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사태 장기화 조짐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사태 장기화 조짐

2018.07.05. 오후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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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협력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갑질 계약' 의혹까지 불거지며 파문이 확산하는 형국인데요.

여기에 아시아나항공 직원들 사이에서 사태를 키워온 경영진을 규탄하는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침묵하지 말자'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을 열었는데 하루 만에 최대 수용 인원 천 명이 다 찼고요.

두 번째 채팅방은 1시간 만에 천 명이 채워졌다고 합니다.

직원들은 이곳에서 '기내식 대란'의 원인과 회사의 미숙한 대응실태를 고발하고 있는데요.

카카오톡뿐 아니라 익명으로 운영되는 앱을 통해서도 관련 내용을 공유하는데, 이 앱 가입을 누군가 막고 있다는 의혹도 나왔습니다.

[이기준 / 아시아나 객실승무원노조 위원장 : 그 앱에서 최초의 기내식 사태 등 여러 가지 자유로운 토론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 내용은 주로 회사가 듣기에 껄끄럽거나 회사가 잘못하고 있는 내용을 꼬집는 이야기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그 블라인드 앱에 새롭게 가입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가입 시도를 했는데 그게 막혔던 상황이 이번에 제보가 됐습니다.] 

'블라인드'앱에는 "아시아나 승무원들이 현장에서 총알받이를 하고, 무릎으로 사과하면서 기어 다닌다"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데요.

듣기도 황당한 욕을 섞는 등 불만을 표시하는 승객들의 항의가 도가 지나치기도 합니다.

실제 항의하는 승객의 목소리가 누군가에 의해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아시아나 탑승 승객 : 미안하단 소리 안 해? XXXX. 확 씨! XXXX. 나 잡아가라면 잡아가라고 그래!]

[이기준 / 아시아나 객실승무원노조 위원장 : 저 같은 경우에는 연차도 있고 남자이기도 하고 나이가 좀 있기 때문에 그렇게 심하게는 안 하시는데 저런 욕들을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듣는다고 생각하면 정말 아찔한 노릇입니다.]

이런 가운데 사태 발생 초기, 아시아나 항공이 기내식 문제가 불거진 사실을 승객들에게 숨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매출 타격을 우려해 승객들의 불편에는 눈감았다는 겁니다.

이하린 기자의 리포트 보시죠.

[기자]
지난 1일, 하노이에서 인천으로 돌아올 예정이던 승객 A씨는 영문도 모른 채 4시간 동안 연착된 비행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먼저 도착해야 할 항공기가 연착돼 출발하지 못하는 '연결편 문제'라는 설명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내식 대란'이 언론에 알려지고, 승객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나서야 기내식 때문에 문제가 생긴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아시아나 항공 승객 A씨 : 항공기 연결이라고 하면 기내 점검인지, 악천후인지, 공항 사정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는데 두루뭉술하게….]

무더기 해약사태가 빚어질 것을 우려해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겁니다.

익명 게시판 등에는 이 사태가 예견된 것이었고 회사가 초기 상황을 숨긴 게 사태를 키웠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 승무원은 '기내식 대란' 발생 초기 기내식 선적 지연 사실을 승객들에게 일체 알리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증언했습니다.

승객 식사를 포함해 승무원 식사도 실리지 않을 거란 사실을 알고, 일부 직원은 요깃거리를 미리 구매해 회사 비용으로 처리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시아나 항공 승객 A씨 : 기내식 하나보다는 승객의 일정이 중요하거든요. 얘기를 하면 이해를 할 수도 있는데…. 기내식에 대한 부분을 치부를 감추려고 하고 승객을 기만하려고 한 부분에 대해서 억울한 부분이 있죠.]

지난 1일부터 사흘 동안 기내식을 싣지 못한 비행기는 절반에 육박하고, 특히 지난 3일에는 10편 가운데 6편이 밥 없이 출발하는 등 '기내식 대란'이 언제 끝날지 불투명한 상황.

매출 손실을 막기에 급급했던 아시아나의 소극적인 대처가 승객들의 불편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YTN 이하린입니다.

[앵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결국 공식 사과했습니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그룹 총수가 직접 사태 수습에 나선 겁니다. 이어서 강진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박삼구 회장과 김수천 사장 등 아시아나항공 최고 경영진이 공개석상에 나와 머리를 숙였습니다.

지난 1일 기내식 대란이 시작된 지 사흘 만입니다.

박 회장은 우선 여객기에 기내식이 제대로 실리지 않은 '초유의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입을 열었습니다.

[박삼구 /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태로 인해서 불편을 끼친 승객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서 유감,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납품기일을 맞추지 못한 협력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의 도의적 책임도 인정했습니다.

[박삼구 /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불행한 일을 당하게 돼 무척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유족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사태의 원인과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은 조목조목 부인했습니다.

특히 금호타이어 인수 등 그룹 재건을 위한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무리하게 기내식 공급업체를 바꿨다는 주장은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새 업체의 계약조건이 기존보다 좋아 바꿨을 뿐, 그 업체의 모기업이 1,600억 원 상당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투자한 점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박삼구 /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게이트고르메와 LSG는 계약대 계약이고, 하이난 그룹과는 별도의 전략적인 파트너를 한 것이다.]

박 회장과 박 회장의 며느리, 손자가 탄 비행기에는 기내식이 정상 지급됐다는 의혹도 해명했습니다.

[박삼구 /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밀(기내식)이 나간 것도 있고 간편한 밀이 나간 비행기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공급이 차츰 안정되고 있다며, 늦어도 이번 주말까지는 운항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오는 6일 경영진의 책임을 묻고, 박삼구 회장의 '갑질과 비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기내식 대란으로 촉발된 사태가 대한항공처럼 총수 일가에 대한 폭로 양상으로 확대될지 주목됩니다.

YTN 강진원[jinwon@ytn.co.kr]입니다.

[앵커]
아시아나항공사 직원들은 내일(6일)부터 8일까지, 박삼구 회장의 갑의 횡포 의혹 등을 폭로하는 집회를 열기로 결의했습니다.

얼마 전, 한진그룹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대한항공 직원들이 이렇게 가면이나 마스크를 쓰고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집회를 열었었죠.

아시아나도 마찬가지로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 마스크나 가면을 쓰고 유니폼이나 검은색 옷을 입기로 했습니다.

검은색 옷은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대표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추모하기 위한 겁니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 행태도 개탄스러운데 아시아나까지.

양대 항공사가 번갈아가며 논란을 일으키며 국적기에 대한 불신만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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