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 시위, '문재인 재기해'라는데 "미안하다"는 장관들

[서울경제] ‘홍대 몰카 사건’을 경찰이 편파수사하고 있다며 시작된 여성시위에 관련 부처 장관들이 잇따라 입장을 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7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8일 각각 SNS에 7일 진행된 3차시위 현장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정현백 장관은 “혜화역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현장에 조용히 다녀왔다”며 “많은 여성들이 노상에 모여 함께 분노하고 함께 절규하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 직접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뜨거운 땡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촬영을 비롯해 성범죄를 근절하지 못하는 국가기관과 우리 사회 전반의 성차별을 성토했다”며 “국무위원의 한 사람이자, 여성인권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들께 송구스럽고 마음이 무거웠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그동안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보다 안전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해 왔음에도, 여전히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여러분들이 혜화역에서 외친 생생한 목소리를 절대 잊지 않고, 불법촬영 및 유포 등의 두려움 없이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안전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8일 오후 페이스북에 ‘공화(共和)’라는 제목으로 혜화역 시위에 관한 글을 올려 견해를 밝혔다.

김 장관은 “공중화장실 관리는 행안부의 고유 업무 중 하나이며, ‘편파 수사’ 당사자로 지목된 경찰청은 행안부의 외청”이라면서 “‘불편한 용기’ 측이 말하는 여성을 보호하지 않는 국가에 내 자신도 포함된다. 내 책임이 크다”고 적었다.

그는 “거듭 말씀드리지만,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몰카 단속과 몰카범 체포, 유통망 추적 색출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결코 보여주기 ‘쇼’가 아님을 실천으로 입증해 보이겠다. 어떡하든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우리 사회가 여성의 외침을 들어야 한다. 왜 저토록 절박한지 진지하게 경청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면서 “남성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하는데, 반박하고 비판부터 하려는 태도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남성 혐오다 아니다, 정부를 비판했다 아니다, 이런 시시비비는 또 다른 편 가르기”라면서 “여성과 남성, 우리 모두 민주공화국 시민이다. 시민이 다른 시민의 외침에 귀 기울이고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할 때 비로소 공화”라고 강조했다.

온라인에서는 장관들의 반응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시위 현장에서 나온 구호와 피켓 등이 취지와 맞지 않고 남녀간의 편가르기를 조장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특히 참가자들은 구호를 외치다 “문재인 대통령도 재기하십시오”라는 등 정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시점인 만큼 주의해야 했다는 목소리도 많다.

한편 이날 오전 정 장관이 올린 글이 화제가 되면서 SNS 댓글은 물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문재인 정부를 전면 부정한 정현백 여가부 장관을 해임해달라”는 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