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서일본 폭우 때 술판..시민들 "이게 위기 관리냐"

도쿄 | 김진우 특파원 입력 2018. 7. 9. 22:11 수정 2018. 7. 9.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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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SNS에 자민당 간담회 사진
ㆍ관방장관 “호우 대처와 별개”
ㆍ사망·실종자 180명 넘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와 자민당 의원들이 지난 5일 도쿄에서 만찬 간담회를 하며 술잔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관방 부장관 트위터 캡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5일 자민당 의원들과 회식을 한 것을 두고 비판이 일고 있다. 당시 서일본을 중심으로 폭우가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술자리를 가진 게 적절했냐는 것이다. 이번 폭우로 인한 사망·실종자는 180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5일 밤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의원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 등 40명이 넘는 의원들이 참석해 술잔을 주고받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런 모습은 참석 의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과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 부장관은 SNS에 “많은 의원들이 아베 총리가 가져온 (고급 일본술인) ‘다사이’와 기시다 정조회장이 가져온 ‘가모쓰루’ 중 무엇을 선택할지 질문을 받고 잠깐 당황했지만 결국 둘 다 마셨다. 좋구나, 자민당”이라고 적었다. 사진에는 술잔을 앞에 두고 엄지를 들고 있는 아베 총리와 의원들의 모습 등이 찍혔다.

회식이 벌어지던 시간에 이미 서일본을 중심으로 호우 피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었다. 오후 8시 긴키(近畿) 지방 3만7000가구에 피난 지시가, 19만7000가구에 피난 권고가 각각 내려졌다. 고베와 기후, 다카야마시에선 토사 붕괴도 일어났다.

SNS상에선 “도대체 어떤 정신으로 이런 술판이 가능한가” “이게 위기 관리냐”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6일 관련 질문을 받고 “호우에 대해선 확실히 대처하고 있다. 해야 할 것을 확실히 하고 있으면 문제없다”고 밝혔다.

아직 복구 안된 마을 폭우로 자동차 등이 침수된 일본 남서부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의 한 마을에서 9일 주민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구라시키 | 로이터연합뉴스

NHK에 따르면 일본에선 이번 폭우로 9일 오후 10시 현재 123명이 사망하고 61명이 실종된 상태다. 2만3000명이 피난 시설에서 머물고 있으며 11개현 26만7000가구에 수도 공급이 중단됐다. 이는 헤이세이(平成·현 일왕의 연호로 1989년부터 사용) 들어 희생자가 가장 많은 풍수재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비상재해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피해 지자체가 재정 문제를 걱정하지 않고 응급 대응 및 복구를 할 수 있도록 재정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아베 총리는 또 이번 폭우 피해 수습을 위해 오는 11~18일 예정된 벨기에·프랑스·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방문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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