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마드 논란'으로 번지는 혜화역 시위..女女 갈등 치닫나

최신혜 2018. 7. 1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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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의견 없이 집회에 참여했지만 결국 워마드(Womad)에게 이용 당한 느낌이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집회'에 참여한 여성들 사이에서 일명 '워마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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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정치적 의견 없이 집회에 참여했지만 결국 워마드(Womad)에게 이용 당한 느낌이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집회'에 참여한 여성들 사이에서 일명 '워마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워마드는 메갈리아에서 파생된 남성혐오커뮤니티로 여성우월주의를 주장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안중근·윤봉길과 같은 독립운동가, 고(故) 노무현 대통령 등을 비하하는 게시글로 구설수에 올랐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공식카페 자유게시판 내 올라온 남성혐오 성향의 게시글.

일부 여성들은 쌍화차코코아, 소울드레서, 쭉빵카페 등 여성커뮤니티를 통해 "이번 집회는 정치성향과 관련 없이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한다는 말만 듣고 참여했지만 주최측이 워마드로 의심되며, 집회 이후 공식 카페에 워마드 성향 글이 폭주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네티즌은 소울드레서 카페를 통해 "시위 주최자가 공식 카페에 올린 여성 인증 사진에 주민등록증의 뒷번호 '2'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워마드 스티커로 도배하는 등 워마드 소속이 의심됐지만 시위와 워마드가 관계 없다는 말을 믿고 스태프까지 지원했다"며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 캐치프레이즈를 인용한 시위 문구가 올라오며 카페 내부에 불협화음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회원들의 격한 반발과 토론이 이어졌고 운영진은 '카페 내에서 정치적 이야기는 금지이지만 시위 당일 해당 피켓을 가져오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며 사실상 집회가 워마드 성향으로 비추어질 가능성을 높였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캐치프레이즈를 인용한 시위 문구. 이 문구로 인해 불법촬영 편파수사 반대시위 카페 내에서 워마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실제 집회 현장은 '문재인 재기해', '곰 문재인' 등의 구호를 외치는 여성과 피켓 문구로 가득 찼다. '재기하다'라는 말은 고(故)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2013년 마포대교에서 투신한 것을 빗댄 은어이며 '곰'은 문이라는 글자를 아래로 향하게 한 것으로, 두 단어 모두 투신을 뜻한다. 때문에 집회 자체를 반정부 시위, 워마드 모임으로 단정짓고 비난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쌍화차코코아의 한 회원은 "워마드가 하는 행동이 일베(여성혐오 커뮤니티)와 똑같다"며 "페미니스트의 최전방에 있는 척 하며 정부를 욕할 수 있는 밑밥을 깐 셈이며 결국 집회에 참여한 여성들은 워마드에게 '먹버(먹고 버렸다는 뜻의 은어)'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대통령을 향해 재기하라는 등 구호를 외쳤다고 하는데, 페미니즘 화력을 이용해 대통령 지지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 목적이었다고밖에 보여지지 않는다"며 "정치적 의견 없이 페미니즘을 위해 집회에 참여했던 구성원들은 그 행위들을 전혀 몰랐으니 결국 이용당한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주최측은 "이번 집회는 워마드와 관련 없다"고 주장해왔으나 논란이 가열되자 지난 9일 공식카페 자유게시판을 닫았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나미 교수(분석심리연구가)는 "모든 이데올로기에는 다양한 목적과 성향이 있기에 페미니즘 내에서도 부류가 갈릴 수 있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여성 인권을 높일 수 있는 힘을 보태고 외형을 확장하는 데 있어 이같이 극단적인 시선과 표현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이어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서는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는 동시에 더욱 신중히 내부 목소리를 검토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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