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의견 안묻는 대입개편 말이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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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0개 사립대 총장 ‘미래대학포럼’

5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제3회 미래대학포럼’에서 서울 주요 10개 사립대 총장 및 학교 관계자들이 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의 기조발제를 듣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5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제3회 미래대학포럼’에서 서울 주요 10개 사립대 총장 및 학교 관계자들이 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의 기조발제를 듣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대학입시 방식을 정부가 정해 주고, 국가교육회의가 못 정하는 건 시민 400명에게 (시나리오안을) 뽑게 할 테니 대학보고 따르라고 한다. 이게 21세기 한국 고등교육에서 맞는 일인가.”

서울 시내 10개 주요 사립대 총장들이 모여 대학의 미래 발전을 고민하는 토론의 장인 ‘제3회 미래대학포럼’이 5일 이화여대에서 열렸다. 2016년 결성된 이 포럼에는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이상 가나다순) 등 10개 대학 총장들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최근 교육계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해 ‘대학입시와 대학의 자율화’를 주제로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좌장을 맡은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최근 김용학 연세대 총장과 통화하며 나눈 대화로 운을 띄웠다. 그는 “대입제도 개편 논의를 진행하는데 왜 (정부는) 단 한 번도 대학 총장들에게는 대입에 대한 생각을 묻지 않느냐는 말을 했다”며 “대학이 어떤 인재를 뽑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정부가 정해 주는 매뉴얼만 따르라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염 총장은 “세계 수천 개 대학 중 이 자리에 모인 대학들은 세계 100위권의 우수한 대학”이라며 “과연 우리 대학들이 이 정도로 자율성을 확보받지 못할 대상인가 싶다”고 말했다.

‘학생 선발권과 공공성’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한 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대한민국의 지난 25년 대입제도 개편 역사를 들여다보면 늘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줄이기’를 목표로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학들은 지금 벌어지는 수시냐 정시냐, 절대평가냐 상대평가냐 식의 논쟁에 빠지지 말고 아이들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은 “얼마 전 버스를 타고 가는데 초등학교 앞에 걸린 플래카드에 ‘실력 있는 어린이가 됩시다’라고 적힌 걸 보고 우리가 얼마나 황폐한 삶을 살고 있나를 생각했다”며 “정부가 정말 사교육을 없애고 싶다면 10년, 20년 뒤까지도 예측 가능한, 일관되고 단순한 교육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숙 총장은 “특히 지금 태어나는 우리나라 아이들은 1년에 30만 명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바로 옆 15억 인구의 중국과 비교하면 우리는 1인당 30명의 역할을 하는 아이들을 키워내야 하는데 이런 식의 제도로 과연 인재를 키울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김인철 한국외국어대 총장은 “대입제도 개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초기에 늘 시작됐던 것”이라며 “언제나 과거 정부 제도의 폐해와 부작용을 지적하고 권력 엘리트의 판단에 의해 단박에 제도를 마련하지만, 그 폐해로 인해 또다시 차기 정부에 교육개혁의 명분을 주는 과정이 똑같이 반복된다”고 비판했다.

김인철 총장은 한국의 사립대들이 처한 재정의 위기가 전체 대학 경쟁력의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모든 사립대들이 재정압박에 기자재 확충, 커리큘럼 마련 등 잘 가르치기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선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뽑은 학생들을 대학에서 어떻게 교육하고 양성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역설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박은서 기자
#대학 의견#대입개편#미래대학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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