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양네트웍스 기업 사냥 세력 무자본 인수 의혹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8.07.09 11:29
  • 호수 1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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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새 경영진이 직원들 눈과 귀 가리고 자본 유출”

 

동양네트웍스에서 기업 사냥 세력의 무자본 인수 의혹이 불거졌다. 새 경영진이 사내 유보금 등으로 인수자금을 충당하려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동양네트웍스는 속수무책이다. 새 경영진이 직원들의 눈과 귀를 막았기 때문이다. 재무 부문을 장악해 자금 흐름을 감췄고, 감사팀을 해체해 내부 감사 시스템을 마비시켰다. 당연히 새 경영진의 유보금 사용 계획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회사 일각에서는 ‘이제 코 베일 일만 남았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동양네트웍스 노동조합(노조)은 무자본 인수 의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새 경영진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노조가 이처럼 확신을 가지는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사저널이종현·임준선


 

지난해 6월 메타헬스 최대주주 오르며 내홍

 

동양네트웍스는 한때 동양그룹의 금융 시스템통합(SI) 계열사였다. 2013년 터진 ‘동양 사태’로 그룹에서 분리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15년 법정관리를 졸업했지만 취약한 지배구조 때문에 계속 경영권 분쟁에 노출됐다. 여러 차례 최대주주가 변경되면서 동양네트웍스는 힘든 시간을 견뎌왔다. 메타헬스가 최대주주에 오른 것은 지난해 6월이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동양네트웍스 지분 21.2%를 확보하면서다. 하지만 메타헬스의 투자자와 자금출처는 베일에 가려 있다. 투자조합이어서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거래소에서 현황을 알아볼 수 없고, 중소기업청 등 국가기관에 공시할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메타헬스가 경영권을 확보하기까진 진통이 상당했다. 경영권을 헐값에 인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당초 메타헬스와 동양네트웍스 계약서상엔 390억원의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900억원 규모의 추가 유상증자를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동양네트웍스는 계약서 내용대로 이사회 결의를 거쳐 의결사항을 공시했다. 그러나 정작 메타헬스가 납입한 자금은 192억9000만원이 전부였다. 이 일로 동양네트웍스는 공시 위반으로 벌금을 부과받았고, 대외 신용도에도 타격을 입었다. 동양네트웍스는 메타헬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의사를 밝히는 등 법적 분쟁이 예고됐다. 

 

지난 2월 우여곡절 끝에 경영권이 메타헬스에 넘어갔다. 메타헬스가 경영권만 확보하면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장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타헬스는 아직까지도 유상증자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대신 김대웅 동양네트웍스 대표, 김아무개 동양네트웍스 전략기획실장, 이아무개 동양네트웍스 부사장 등 새 경영진 주도로 사내 유보금 등의 유출이 시작됐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벌인 작업은 ‘돈줄’을 쥐는 것이었다. 권아무개씨를 회계 및 자금관리 담당 책임자인 경영전략본부장에 앉혔고, 자금담당 과장으로 유아무개씨를 기용했다. 동시에 기존 재무팀원들은 업무에서 배제했고, 재무팀장도 보고라인에서 제외됐다. 새 경영진이 동양네트웍스의 재무를 완전히 장악한 것이다.

 

재무를 장악한 새 경영진은 올해 2월 사내 유보금이 700억원에 달했음에도 집중적인 현금 모집을 시작했다. 먼저 동양네트웍스가 보유 중이던 동양시멘트 주식을 매각해 200억원가량을 확보했다. 별다른 투자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동양네트웍스는 3월6일 동양바이오컨소시엄1호를 대상으로 500억원 규모의 CB를, 6월18일에는 홍콩계 SC로위파이낸셜을 대상으로 541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각각 발행했다. 회사채 발행이 마무리되면 동양네트웍스는 1900억원대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동양네트웍스의 CB·BW 발행은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향후 지분이 희석돼 메타헬스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 CB·BW 전액이 모두 주식 전환될 경우 지분율이 20%를 넘게 된다. 메타헬스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다. 

