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올림픽 금메달감"…요한슨 연출, 가창력 격찬
제작기간 5년·175억 투입 대작…CG 못지않은 압도적 무대와 초호화 캐스팅에 관객들 탄성
산만한 스토리는 다소 `흠`
제작기간 5년·175억 투입 대작…CG 못지않은 압도적 무대와 초호화 캐스팅에 관객들 탄성
산만한 스토리는 다소 `흠`
일단 기선제압에는 성공했다. 10일 첫 무대에 선 박효신, 양준모, 신영숙 등 주연배우들은 모두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 '노래 올림픽이 열리면 금메달·은메달 선수들'이라는 로버트 요한슨 연출의 극찬에 걸맞은 실력이었다. 대한민국 가요계에서 손꼽히는 보컬 박효신은 이날 그윈플렌으로 분해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객석을 홀렸다. 박효신이 커튼콜 때 모습을 드러내자 관객들은 기립한 채 귀를 찢을 듯한 감동의 함성을 내질렀다. 공작부인 조지아나 역의 신영숙은 노련한 연기와 칼날 같은 노랫소리로 감동을 자아냈다.
관객들이 탄성을 터뜨린 건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무대였다. 장면 하나 하나가 유명 영화 속 명장면 같았다. 둥근 원형 틀 가운데 펄럭이는 천으로 표현한 첫 항해 장면은 '캐리비안의 해적' CG 못지않은 웅장함을 자랑했고, 가든파티와 공작가의 침실 등 17세기 영국 귀족사회를 옮겨놓은 장면은 로코코풍 명화가 튀어나온 듯했다. 단순히 화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흰 옷을 입은 무용수로 표현한 엄동설한의 겨울날과 강가에서 추는 생명력 넘치는 발레 장면은 보기 드물게 세련된 연출이었다.
다만 초연의 욕심일까, 꽉꽉 들어찬 이야기는 앞으로 덜어내야 할 부분이다. '웃는 남자' '내 삶을 살아가' 등 그윈플렌의 솔로와 '자장가' '세상은 잔인한 곳' 등 듀엣 명곡들이 무대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하지만 모든 등장인물이 각각 자신의 사연을 구구절절 노래하다 보니 정작 주인공의 매력을 느낄 새가 없다. 덕분에 뇌리에 딱 박히는 킬링 넘버가 없었다.
엄홍현 EMK 대표, 요한슨 연출,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가 등 제작팀은 이날 배우들과 커튼콜 무대에 함께 올랐다. 엄 대표는 "박수 소리를 듣고 있으니 브로드웨이든 웨스트엔드든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외국에 한국 뮤지컬의 깃발을 꽂겠다"는 포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요한슨 연출은 "엄 대표가 바로 '웃는남자'의 그윈플렌이다. 고아로 8000원을 들고 혈혈단신 상경한 그는 꿈을 꾸었다. 그 꿈 덕분에 우리가 오늘 행복한 무대를 함께 만들 수 있었다"고 벅찬 감동을 전했다. 이 말에 엄 대표는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뮤지컬 '웃는남자'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8월 26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9월 4일~10월 28일)에서 공연한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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