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소년 전원 생환, 그뒤엔 코치의 명상 리더십
먹을 것 양보하며 공복으로 버티고
아이들 구조된 뒤 마지막에 나와
17일 만에 13명 모두 가족 품으로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태국 네이비실은 이날 오후 6시 50분께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12명의 소년과 코치가 동굴에서 나왔다”며 “모두 안전하다”고 알렸다. 구조는 오전 10시께 시작됐고, 약 6시간 만인 오후 4시10분께 첫 구조자가 동굴에서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어 3시간 동안 남아있던 4명이 안전하게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CNN은 “해군 잠수부와 의사 등 4명도 곧 빠져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8~9일 이틀간 4명씩 총 8명이 구조됐지만 이날은 5명을 한꺼번에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 가장 “도전적인 작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먼저 구조된 8명의 소년은 건강한 상태라고 태국 보건 당국은 밝혔다.
아이들이 동굴 밖으로 나오기까지 날씨, 동굴 내 수위, 부족한 산소 등 악조건이 이어졌지만 당국의 신중하면서도 과감한 작전 끝에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승려 출신인 엑까뽄 찬따웡(25·사진) 코치의 명상과 마음 다스리기 교육 등이 큰 역할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전했다.
‘무 빠(야생 멧돼지라는 뜻의 태국어)’라는 이름의 청소년 축구 클럽에 소속된 이들은 지난달 23일 동굴에 들어갔다가 폭우로 고립됐다. 구조대가 이들을 발견하기까지 열흘간 소년들은 과자를 나눠 먹으며 버텨야 했다. 소년들의 진술에 따르면 엑까뽄 코치는 아이들에게 명상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체내에 에너지를 비축해두는 방법을 가르쳤다. 또 하루 먹을 과자의 양을 정해주고, 복통을 일으킬 수 있는 흙탕물 대신 천장에 고인 맑은 물을 마시라고 알려줬다.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양보한 후 자신은 거의 공복 상태에서 버틴 것이다.
엑까뽄 코치는 열 살 때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지내다 12세부터 사찰에 들어가 10년간 수도승 생활을 했다.
한때 아이들을 데리고 동굴에 들어간 코치를 탓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그가 헌신적으로 아이들을 보살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비난은 잦아들었다. 태국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에는 그를 영웅으로 묘사하며 “소년들이 동굴에 갇히는 역경에 대비해 부처께서 수도승 경험이 있는 코치를 축구팀에 보냈다”는 내용도 올라오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엑까뽄 코치는 지난 6일 동굴 안에서 아이들의 부모에게 자필 편지를 보내 “죄송하다. 아이들을 책임지고 보살피겠다”고 약속했다. 한 소년의 어머니는 “코치가 함께하지 않았다면,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 알 수 없다. 절대 코치를 비난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엑까뽄 코치는 구조 마지막 날인 이날도 “아이들을 모두 내보내고 나가겠다”며 남아 있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영희·황수연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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