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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뮤지컬 리뷰] 가창력의 박효신 `웃는 남자`로 객석 홀려

김연주 기자
입력 : 
2018-07-11 17: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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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올림픽 금메달감"…요한슨 연출, 가창력 격찬
제작기간 5년·175억 투입 대작…CG 못지않은 압도적 무대와 초호화 캐스팅에 관객들 탄성
산만한 스토리는 다소 `흠`
하반기 최고 기대작 뮤지컬 '웃는 남자'
사진설명
제작기간 5년, 제작비 175억원, 그리고 박효신, 아이돌그룹 EXO 수호, 신영숙, 정선아 등 유례없는 초호화 캐스팅. 올 하반기 뮤지컬계 최고 화제작 '웃는 남자'가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베일을 벗었다. 뮤지컬 제작사 EMK의 두 번째 창작뮤지컬로 세계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창작 초연임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이다. 하지만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려면 갈 길이 멀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17세기 귀족들의 유희를 위해 어린이 인신매매를 자행한 콤프라치코스. 그의 끔찍한 범죄에 의해 강제로 '웃는 얼굴'을 가지게 된 그윈플렌의 기구한 인생사가 줄거리다. 그윈플렌의 굴곡진 삶을 통해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한다.

일단 기선제압에는 성공했다. 10일 첫 무대에 선 박효신, 양준모, 신영숙 등 주연배우들은 모두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 '노래 올림픽이 열리면 금메달·은메달 선수들'이라는 로버트 요한슨 연출의 극찬에 걸맞은 실력이었다. 대한민국 가요계에서 손꼽히는 보컬 박효신은 이날 그윈플렌으로 분해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객석을 홀렸다. 박효신이 커튼콜 때 모습을 드러내자 관객들은 기립한 채 귀를 찢을 듯한 감동의 함성을 내질렀다. 공작부인 조지아나 역의 신영숙은 노련한 연기와 칼날 같은 노랫소리로 감동을 자아냈다.

관객들이 탄성을 터뜨린 건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무대였다. 장면 하나 하나가 유명 영화 속 명장면 같았다. 둥근 원형 틀 가운데 펄럭이는 천으로 표현한 첫 항해 장면은 '캐리비안의 해적' CG 못지않은 웅장함을 자랑했고, 가든파티와 공작가의 침실 등 17세기 영국 귀족사회를 옮겨놓은 장면은 로코코풍 명화가 튀어나온 듯했다. 단순히 화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흰 옷을 입은 무용수로 표현한 엄동설한의 겨울날과 강가에서 추는 생명력 넘치는 발레 장면은 보기 드물게 세련된 연출이었다.

다만 초연의 욕심일까, 꽉꽉 들어찬 이야기는 앞으로 덜어내야 할 부분이다. '웃는 남자' '내 삶을 살아가' 등 그윈플렌의 솔로와 '자장가' '세상은 잔인한 곳' 등 듀엣 명곡들이 무대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하지만 모든 등장인물이 각각 자신의 사연을 구구절절 노래하다 보니 정작 주인공의 매력을 느낄 새가 없다. 덕분에 뇌리에 딱 박히는 킬링 넘버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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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라는 포스터 문구는 작품 내내 반복적으로 되풀이된다. 권태로운 귀족들의 파티 장면과 무지몽매한 탐관오리처럼 그려지는 영국 상원의원들 모습으로 빈부격차를 직설적으로 공격하는 주제의식은 구태의연해 보인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무대와 넘버는 좋았다. 초연임을 감안하면 순조로운 출발"이라며 "욕심이 앞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은 점이 아쉽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가지치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레미제라블도' 초연부터 완벽했던 건 아니었다"며 "회를 거듭할수록 나아지는 게 공연예술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엄홍현 EMK 대표, 요한슨 연출,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가 등 제작팀은 이날 배우들과 커튼콜 무대에 함께 올랐다. 엄 대표는 "박수 소리를 듣고 있으니 브로드웨이든 웨스트엔드든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외국에 한국 뮤지컬의 깃발을 꽂겠다"는 포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요한슨 연출은 "엄 대표가 바로 '웃는남자'의 그윈플렌이다. 고아로 8000원을 들고 혈혈단신 상경한 그는 꿈을 꾸었다. 그 꿈 덕분에 우리가 오늘 행복한 무대를 함께 만들 수 있었다"고 벅찬 감동을 전했다. 이 말에 엄 대표는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뮤지컬 '웃는남자'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8월 26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9월 4일~10월 28일)에서 공연한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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