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같아"...승무원에게 직접 듣는 '기내식 대란'

"지옥같아"...승무원에게 직접 듣는 '기내식 대란'

2018.07.05. 오전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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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준 /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 노조 위원장

[앵커]
기내식이 없으면 가장 불편한 사람들은 승객들이죠. 그런데 또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승무원들도 말 못할 사정이 많다고 합니다. 사실 승무원들 잘못도 아닌데요.

최일선에서 승객들의 쏟아지는 불만을 받아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승무원들의 얘기를 잠깐 들어보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기내식 대란, 승무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짚어봅니다.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노조 이기준 위원장이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위원장님도 기내식 대란 이후에 근무한 적이 있으실 것 같은데 지금 어느 정도나 됩니까, 이 상황이?

[인터뷰]
저도 이번 기내식 대란 최초 시작한 날 비행을 했고요. 필리핀에 다녀왔는데 대단히 힘들고 슬픈 비행을 다녀온 것 같습니다. 승무원도 마찬가지고요.

[앵커]
슬픈 비행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어느 정도였습니까, 상황이?

[인터뷰]
출발할 때부터 이미 지연이 돼 있었고요. 그리고 승객들 식사가 실리지 않아서 손님들에게 바우처가 지급됐었고 항공기 탑승해서 3~4시간 정도 비행 시간이 남았었는데 계속 기내 면세품 판매가 이어져서 결국 승무원들 식사도 못했고 결국 탑재도 되지 않았었거든요.

그래서 목적지에 도착을 해서 인천공항에서 구입한 햄버거를 숙소로 가는 버스 안에서 먹거나 그리고 너무 피곤해서 자고 그 다음 날 굳어버린 햄버거를 먹고 다시 돌아온 기억이 있습니다.

[앵커]
잠깐만요. 그러니까 일단 몇 가지가 지금 나오는데 기내식을 밀이라고 하잖아요, 승무원들께서 표현하기를.

그 밀이 안 들어가는 대신 바우처를 주는데 이 바우처가 비행기 안에서 면세품 사는 데 쓰는 바우처라는 거죠?

[인터뷰]
면세품 살 수 있는 바우처입니다.

[앵커]
그러다 보니까 항공사 입장에서는 이 바우처를 통해서 계속 물건을 팔아야 되는 입장이라 비행기가 거의 착륙하기 얼마 전부터는 면세품 못 팔잖아요.

그걸 지나서까지 팔게 했다는 겁니까?

[인터뷰]
정확하게 말씀을 드리면 비행 시간이 긴 구간은 계속해서 진행을 할 수가 있겠죠. 그러나 비행 시간이 짧은 구간은 비행 착륙 단계, 비행 중요 단계라고 저희들은 말을 하는데 비행 중요 단계 이전에 면세품 판매가 종료가 되고 안전 활동을 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손님들께서 계속해서 바우처으로 기내 면세품을 구입하길 원하시고 또 안내드린 면세품이 품절되는 경우에는 계속해서 응대를 해드려야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시작된 기내 면세품 판매 종료가 안 되는 거죠.

[앵커]
그렇겠네요. 그러니까 승객 입장에서는 이거 바우처 받은 김에 여기에서 빨리 써버리고 싶은 생각이 많으시니까 계속 바우처로 물건을 사시려는 분이 많았고 그러다 보니까 계속 판매 시간이 지연됐군요?

[인터뷰]
맞습니다.

[앵커]
이 얘기는 잠시 뒤에 다시 한 번 짚어보도록 하고요. 제일 중요한 게 항의하시는 승객들 있잖아요. 저는 그걸 여쭤보고 싶습니다.

항의하는 승객들은 승무원들이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하지만 승무원들이 다 그걸 받아줘야 될 것 같은데 어느 정도나 항의를 하고 있습니까?

[인터뷰]
지금 저희 단체 채팅방에 올라와 있는 내용을 보면 탑승하시는 게이트에서 쌍욕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실제로 그 내용이 누군가가 촬영을 해서 저희에게 제보를 한 내용이 있어요.