 

 

재무라인 완전 장악한 뒤 감사팀도 해체 

 

자금 유출은 메타헬스가 경영권을 인수한 직후 이뤄졌다. 올해 3월 사내유보금으로 225억원 규모의 펀드에 가입한 것이 시작이다. 금융권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동양네트웍스의 투자금은 주식스왑과 블락매도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E사 주식을 매입하는 데 사용된다. E사는 동양네트웍스의 김 실장과 이 부사장이 각각 대표와 부사장으로 있는 곳이다. 이를 두고 노조 측은 “사내 유보금이 투자 형식으로 유출돼 결국 인수자금을 충당하는 데 흘러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 투자에도 자금이 사용됐다. 올해 5월 독일 제약사 메디진의 지분 6.72%를 302억원에 매입한 것이다. 노조는 부실기업에 투자했다는 주장이다. 메디진의 경영지표가 긍정적이지 않아서다. 실제 메디진은 지난해 145억원 매출을 올렸고 17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매입가도 문제 삼고 있다. 블록딜의 경우 시장가보다 20~30%가량 저가에 거래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동양네트웍스는 메디진 지분을 시장가의 96% 정도에 매입했다. 노조는 본업과 전혀 무관한 바이오업체 지분을 인수한 배경을 주가를 띄우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올해 초 1500원대이던 동양네트웍스 주가는 메디진 지분 인수 발표 이후 5000원대로 급등했다.

 

노조가 파악한 자금 유출 정황은 여기까지다. 새 경영진이 재무를 장악한 탓에 현금 흐름을 전혀 확인할 수 없어서다. 다만 계속 사내 유보금 유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말들이 사내에서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이 때문에 동양네트웍스 내부에서는 무자본 인수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진 상태다. 노조는 새 경영진에 자금 사용내역을 공개하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노조의 요구가 계속되자 새 경영진은 기존 전산을 통해 관리하던 기안·지출결의·협조전 등 재무 관련 공문서를 모두 수기로 전환키로 한 상태다. 상장사에서 이런 사례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동양네트웍스 노동조합은 새 경영진의 밀실 경영과 부당인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벌였다. © 동양네트웍스 노동조합 제공


 

새 경영진, 기업 사냥에 직·간접 연루 전력

 

이뿐만이 아니다. 동양네트웍스는 현재 내부 감사 시스템도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새 경영진이 4월 중순 감사팀의 권한을 빼앗으면서다. 6월1일부터는 감사팀원들을 아예 다른 부서로 발령 냈다. 사실상 감사팀을 해체시킨 것이다. 대신 3월 상근감사로 조아무개씨를 영입했다. 그러나 그는 감사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상근임에도 아직까지 출근하지 않고 있다. 이전 직장이 정리가 안 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새 경영진의 비위 의혹에 대한 감사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노조는 조씨가 새 경영진의 측근이며, 사실상 감사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양네트웍스 내부에서는 새 경영진의 무자본 인수 의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새 경영진의 구성원이 빠짐없이 기업 사냥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새 경영진의 출신은 두 곳이다. 일단 E사가 있다. 상기했듯 김 실장과 이 부사장이 근무하는 곳이다. 이 가운데 이 부사장은 S사 이사였다. 김대웅 대표도 S사의 등기이사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S사는 투자조합을 구성해 카지노 업체인 마제스타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확보한 뒤 내부자금 50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이로 인해 S사는 상장폐지 심의를 받았고, 마제스타는 현재 거래정지 상태다. 

 

이 부사장은 특히 현재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 중인 ‘국내 1호 기업 사냥꾼’인 이성용 SY그룹 회장과도 연결고리가 있다. 이 회장은 인수한 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대출금을 마련해 새로운 기업을 인수하는 식으로 기업 사냥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 부사장은 SY그룹 계열사인 벨코정보통신에서 대표이사로 근무하며 사건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사장은 또 2000년대 초반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이던 1조3000억원대 가장 납입 사건의 주역 이아무개씨와도 인연이 있다. 이씨가 S사의 최대주주이던 지케이팜의 감사인데, 이 부사장은 지케이팜 해외본부 사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다른 축은 C사이다. 권 본부장이 이곳 재무팀장 출신이고, 메디진 지분 매입을 주도한 이아무개 동양네트웍스 이사도 C사 미국법인의 대표였다. 김대웅 대표와 유 과장은 C사의 자회사인 B사에 적을 뒀다. C사는 최근 삼부토건 무자본 인수 의혹의 중심에 선 DST로봇과 연관이 깊다. 대덕뉴비즈1호(6.7%)·2호(3.1%)·3호(6.7%)조합이 DST로봇 지분 16.5%를 보유한 사실상 지배주주인데, 코디엠은 대덕뉴비즈1호조합의 지분 30.9%를 보유했다. DST로봇은 범서방파 고(故) 김태촌의 양아들을 자처하는 김아무개씨를 주축으로 삼부토건을 무자본 인수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시사저널 제1484호 ‘[단독] 삼부토건 무자본 인수 의혹 핵심은 김태촌씨 양아들’ 참조). 노조는 새 경영진을 상대로 고소·고발 등 법적 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새 경영진이 들어온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법률 검토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동양네트웍스 관계자는 “새 경영진이 기존 홍보팀을 해체해 공식 입장을 밝힐 창구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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