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삼성 돈으로 '외교 컨설팅' 받았다

이혜리 기자 2018. 7. 10.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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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다스 미국 소송 담당 변호사, 한·미 정상회담·FTA 등 조언
ㆍ검찰 “삼성이 매달 지급했던 다스 소송비용서 자문료 충당”
ㆍ“삼성, 이건희 사면 기대로 소송비 대납” 이학수 진술도 공개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는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소송을 도맡았던 변호사가 이 전 대통령에게 ‘한·미 정상회담’ 대응방법 등 다수의 외교 컨설팅까지 한 정황을 검찰이 공개했다. 해당 변호사는 차기 주한 미국대사와 관련해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등 매우 구체적인 외교 행보까지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 컨설팅 비용을 삼성이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 공판에서 다스의 미국 소송을 맡았던 김석한 변호사(사진)와 김 변호사의 로펌 ‘에이킨 검프(Akin Gump)’가 작성한 수십건의 외교 컨설팅 문건을 공개했다.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 문제와 6자회담을 전망하는 문건(2008년 4월 작성),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제언을 하는 문건(2009년 6월), 오바마 전 대통령 방한과 한·미 FTA에 관한 보고서(2009년 11월) 등이다. 2010년 5월 작성된 문건에는 차기 주한 미국대사와 관련해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에 맞게 VIP(대통령)가 오바마에게 캐나다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서 직접 언급하는 게 적절하다”는 내용도 기재돼 있다. 김 변호사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에게 다스 미국 소송비용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고 이 전 대통령에게 다스 소송 진행상황을 보고한 인물이다.

검찰은 “김 변호사가 한·미 양자무역과 정치 이슈 전문가라는 점에서 볼 때 이 같은 외교 컨설팅은 자문료를 지급해야 하는 업무”라며 “컨설팅 비용은 삼성이 이 전 대통령에게 지원한 금액에서 충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삼성이 (김 변호사 측에) 매달 정액 지급하던 12만5000달러에 다스 소송비용 외 외교 컨설팅 비용도 포함돼 있다가 2010년 말 김 변호사가 외교 컨설팅을 그만두면서 실비 정산 방식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면을 기대하면서 이 전 대통령에게 다스 미국 소송비용을 지원했다는 내용의 이 전 부회장 진술도 공개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부회장은 자수서에서 “삼성이 이 전 대통령의 소송비용을 대신 지급하면 여러 가지로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기대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 회장 사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밝혔다.

이 전 부회장은 또 “삼성이 이 회장 사면을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는 당연히 청와대에 전달됐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이 회장 사면이나 동계올림픽 유치 등에 대해 회사(삼성)의 애로사항이나 희망사항을 (김 변호사가 청와대에) 전달했을 수 있다”고 자수서에 썼다. 삼성이 이 회장 사면 등 대가를 바라고 다스 소송비용 지원을 결정했고, 청와대도 이 같은 삼성의 기대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취지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삼성의 ‘소송비용 대납’ 의혹은 뇌물 혐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강훈 변호사는 “김백준의 초기 진술에 따르면 김석한 변호사가 제안한 것은 무료 소송으로, 이를 통해 삼성이나 현대 등의 다른 일거리를 밀어줄 것을 기대한 것”이라며 “무료 변론이라면 이 전 대통령은 무죄”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변호사가 이 전 대통령에게 외교 컨설팅까지 해주고 이 비용 역시 삼성이 댔다면 이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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