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 비율 90%로"..여성집회서 나온 황당 주장

류영욱,강인선 2018. 7. 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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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역 3차 집회서 "재기해" 등 극단적 막말 쏟아져
지난 7일 `혜화역 시위`가 성별 차별 없는 공평한 수사 촉구라는 집회의 취지를 흐리고 극단적인 남성혐오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여성단체 카페 `불편한 용기`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주최한 `홍대 몰카 편파수사 규탄 시위` 모습. 이날 집회에는 경찰 추산 1만8000여 명, 주최 측 추산 6만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페미대통령'이란 문구가 적힌 띠지를 두른 한 여성이 무대에 꿇어앉아 '곰'이라는 글자가 적힌 종이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곰'을 뒤집으면 문재인 대통령을 약칭하는 '문'이 된다. 현직 대통령을 모독할 뿐 아니라 활자가 뒤집혔다는 이유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을 조롱하는 뜻으로도 쓰이는 '곰'이 등장한 것은 다름 아닌 여성 인권 향상을 주장하는 한 페미니즘 집회였다.

차별과 편파를 향한 도 넘은 외침은 일방적인 혐오와 몰상식이 됐다. 지난 7일 경찰 추산 1만8000여 명, 주최 측 추산 6만여 명이 운집한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홍대 몰카 불법촬영 편파 수사' 3차 시위에서 일부 참가자가 극단적인 구호와 퍼포먼스를 펼친 데 대한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평가다. 극단적인 남성혐오(남혐)와 무분별한 선 긋기 양상에 대해 여성주의자 사이에서도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집회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일부 네티즌은 가면을 떨어뜨린 것이 문 대통령의 죽음을 요구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7일 시위 참가자들은 '문재인 재기해'라는 구호를 외쳤다. 지난 3일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몰카 수사는 편파수사가 아니다"고 말한 데 대해 주최 측이 문제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재기하다'란 단어는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2013년 마포대교에서 투신해 사망한 것을 여초 사이트 '메갈리아' 등에서 희화화한 표현이다. 여성 경찰 인력을 90%로 높여 달라는 뜬금없는 요구도 등장했다.

장미혜 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일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올해 초 미투 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기대한 것은 여성들이 몰래카메라 등 일상적인 성폭력에 대한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었다"며 "시위가 남성혐오화되는 것은 오히려 사회적 대화를 본질에서 멀어지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장 연구위원은 시위의 목적 달성에도 유리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대부분 여성이 일상적인 공포를 경험하고 있음에도 수사기관의 대처가 미온적이고 지지부진하다는 것을 알리는 시위의 순기능을 저해하고, 제도화·법제화 등 실질적인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네티즌은 혜화역 시위가 정치논리에 이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개인적으로 시위에 다녀와 "국민이 불법촬영 및 유포 등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밝힌 데 대해 한 네티즌은 '보여주기식 동조'라며 비판했다. 여가부는 2차 시위가 열린 지난달 9일을 전후해 주최 측에 몰카 근절 캠페인 동참을 요청했으나 시위 주최 측은 시위의 영향력에 편승해 정부가 충분히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 동참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주장에 반박하는 네티즌은 시위에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담긴 것과 관련해 '시위 배후에 반정부 세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시위는 지난 5월 발생한 홍대 남성 누드모델 불법촬영이 촉발제가 됐다. 시위 참가자들은 '피해자가 여성이고 가해자가 남성이었다면 수사와 구속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성차별적인 경찰 수사를 규탄하고 여성 인권을 향상한다는 목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류영욱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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