[앵커]
잠시만요, 그걸 잠깐 듣도록 할까요? 저희들이 확보한 게 있는데요. 잠깐만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들어보시죠.

[욕설 승객 : 미안하다는 소리 안 해? 확... 나 잡아가려면 잡아가라고 그래. XX놈들아. 미안한 줄 알아야지.]

[앵커]
저도 사실 방송 전에 이거 잠깐 들어봤는데요. 진짜 앞에서 들으면 정말 황당한 욕들을 많이 하십니다. 이 정도로 또 욕을 하시는 분도 있군요.

[인터뷰]
네. 저 같은 경우에는 연차도 있고 남자이기도 하고 나이가 좀 있기 때문에 그렇게 심하게는 안 하시는데 저런 욕들을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듣는다고 생각하면 정말 아찔한 노릇입니다.

[앵커]
저 욕이 대부분 여성을 향한... 이런 표현 저도 쓰기 싫습니다만 저 욕에 맞춰서 얘기하면 쌍욕이 많았습니다.

여성을 비하하는 쌍욕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장거리 노선 위주로 기내식이 실린다고 하던데 그러면 승무원들, 기장들 식사는 하십니까, 어떻습니까, 상황이?

[인터뷰]
최초에는 손님들과 승무원 식사가 전부 다 탑재가 동일하게 되지 않은 비행기가 많았었고요. 요즘은 장거리 위주로 탑재를 하고 있고 또 단거리 같은 경우에는 노 밀로 출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내식 업체에서도 승무원들 식사를 최우선적으로 탑재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희 승무원들 입장에서는 손님들께서 식사를 안 하시는데 저희 승무원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직업적 마인드는 가지고 있지 않거든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면세품이 계속해서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단거리 구간은 사실상 저희 승무원들이 식사를 하기 어렵다고 봐야 됩니다.

[앵커]
그리고 게다가 나온 음식도 지금 사진이 나오고 있는데 처음부터 사진을 다시 한 번 보여주시죠. 제가 간단하게 설명을 좀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지금 바우처 30달러 쿠폰도 있는데요. 이게 불고기백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고기랑 밥만 달랑 나옵니다.

저게 다래요. 그리고 사과가 나오는데 언제 깎았는지 모를 정도로 저렇게 누렇게 변해 있다고 합니다.

보통 저건 몇 시간 한참 지나서고요. 그리고 이게 기내식인데 앞에 쿠폰이 있고요. 빵 몇 조각 있고 메인디시라고 하죠. 이건 없습니다.

메인디시 대신 쿠폰을 준 거라고 합니다. 이게 문제가 되는 게 어디는 들어가고 어디는 안 들어가고 그리고 들어가더라도 부실하고 이게 다 중구난방이라면서요.

그러니까 승무원들도 비행기를 타 본 다음에 기내식이 어떤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얘기를 하시던데요. 어떻습니까?

[인터뷰]
그렇게 지금 알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미리 대처가 안 되고 또 어떤 경우는 노 밀 플라이트, 그러니까 기내식이 안 들어가는 비행기 같은 경우는 문자가 먼저 오잖아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기내에 도착할 즈음에 상황을 전달해 주죠.

[앵커]
그런데 막상 비행기를 타 보니까 비행기 안에 밀이 들어 있더래요.

[인터뷰]
그런 일이 있었다는 제보가 지금 올라오고 있고요. 사진도 확보가 돼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러면 그때는 어떻게 처분을 했나요?

[인터뷰]
지금 저희 단톡방에 올라와 있는 내용을 보면 손님들이 타실 비행기에 기내식이 탑재가 안 될 예정이고 그로 인해서 보상으로 바우처가 지급된다라고 미리 결정을 하고 손님들한테 공지가 나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승무원들이 막상 비행기에 타보니 간편식이, 멕시코 사람들이 밀가루로 싸서 먹는 브리또 같은 게 탑재가 돼 있더래요.

