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국민연금 CIO 인사 개입 논란..청와대가 해명해야 할 것들
635조원의 자금운용을 책임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최고투자책임자) 인선 과정에 청와대가 얼마만큼 개입했는지를 놓고 사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서류 심사(91.3점)와 면접 심사(93.8점)에서 각각 최고점을 받으며 나머지 14명 지원자를 앞선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공모 과정 개시 넉 달 만에 석연치 않은 이유로 탈락하면서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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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장하성 실장의 공모 과정 관여는 적절한가
이번 논란은 곽 전 대표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CIO 공모가 시작되기도 전인 1월 말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전화를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곽 전 대표의 폭로 후 5일 청와대는 "장 실장이 통화한 것은 국민연금이 CIO 후보자로 추천한 후"라고 해명했다가 얼마 안 있어 "(장 실장이) 지원을 권유한 것이 맞다"고 말을 바꾸며 의혹이 확대됐다. "유능한 사람이 응모하는 게 좋다는 취지에서 통화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해명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CIO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8인으로 구성된 기금이사 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과 비상임이사 7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1차 회의→후보자 모집→경력 산정→자문위원 회의→2차 회의→경력 및 평판 조사→3차 회의→후보자 추천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법에 따른 정식 인선 과정을 시작하기도 전에 장 실장이 먼저 특정 인사에게만 연락을 취한 데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곽 전 대표는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도 '장 실장님에게서 자료를 잘 받았다'는 소개와 함께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곽 전 대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CIO 공모 과정 전에 장 실장이 먼저 인사수석실에 CIO 인선과 관련해 언급을 하거나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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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곽태선이 부적격했다면 왜 2·3위는 안 뽑았나
청와대와 국민연금은 곽 전 대표의 CIO 탈락 이유에 대해 "프라이버시 문제인 만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 이사장은 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7대 비리 관련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에둘러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7대 비리란 병역 기피, 탈세, 불법적 재산 증식, 위장 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를 말한다.
곽 전 대표는 "병역 사실이 문제가 될 것이었다면 진작에 나를 탈락시켰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몇 달간 선정하지 않고 시간을 끌다 탈락시킨 것은 결격 사유가 누구한테나 보여줬을 때 납득할만한 이유가 아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설사 청와대와 김 이사장의 주장처럼 곽 전 대표가 신상 문제로 CIO에 부적격이었다면 곽 전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15명 지원자는 왜 모조리 탈락시켰는지도 의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과 청와대 모두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장 실장은 CIO 공모 개시 3주 전 곽 전 대표에게 직접 연락을 취할만큼 그를 유력한 CIO 후보로 점찍어놨다. 결국 나머지 지원자들의 경우 애당초 뽑을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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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CIO 인선 과정에 정치적인 고려 있었나
CIO 선임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5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인선 과정에 대해 해명을 하면서 익명을 전제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게 어떤 사회적 가치, 이런 부분도 반영하는 것이다. 새 CIO가 정해지면 스튜어드십 도입과 운용에 관해 굉장히 고민하고 정책을 내놔야 한다."
국민연금이 이달 중 도입할 예정인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자율적 의결권 행사 지침을 가리킨다. 때문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정부와 정치권이 사실상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을 통제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새 CIO의 스튜어드십 고민' 발언은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있어서 정치·사회적 고려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때문에 '정무적 협조 가능성'을 CIO 요건으로 여긴 정부가 학연·지연이 없고 외국 생활을 오래 한 곽 전 대표를 오히려 CIO 자리에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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