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앵무새, 영장류와 유사한 뇌구조 때문

김윤진 2018. 7. 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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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지능 핵심은 대뇌피질..소뇌 연결하는 '교핵' 크기
조류서 교핵 역할하는 SpM..앵무새 SpM 다른새의 5배
앵무새가 왜 똑똑한지를 설명해줄 뇌의 비밀이 밝혀졌다. 앵무새 뇌가 일반적인 새들과는 다르고 인간과 같은 영장류 뇌를 닮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앨버타대 뇌 과학자들은 앵무새 뇌가 조류와 영장류가 '수렴 진화'한 결과라며 앵무새의 높은 지능을 가능케 하는 특징을 규명했다고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수렴 진화란 전적으로 관련이 없는 종들이 비슷한 환경이나 생태에 적응하면서 유사한 특성과 신체 형태, 기관을 갖게 되는 과정을 뜻한다. 가령 포유류인 고래가 물속에서 헤엄칠 수 있는 방향으로 적응하면서 어류와 형태적 유사성을 띠게 된 것도 이런 수렴 진화의 결과다.

새로운 연구는 앵무새가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갖게 된 이유가 영장류와 수렴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영장류 지능과 관련해 핵심적 역할을 하는 뇌 영역은 대뇌피질과 소뇌를 연결시켜주는 '교핵'이다. 교핵에서 피질과 소뇌가 서로 정보를 효과적으로 교환해야 뇌가 정교한 계획을 수립해 실행에 옮길 수 있다. 크리스천 구티에레스 앨버타대 심리학 박사는 "교핵은 두 영역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면서 고차원적인 정보 처리를 가능하게 한다"며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는 교핵 크기가 다른 포유류에 비해 훨씬 큰데 이 차이가 인간의 고등 인지능력을 설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영장류와 달리 조류는 일반적으로 교핵 크기가 매우 작은 대신 SpM(나선형 핵)으로 불리는 피질과 소뇌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앵무새의 SpM은 다른 새들에 비해 현저히 컸다. 교핵처럼 피질과 소뇌를 연결해주는 부위가 유독 발달한 것이다. 닭, 물새, 올빼미 등 조류 98종의 뇌 구조를 비교 분석한 결과 앵무새의 SpM은 다른 새보다 2~5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구티에레스 박사는 "앵무새는 영장류처럼 피질과 소뇌 연결 부위가 유독 크다"며 "인간의 뇌와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이는 도구 사용이나 자아 인식 등을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앵무새와 영장류 뇌의 유사성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앵무새 지능이 일부 영장류보다 높다는 것은 이미 선행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수산나 허큘라노후젤 미국 밴더빌트대 신경과학 교수 연구팀은 관찰장비를 통해 28종의 조류와 포유류, 영장류 뇌를 비교 분석한 결과 앵무새가 일부 포유류보다 더 많은 뉴런을 뇌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영리한 행동을 하려면 뇌에 뉴런이 많아야 하는데 앵무새는 뇌 크기가 원숭이보다 작지만 뉴런이 뇌 전체에 촘촘하게 분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뇌 속 뉴런 밀도가 높아 앵무새 지능이 일부 포유류를 능가한다는 연구 결과는 2016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앵무새는 전뇌 부분에서 고차원적인 학습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종뇌'에도 뉴런이 많이 몰려 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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