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드라마, 이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지상파 드라마 이제는 5% 넘기도 쉽지 않다. 한 때 20%, 30% 시청률을 넘겨야 성공한 드라마라 칭하던 때가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10% 넘기면 선전했다고 얘기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5% 시청률 넘기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 이르렀다.

새로 시작한 KBS 수목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는 4%(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내고 있고 MBC <이리와 안아줘>도 5%를 간신히 넘긴 5.3%를 기록하고 있다. SBS <훈남정음>은 심지어 2.8%다. 반면 케이블 채널인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무려 8.4% 시청률이다. 이쯤 되면 지상파와 케이블의 시청률 수치가 완전히 역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게다가 월드컵 중계까지 겹치면서 드라마가 정상적으로 편성되지 못했던 탓이 크다. 하지만 이제 거의 정상편성으로 돌아온 상황에 이 정도의 성적은 한번쯤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것도 지상파드라마들이 주력하는 미니시리즈를 주로 편성하는 수목 시간대에 이런 초라한 시청률을 내고 있다는 건.

이제 지상파와 tvN이나 JTBC 같은 채널 사이의 위계 같은 건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 시청자들은 지상파라고 해서 채널 선택의 우선권을 주지 않는다. 물론 여전히 과거의 시청패턴을 유지하는 기성세대들이 존재하지만, 이미 시청자들은 지상파의 틀을 벗어나 좋은 드라마나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어디든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좋은 캐스팅에 좋은 대본 그리고 완성도 높은 연출을 보여주는 작품에 채널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의 지상파 수목극만을 냉정하게 두고 보면 이를 완벽하게 만족시켜주는 작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캐스팅이 A급이 아니거나, 대본이 너무 안이하고 평이한 멜로에 머물고 있다. 이러니 연출에 공을 들일 리가 만무다.



이런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드라마에 대한 투자의 차이가 확연히 나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대본을 잡으려면 결국 좋은 작가를 써야하지만 알다시피 유명 작가의 회당 원고료는 이제 억대에 다다르고 있다. 여기에 유명 배우 캐스팅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요즘은 거의 영화에 가까운 드라마들이 나오고 있어 연출에 드는 비용 역시 적지 않다. 이걸 감당해낼 수 없다면 결국 소소한 작품들만을 가져와 편성할 수밖에 없게 된다.

오는 7일 방영하는 tvN <미스터 선샤인>은 지상파 드라마와 tvN 드라마의 상황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애초 SBS와 이야기가 되고 있었지만 400억대의 제작비에 결국 편성은 tvN으로 돌아갔다. SBS 드라마국은 그 정도의 제작비는 현재의 지상파의 드라마 제작방식 안에서는 성공한다고 해도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당연히 편성을 놓을 수밖에.



하지만 스튜디오 드래곤이라는 외주제작사를 갖고 있는 tvN으로서는 다양한 방식의 외부투자가 가능하다. 또 넷플릭스를 통한 방식은 물론이고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데 있어서도 훨씬 유연하게 대처가 가능하다. 그래서 실제로 지상파 방송사들도 자회사격의 드라마 제작사를 만들려 노력하지만, 방송사 내부에서는 그게 곱게 보일 리가 없다. 내부에서 일하는 PD들이 이런 외주 형식의 제작사들에게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상파 방송사들은 드라마를 제작하는 자회사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쉽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물론 투자규모가 전부는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이미 드라마 산업은 투자가 어느 정도 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그런 단계에 들어와 있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기 때문에 작은 차이들도 쉽게 발견되고 지적된다. 지상파 드라마가 과거 플랫폼의 힘으로 이른바 ‘보편적 시청자’를 소구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가 버렸다. 이렇게 달라진 시대에는 달라진 방식의 제작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지상파의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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