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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자원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민간 차원에서도 자체 바이오뱅크를 설립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식이보충제 프로바이오틱스를 만드는 바이오일레븐의 부설연구소인 김석진좋은균연구소는 지난해 6월 아시아 최초로 대변은행 '골드 바이옴'을 설립했다. 혈액은행이나 정자은행처럼 건강한 사람에게서 대변을 기증받아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을 추출하고 분석한다. 이 미생물은 대변이식술, 미생물 캡슐 등을 통해 장 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 치료에 활용할 예정이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사인 코리그룹은 이탈리아 로마가톨릭대·제멜리병원과 '엄마와 아이를 위한 바이오뱅크'를 설립할 계획이다. '마더 앤드 차일드 앤드 비욘드'라는 이름의 이 바이오뱅크는 산모와 신생아를 연구하는 세계 최초 기관이다. 코리그룹은 바이오뱅크 산업을 중국으로 확장하기 위해 베이징협화병원, 베이징아동병원, 베이징대학, 중국위생발전연구센터 등 중국 대표 의료기관과 협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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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여전히 바이오뱅크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A바이오기업 대표는 "지금은 회사나 연구자들이 자체적으로 샘플을 만드느라 연구비를 많이 쓰고 있고 심지어 바이오뱅크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며 "유료로 전환하더라도 언제든 믿고 쓸 수 있는 샘플을 받을 수 있다면 사용자 입장에서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 바이오뱅크 역할을 강화하려면 연구자들이 정말 원하는 샘플을 제때 공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와 함께 신약개발이나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이나 조직 같은 실물자원보다 더 중요한 게 환자 정보인데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기관 간 장벽으로 접근이 막혀 있다는 점도 문제라는 게 시장의 진단이다. 정보 수집 단계부터 개인정보를 익명화하되 연구에 필요한 정보는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규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바이오뱅크 시장은 2016년 1982억달러(약 222조원)에서 2021년 2402억달러(약 269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핀란드는 2013년 '바이오뱅크법'을 제정해 임상시험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개발에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인체 유래 자원을 수집하는 일본 병원들은 "우리는 연구중심병원이라 잔여검체를 연구에 활용한다. 거부하는 분들은 알려달라"는 네거티브 방식을 쓴다. 환자가 굳이 거부하지 않는 한 남은 검체들을 모두 수집해 활용할 수 있다. 영국은 국가 차원에서 바이오뱅크가 보유한 50만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구축했고 미국과 중국도 각각 50만~100만명 규모의 유전체 정보를 보관하고 있는 바이오뱅크를 가지고 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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