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법은 개의 사육만을 규정하고, 축산물위생관리법은 개의 도축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결과적으로 개의 도살은 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 위생과 법감정을 고려하여 관련 법령의 개정이 조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2018년, 올해도 어김없이 복날은 다가오고 있다. 초복, 중복, 말복의 삼복(三伏)에서 복(伏)은 ‘엎드릴 복’으로 무더운 날에 개들이 바닥에 엎드려 있는 것과 같이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도 몹시 무더운 날씨는 삼복더위라고 표현하니 삼복더위에 사람들의 모습을 ‘복(伏)’이라는 글자보다 적당하게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러한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사람들은 복날이 되면 보양음식을 찾아 나선다.

6월 11일 경기도의 한 개 농장에서 철창에 갇힌 개가 밖을 바라보고 있다. / 이선명 기자
전통적인 복날 보양음식으로는 보신탕, 삼계탕 등이 있다. 우리 조상들이 복날은 물론 평상시에도 개고기를 취식했던 것은 오래되었다. 1670년께 조선시대에 저술된 요리서 <음식디미방>에서는 개고기 요리법으로 개장, 개장국누르미, 개장고지누르미, 개장찜, 순대 등 우리 고유의 개고기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으며, <동의보감>에서는 ‘개고기는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혈맥을 조절하여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골수를 충족시켜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고, 양도를 일으켜 기력을 증진시킨다’고 서술하고 있다. 개고기 문화가 오랜 우리의 문화적 전통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개고기 문화에 대해서는 논쟁이 뜨겁다.
복날의 ‘뜨거운 감자’, 보신탕
6월 25일 CBS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성인 1만126명을 대상으로 개고기 식용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는 개 식용 금지법을 반대한다는 응답이 51.5%로 찬성한다는 응답 39.7%보다 높았으나, 반려인구가 증가하면서 개고기를 섭취하는 식문화에 대한 반대여론이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국회에는 이상돈 의원 등 10명의 국회의원이 축산법에 따라 개의 사육이 가능해지면서 육견업자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남기는 공장식 사육으로 동물복지를 저해하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5월 15일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는 축산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표창원 의원은 6월 20일 식용을 위한 개 도살을 사실상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하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6월 17일 ‘개, 고양이 식용 종식’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7월 4일 오전 기준으로 15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회는 개고기 문제에 대해 입법의 흠결상태를 방치하며 여론의 눈치만 보고 있고, 정부는 개의 도축과 유통·소비 과정에서 위생관리 감독의무를 방기하여, 국민의 건강에 대한 잠재적 위협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 법체계에서 가축의 사육·도살·처리와 축산물의 가공·유통 및 검사에 관한 사항은 ‘축산물위생관리법’이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동법 제2조 1호는 가축을 ‘소, 말, 양, 돼지, 닭, 오리, 그 밖에 식용(食用)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법 시행령 제2조 제1항은 ‘사슴, 토끼, 칠면조, 거위, 메추리, 꿩, 당나귀’만을 규정하여 개는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가축에서 제외되어 있다. 한편, 가축의 개량·증식, 축산업의 구조개선, 가축과 축산물의 수급조절·가격안정 및 유통개선 등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는 ‘축산법’ 제2조에서는 가축을 ‘사육하는 소·말·면양·염소·돼지·사슴·닭·오리·거위·칠면조·메추리·타조·꿩, 그 밖에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동물(動物) 등’이라고 하고 있다. 동법 시행규칙 제2조에서는 ‘노새, 당나귀, 토끼, 개, 꿀벌’을 가축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어, 개는 축산법 시행규칙에 의한 가축에는 해당된다. 이처럼 ‘축산법’ 상 가축에는 개가 포함되나, ‘축산물위생관리법’ 상 가축에는 개가 제외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식용 개고기를 만들기 위한 개의 도축·유통 과정은 법적인 규율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가축을 도축하기 위하여는 ‘축산물위생관리법’ 제7조에 의하여 허가를 받은 작업장에서만 가능한데, 개는 위 법률에서는 제외되어 있으므로 허가받은 작업장이 존재할 수 없고, 개를 도축하는 행위는 모두 축산물위생관리법을 일응 위반하였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개는 축산물위생관리법 제2조에 열거된 가축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축산물위생관리실무에서는 개를 임의 장소에서 도축하더라도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으로 처벌하지 않고 있으며, 도축과 가공·포장단계에서 업자들에게 위생관리기준 준수의무도 인정되지 않고 있다. 결국 개는 도축방법이 예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현행 법체계에서 가축에서 생성되는 고기나 이들의 가공품·원피·내장 등 가축의 부산물과 관련된 축산물에는 해당될 수 없고, 축산법이 규정하고 있는 ‘가축사육업’으로서 반려견 사업 등을 위한 개의 사육만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개의 도살을 규율하는 법률은 무엇일까?
개 식용 문제 방치하는 국회와 정부
축산법은 개의 사육만을 규정하고, 축산물위생관리법은 개의 도축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결과적으로 개의 도살은 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밖에 없다. 1991년 5월 31일 제정된 동물보호법은 동물 학대를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동물 학대 금지의 구체적 내용으로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그 밖에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위 법률규정과 관련하여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한 행위를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인 행위’로서 동물보호법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여 벌금을 부과하는 약식명령처분을 하였다. 위 판결은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는 행위 자체가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서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상당하였다.
그러나 동물보호법은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보장 및 복지증진과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의 정서를 함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위에서 ‘정당한 사유’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 조각사유를 구성요건에 포함시킨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개 식용을 반대하는 여론이 높고, 축산물위생관리법이 가축 도축을 예정하고 있는 이상, 개 식용이 전통음식문화이고, 개인의 취향에 해당한다는 것만으로는 식용 목적 도살행위가 사회상규에 적합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의 불안정한 법적 지위를 해소하고, 국민의 위생과 법감정을 고려하여 관련 법령의 개정이 조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개 식용 문제의 계속적 방치는 국회와 정부의 비겁한 변명이다.
<최재홍 법무법인 자연 변호사·민변 환경보건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