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퇴진' 아시아나 직원 2차집회.."재벌갑질도 청산" (종합)

황덕현 기자 2018. 7. 8. 21:5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민·협력업체·대한항공 직원 연대발언
본사까지 행진 뒤 구호 외치고 해산
가면을 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침묵하지 말자' 현수막을 들고 있다. 이날 집회 참여자들은 박삼구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승객·직원 굶기는 갑질삼구 OUT’ ‘39 OUT!’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조양호도 퇴진하고 박삼구도 집에 가라! 아름다운 아시아나 직원들이 지켜내자!"

국제선 항공기의 기내식 대란 사태를 빚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경영진 퇴진을 촉구하는 두번째 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지부(아시아나 노조)는 아시아나 직원연대와 함께 8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아시아나항공 노밀(No meal)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2차 문화제'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450명이 참석했다. 아시아나항공에 앞서 '오너갑질 사태'를 규탄하며 4차례의 촛불집회를 개최했던 대한항공직원연대 소속 직원 20여명도 이날 집회 현장 옆에서 갑질 근절 캠페인을 펼치며 함께 구호를 외쳤다.

아시아나 직원과 대한항공 직원은 서로 "함께 해줘서 고맙다", "침묵하지 말고 끝까지 싸우자"며 서로를 응원했다.

유상덕 아시아나 노조 조직부장은 아일랜드 극작가 버나드 쇼의 명언 "언젠가 이 꼴 날 줄 알았다"를 소개하며 "앞으로 투쟁하며 우물쭈물 하지 말자"라며 말문을 열었다. 심규덕 노조위원장도 "직원 알기를 소모품 정도로 밖에 보지 않는 회사의 모습을 봤다"며 " 싸움은 이제부터다. 노동조합과 함께 끝까지 싸워서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이름을 되찾자"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기내식 사태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협력업체 대표 고(故) 윤모 씨의 외조카도 자리했다. 윤씨의 외조카는 "유가족들은 윤 대표가 세상을 떠난 뒤 자신을 원망하며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험난한 길 가야하는 아시아나 항공 직원, 함께 자리한 대한항공 직원을 응원하고,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가이 포크스' 가면 등을 쓴 직원들은 윤씨 외조카를 향해 "사랑합니다", "끝까지 기억할게요" 등 따뜻한 말을 건넸다.

자유발언이 시작되자 나설지 고민하던 전현직 승무원과 기장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이들은 이번 기내식 사태와 함께 박 회장의 성희롱 성격의 발언과 재벌 세습 등에 대해 총체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박 회장 경영 일선 사퇴를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APU) 소속 10년차 부기장은 "기업은 이익을 내는데 회사는 빚도 갚지 못해 좀비기업이 돼간다"며 "박삼구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면 우리 회사는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가면을 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News1 송원영 기자

아시아나 항공 협력사 KA 소속 30대 직원 역시 "간접 고용된 지상직 직원이지만 앞으로 계속 함께 투쟁해 문제를 빨리 해결하면 좋겠다"고 연대발언했다.

박창진 대한항공 직원연대 공동대표는 "용감한 아시아나 사람들이 대단하다"며 "끝까지 싸워서 끝까지 승리를 쟁취하자"고 말했다.

대한항공 기장 역시 "조양호·박삼구 두 총수가 일선에서 손을 떼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날아오를 수 있다"며 "두 사람이 제발로 경영에서 하차하지 않으면 감옥에 가서라도 경영과 분리해야 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승무원들 뿐만 아닌 정비직 근무자도 입을 열었다. 검은 마스크를 쓴 정비직 사원은 "정비에서 일하다 보니 현장의 심각성을 직감하지 못해 이번 기회에 같이 공감하고 싶었다"며 "우리가 사랑하는 아시아나를 우리 손으로 지키고 정상화하자"고 말해 호응을 얻었다.

40대 시민 박모씨는 날씨가 좋아 유모차를 끌고 경복궁 나들이를 왔다가 직원 곁에 앉았다. 박씨는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 없지만 잠시 앉았다 가고 싶어 왔다"며 "대기업 갑질 사태가 잘 해결돼 모든 직장 정상화의 시발점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를 마친 직원들이 금호아시아나 본사 방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 News1 황덕현 기자

아시아나 항공을 자주 이용한다는 시민은 아예 마이크를 잡았다. "아시아나 항공 마일리지만 180만 마일을 쌓았다"는 이 시민은 "중간에서 힘들었을 승무원들에게 고성을 지른 많은 사람을 대신해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듯 끝까지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후 8시까지 연대 발언과 구호 제창을 한 뒤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아시아나 항공 직원과 시민 등 200여명은 끝까지 남아 아시아나 본사를 향해 "기내식을 원상하라. 재벌 갑질 청산하라" 등 구호를 외치다 해산했다.

ace@news1.kr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