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보〉(33~52)=이 바둑이 두어지던 날 아침 복도에서 원성진과 딱 마주쳤다. "오늘은 이길 차례"라고 덕담을 건네자 씩 웃는다. 그 표정에서 자신감과 여유가 전달돼 왔다. 원성진과 커제는 지난해도 첫판서 만났던 사이. 특정 기전 1회전서 2년 연속 같은 상대와 대결할 확률은 매우 낮다. 둘 간 통산 전적은 3승2패로 커제가 한발 앞서 있다. 원성진 입장에선 2016년 제3회 바이링배 준결승 3번기 1국 역전패가 가장 아픈 기억일 것이다.
백이 △에 저공비행해 간 장면. 커제는 별 주저 없이 33에 붙여 막는다. 그런 뒤엔 52까지 일사천리였다. 일단 방향이 정해진 이후는 필연의 정석 수순이기 때문. 아마추어들을 위한 팁으로 참고도를 올린다. 접바둑에선 34로 1에 붙이는 꼼수가 잘 나오는데, 이때 반드시 2로 바깥쪽에서 막아야 한다. 백은 막강한 흑세를 내주고 A의 맛까지 남아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꼴이다.
52까지 일단락된 장면에서 현역 AI(인공지능) 최고수로 등장한 줴이(絶藝)는 "흑이 좋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줴이의 이 판정엔 "이후 흑이 상변 처리에서 최선의 수순을 밟을 경우"란 전제가 붙어 있었다. 줴이가 들고 있는 최선의 참고도는 어떤 내용인지 다음 보에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