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CPU 대란 오나 "웨이퍼 없어 못만든다"

권봉석 기자 입력 2018. 7. 6. 16:36 수정 2018. 7. 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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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이르면 8월부터 공급 물량에 문제 생길 것"

(지디넷코리아=권봉석 기자)이르면 오는 8월부터 인텔 프로세서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인텔 프로세서 수급 대란설'이 PC 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서 대두되고 있다.

일부 제조사는 최근 구매 담당 인력을 미국 인텔 본사로 급파해 물량 확보에 나섰으며 국내 제조사도 최근 인텔 프로세서 총판을 통해 이를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세서 뿐만 아니라 각종 반도체 제품 생산에 쓰이는 300mm 웨이퍼의 수급 문제가 그 원인으로 꼽힌다.

■ 글로벌 PC 제조사 중심으로 '대란설' 대두

'대란설'의 진원지는 국내가 아닌 해외 대형 PC 제조사다.

한 글로벌 PC 제조사 담당자에 따르면 이 문제는 지난 6월 중순부터 해외 PC 제조사를 중심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각종 프로세서 뿐만 아니라 반도체를 만드는 기초 재료인 웨이퍼의 물량 부족으로 이르면 8월부터 코어 프로세서와 펜티엄 프로세서 등 공급량이 줄어든다는 내용이다

관련 업무에 정통한 이 관계자는 "(이 문제는) 다른 회사의 구매 담당자들 뿐만 아니라 주요 부품 공급 업체 영업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에 가깝다"며 "이를 인지한 담당자들도 물밑 대응에 나서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시장조사업체 IDC가 집계한 연간 생산량 기준 5위 안에 드는 대형 업체다. 이 회사에서 프로세서 구매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와 임원도 인텔 본사와 프로세서 공급 물량 협상을 위해 이미 이번 주 초 미국으로 출장을 떠난 상황이다.

국내 중견 PC 제조사 관계자 역시 "국내 인텔 프로세서 유통사에서 오는 3분기부터 프로세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듣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년간 PC 부품 유통에 관여한 국내 관계자는 "인텔은 통상적으로 프로세서 수급에 문제가 있어도 이를 미리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인텔이 시장 혼란을 우려해 '빅5'로 불리는 레노버, HP, 에이서, 애플, 델에만 문제를 사전통보 했을 가능성도 크다.

인텔코리아는 프로세서 수급 문제에 대한 문의에 "시장의 루머에는 답변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 1년 전부터 이어진 웨이퍼 수급 경고

세계적인 웨이퍼 부족 문제에 대한 예측은 지난 해부터 지속적으로 나왔다. 전자재료 전문 분석업체인 테크세트 CA는 지난 해 7월 "실리콘 웨이퍼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품귀현상이 2018년부터 시작돼 2021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복수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전세계 반도체 시장 수요의 2/3을 신에츠반도체와 신일철주금 계열인 섬코(SUMCO) 등 일본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실리콘 잉곳(기둥). 이를 얇게 잘라 웨이퍼를 만든다. (사진=실트로닉스)


그러나 일본 전자디바이스산업신문은 지난 6월 26일자 기사를 통해 "신에츠반도체와 섬코가 주력 제품인 300mm 웨이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 투자가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일러야 2019년부터"라고 설명했다.

이 신문이 일본 경제산업성 통계를 바탕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두 업체의 300mm 웨이퍼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은 2016년 8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48% 수준이던 웨이퍼 재고는 2017년 초부터 급락해 올해 3월 시점으로 절반인 24%까지 떨어졌다.

■ 대체재 없는 프로세서, 2011년 대란 재연되나

PC를 구성하는 주요 부품 공급에 문제가 생겨 전체 시장에 문제가 생겼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7월 말 태국 중·북부 지역의 홍수로 WD와 씨게이트 등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제조사가 타격을 입었던 'HDD 대란'이 있다.

당시 전 세계 HDD 생산 시설의 25% 이상이 태국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 시장이 PC 출하 지연 등 피해를 겪었다. 국내에서도 HDD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어오르는가 하면 정체 불명의 재생 HDD까지 시장에 나도는 등 약 반 년 가까이 그 여파는 계속되었다. SSD가 부상하는 나비효과도 일으켰다.

태국 홍수 사태로 촉발된 HDD 수급 문제는 2013년 말까지 지속됐다. (사진=씨넷)

특히 HDD와 달리 PC 프로세서는 대체재가 없는 핵심 부품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인텔 프로세서를 쓰기로 계약했던 업체들이 하루 아침에 AMD 라이젠 프로세서로 돌아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개점휴업'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세서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메인보드와 메모리, 노트북용 LCD 패널 등 PC 산업을 둘러싼 전체 생태계에도 타격이 갈 수 밖에 없다. 특히 일부 유통업체들이 인위적으로 물량을 통제해 부당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권봉석 기자(bskwo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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