김 의원 말대로 제대로 된 조사를 통해 김 의원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 역시 “정보위 간사 직권을 이용해 국정원에 지속적으로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달라’ ‘자녀채용에 대해 다시 감사해 달라’고 요구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국회 하반기 상임위원회 배분에서 김 의원을 정보위원회에서 배제하고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오전에 이 문제에 대해 몇몇 의원들이 얘기했고, 정보위 배제가 맞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논평을 내고 “특정인의 불합격 취소 여부에 대해 국정원 내부에서 논의가 있었을 정도로 국정원을 관할하는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의원이 국정원에 압력을 행사했다. 특히 채용 불합격 시 일방적인 통지만 받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에서, 합격 취소 논의만으로 얼마나 특혜가 있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며 “수사당국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영지 정환봉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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