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대결에 기업 죽을 맛인데..정부는 "수출 영향 제한적"

하남현.장원석 2018. 7. 9.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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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무역전쟁에 안이한 대응
청와대·김동연은 아무 발언 없고
산업부·기재부는 따로따로 회의
대책도 "시장 철저 모니터링" 수준

“단기적으로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산업통상자원부)

“무역 갈등이 심화·확산하면 불안 요인이 될 수 있겠지만 아직 국내 수출은 양호한 흐름이다.”(기획재정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평가다. 전 세계가 이 사태 때문에 난리인데 한국 정부의 평가는 태평스럽기까지 하다. ‘경제 컨트롤타워’라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청와대는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정부의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역전쟁 가시화
미국과 중국이 6일(현지시간) 상대국 수출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포문을 연 이후 정부가 한 일은 2개의 회의를 연 것뿐이었다. 그것도 함께 머리를 맞댄 것이 아니라 부처별로 따로따로 진행한 회의였다. 통상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백운규 장관 주재로 업종별 단체 대표 등과 모여 회의를 했고,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는 이찬우 차관보 주재로 금융위원회·한국은행 등과 함께 시장 흐름을 점검했다.

눈에 띄는 대책이 나온 것도 아니었다. 통상적인 수준, 즉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수출금융 지원 등을 통해 수출 기업 애로를 해결하겠다”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컨트롤타워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정부 대표로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무역전쟁과 관련된 언급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통상적으로 중대한 대외 경제 변수가 발생했을 때 열렸던 부총리 주재 대외경제장관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물론 청와대 역시 이 사안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한국이 교역 대상 1, 2위 국가 간의 다툼 속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는데 정부 대응이 너무 안이하다”며 “외교안보 문제나 보유세율 개편과 같은 현안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비교하면 통상에 대한 관심도가 너무 낮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무역전쟁 가시화
전전긍긍하고 있는 기업들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한국 수출, 특히 견인차인 반도체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의 대미 수출 품목에는 휴대전화나 가전제품 등이 많은데, 여기에 한국에서 수입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중간재가 많이 쓰여서다. 이미 수출 전선에는 노란불이 켜진 상태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대비 0.1% 줄어들며 4월(-1.5%)에 이어 두 달 만에 또다시 뒷걸음질쳤다. 기업들의 걱정이 큰 건 미·중 무역전쟁이 수출 전선에 켜진 ‘노란불’을 ‘빨간불’로 바꿀 수도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라서다.

해외에서도 “한국이 미·중 무역전쟁의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연일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2006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달 27일 열린 제13차 제주포럼 특별강연에서 “무역전쟁에 가장 취약한 국가는 한국과 같이 수출 주도적인 경쟁체제를 갖춘 국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통상교섭본부가 부활했지만 전체적인 통상 역량은 기대에 못 미친다”며 “기재부는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청와대까지 나서서 무역전쟁과 같은 통상 문제를 주도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무역전쟁의 여파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수출 감소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식의 대응은 너무 한가하다”며 “미국의 통상 관련 메시지는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발(發)인 만큼 한국도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큰 그림을 그리고 부총리를 중심으로 부처 간 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장원석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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