[앵커]
간식으로 나오는 거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미 손님들한테는 탑재가 안 될 거다. 그래서 바우처를 제공한다고 말씀드렸기 때문에 기내에 밀이 실려 있는 브리또를 서비스하기 어렵다라고 또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 탑재돼 있는 브리또를 서비스 못 했다는 그런 제보가 올라와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그거는 저렇게 화면에 나옵니다마는 그냥 버려졌네요?

[인터뷰]
그렇게 올라와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못 드린다고 얘기했는데 갑자기 또 음식이 와 있으면 이건 또 뭐냐, 일 제대로 하는 거냐. 이런 얘기도 나올 수 있고 여러 가지 말이 나올 수 있으니까 아예 서비스를 못 했고 음식은 저렇게 버려지고.

[인터뷰]
네, 그렇게 지금 단톡방에 제보가 되고 있더라고요.

[앵커]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단톡방 얘기하셨는데 이런 사례들을 계속 승객들과 관련된 일 또는 기내식과 관련된 얘기를 승무원들이 단체 카톡방, 단체 대화방에 올리면서 공유를 해야 되는데 이걸 가입하지 말라, 이런 회사 측의 방침이 내려왔었습니까, 혹시?

[인터뷰]
단톡방에 올라와 있는 내용을 보는 저희 오픈 채팅방은 누구나 다 자유롭게 가입을 할 수 있고요.

블라인드라고 하는 직장인 익명 앱이라고 하는 게 있거든요. 그 앱에서 최초의 기내식 사태 등 여러 가지 자유로운 토론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 내용은 주로 회사가 듣기에 껄끄럽거나 회사가 잘 못하고 있는 내용들을 꼬집는 이야기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그 블라인드 앱에 새롭게 가입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가입을 시도를 했는데 그게 좀 막혔던 상황이 이번에 제보가 되었습니다.

[앵커]
한때 다른 항공사 사태 때 직원들을 상대로 이런 비슷한 일이 있어서 문제가 됐었는데 이걸 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고요.

어제 박삼구 회장이 기자회견 했었잖아요. 직원들은 그 기자회견 내용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요?

[인터뷰]
저희 항공사 직원들 특성상 기자회견을 직접 보거나 그럴 수는 없고요. 언론 제보를 통해서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요즘에는 SNS를 통해서 기자회견에 대한 실시간 반응들 이런 것들도 같이 올라오고 있거든요. 한마디로 알맹이 없는 회견이었다.

그리고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지 그걸 먼저 좀 보듬고 나서 이야기를 했어야 되는 건데 너무 좀 기자회견을 위한 기자회견이 아니었었나라는 이야기가 저희 단체 채팅방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또 직원의 입장이기 때문에 회장님 기자회견에 대해서 지금 발언에 신중을 기하시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만 짚고 넘어가죠. 기자회견 내용 중에서 박삼구 회장이 다른 항공사를 거론하는 부분이 있어요.

이게 지금 직원들이 황당하다고 생각을 한다던데 그 얘기를 한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삼구 /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또 극단적으로는 대한항공에서 도와주면해결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죄송스럽게도 협조를 못 받았습니다. 제가 항공산업을 하지만 서로 협력할 것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앵커]
대한항공에서 좀 도와줬으면, 이런 얘기를 하는 것 같던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까?

[인터뷰]
회장님께서도 기자회견을 하면서 그 발언을 하실 당시에 극단적이라는 표현을 쓰셨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극단적이라는 표현은 하나의 아이디어나 이런 것들을 열어놓고 했던 이야기 같은데 기자회견에서 이야기할 것은 아니었던 것 같고요.

또 공교롭게도 대한항공이 도와주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온 직후에 대한항공 측에서 아시아나 기내식 사태에 도움을 주겠다라고 하는 언론 플레이를 하고도 있어요.

