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종전선언..文대통령 중재론도 함께 부상

김태규 입력 2018.07.09. 15:24 수정 2018.07.0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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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화 협상 '지렛대' 아닌 '첫 관문' 의미 부여
靑 "북미 샅바 싸움 중..文대통령, 중재역에 노력"
전문가 "한국이 나서야 할 때..文대통령 적극 중재해야"
【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끝)과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습. (그래픽=뉴시스DB). 2018.05.09.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북미간 비핵화 협상을 견인하는 정도로 여겨졌던 종전선언에 대해 북미 간 견해차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추진해왔던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론도 재조명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종전선언은 한국전쟁 이후 이어져 온 남북 간의 70년 적대행위를 끝낸다는 데 상징적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27 판문점 선언'에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올해 안에 종전을 선언한다는 문구를 명시적으로 담았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더라도 북미 비핵화 협상을 견인하는 하나의 촉매제로써의 가치가 있다고 보고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27일 이뤄진 '5·26 남북 정상회담' 결과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서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며 3자 종전선언에 대한 의지를 공식화 했다.

이후 남북미 3국 실무선에서 3자 정상회담을 통한 종전선언의 시기와 방법 등 구체적인 방안을 놓고 가능성 검토에 착수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이은 3자 종전선언 시나리오가 무산되면서 정전협정 체결 65주년 기념일(7월27일)과 9월 유엔총회 계기로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7·27 종전선언'은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의 구체적인 협상을 위한 북미 고위급 회담이 지연되면서 자연스레 묻히는 듯 했다.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개최하기까지 물리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 앉는 듯 했던 종전선언 이슈는 북한이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북한은 6~7일 이뤄진 북미 고위급 회담 이후 외무성 대변인 담화 형식을 통해 조기 종전선언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조선 반도에서의 긴장 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첫 공정 ▲조미(북미) 사이의 신뢰조성을 위한 선차적 요소 ▲70년간 지속된 조선반도의 전쟁상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역사적 과제라는 것이 북한이 밝힌 종전선언의 의미다.

4·27 판문점 선언 이외에 북한이 종전선언의 의미에 대해 정리된 입장을 대내·외에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의 3자 종전선언 추진 의지에도 쉽사리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던 북미 가운데, 북한이 먼저 호응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비핵화 협상이 어려움에 빠졌다는 방증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문 대통령에게 나서달라는 일종의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적어도 종전선언에 관해서는 북한도 한국 쪽을 바라보는 측면도 있고, 미국도 약간 그런 면에서 '한국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올 때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갖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의 통일외교특보를 맡고 있는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 쇼'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더욱 적극적인 중재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교수는 "문 대통령이) 지금까지 촉진자, 중재자의 역할을 해 왔는데 이제 그 촉진자 역할을 더 많이 해야되겠다"며 "(북미가) 건설적인 대화를 하도록 하고, 그러면서 빨리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작업을 우리 정부가 나서서 해야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북미 고위급 회담 결과와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성과가 없다는 일부 비판적 시각과 달리 북미 정상회담 이후 처음 열린 고위급 회담이라는 데 자체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며 향후 협상의 진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수면 위로 보이는 (북미 간의) 모습은 격한 반응으로 비치기도 할 수 있다"면서도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금 더 유리한 입지와 협상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샅바싸움으로 본다"고 말했다.

종전선언과 관련해선 "문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제안한 문제다. 북미 간에 현재 보이고 있는 것보다는 큰 차이가 없다"며 "결국은 시기와 방식의 문제일텐데, 종전협상을 비롯해서 모든 문제가 서로 합의해 나가기 위한 과정 중에 있다"고 낙관론을 폈다.

북한은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상징적 조치로 종전선언을, 미국은 비핵화 이행을 위한 철저한 검증 등 상반된 요구를 늘어놓으며 외부적으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처럼 보이고 있지만 모든 것들이 주도권 싸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보다 적극적으로 북미 중재 역할을 해야한다는 전문가 주문에 대해선 "꼭 드러나지 않더라도 문 대통령이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kyustar@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