그래서 이 두 회사가 최고 경영진들께서 핑퐁을 하시는 게 아닌가라고 하는 지금 어이없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좀 다른 방향으로 진행이 되는 일이 있었죠. 칭타오 가는 비행기에 이른바 회장님 가족들이 탔는데 거기에는 기내식이 제대로 들어갔대요. 그 얘기 들으셨죠?

[인터뷰]
그렇습니다.

[앵커]
그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회장님 입장이라면 내 비행기 안에 들어오는지 안 들어오는지 알고 있다면 적어도 다른 손님들한테 먼저 가지 않겠냐라는 이런 반응도 보였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인터뷰]
당연히 그것이 맞고요. 그런데 지금 회사가 주장하고 있는 상황은 당일 항공편이 새벽에 출발하는 거였고 기내식 대란 첫날이었기 때문에 새벽 출발 비행기들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기내식을 탑재하고 출발했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단톡방에 올라와 있는 7월 1일 출발편들을 쭉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은 비행기들이 좀 있어서 확인을 좀 더 해봐야 되지 않겠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 시간대 나가는 비행기 중에는 이른바 밀이 들어간 곳도 있지만 안 들어가는 비행기도 있었다.

[인터뷰]
네, 그렇게 제보가 올라오고 있거든요.

[앵커]
칭타오까지 1시간에서 1시간 반 사이면 가잖아요.

[인터뷰]
그 정도 예상됩니다.

[앵커]
그런 단거리 비행을 하는 비행기 안에 회장님이 타고 있었던 비행기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습니다마는 따뜻하게 음식이 제공이 됐다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면서 각종 제보가 이어지는데 근무환경과 관련된 문제도 있지만 총수일가의 비리와 관련된 이런 일까지 계속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고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지금 현재 단톡방에는 이번에 기내식 사태에 관련된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간에 저희 직원들이 근무를 해오면서 환경이나 복지나 그리고 또 단톡방에 있는 직원들이 여러 부분에...
객실 승무원, 조종사, 정비사, 영업직원, 일반 직원 등등이 있어서 그들이 지금 근무를 하면서 느꼈던 불합리한 것과 비이성적인 것들에 대한 반응들과 이런 것들을 단톡방에 제보하고 있고 구체적인 상황들을 열거를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 내용들을 지금 확인하고 있고 또 확인이 되는 것들은 언론을 통해서 팩트체크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관련돼서 지금 직원들의 목소리를 모아가기 위한 집회가 있다 이런 말씀을 저희가 잠깐 들었는데요. 어떤 건지 설명을 해 주시죠.

[인터뷰]
이번 기내식 사태로 촉발된 저희 직원들의 분노를 모아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겠고요.

그리고 또 저희 단톡방에 올라와 있는 기내식 사태 이외의 것들, 그런 내용들에 대해서 개선하고 밝힐 것은 밝히고 또 책임을 물을 건 물으려고 하는 그런 저희들의 집단적인 행동을 준비하고 있고요.

가장 빠른 날짜는 오는 금요일, 18시부터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저희들이 집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앵커]
회사 측에서 카메라 들고 채증하지 않을까요, 걱정되지 않으세요?

[인터뷰]
물론 우려가 되기 때문에 채증 또는 신변 노출에 대한 불안이 있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또 아직 연수가 얼마 안 된 주니어 직원들도 있기 때문에 할 수 있으면 가면이나 마스크, 그런 것들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대한항공도 대한항공이지만 아시아나항공도 지금 회사 차원의 큰 위기를 맞고 있는데요.

다른 것보다도 일부, 극히 일부, 몰지각한이라는 표현도 써야 될 것 같습니다. 몰지각한 승객들이 쌍욕을 해대는 그런 상황 앞에서 묵묵히 근무하고 있는 승무원들의 목소리도 들어볼 필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회장님도 좀 열심히 들어줬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노조 이기준 노조위원장이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인터뷰]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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