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문 3분만에 녹아"..새 아파트 1028가구에 하자 2만개

2018. 7. 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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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극히 상식을 요구합니다. 물 새지 않고 창호가 언제 떨어질지 몰라 두려워하지 않는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가 빗물에 침수되지 않는 아파트, 불에 녹지 않는 방화문이 설치된 아파트."

지난 3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문형리 600번지 일대에 새로 지은 '오포문형지역주택조합'의 '양우내안애' 아파트는 물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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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우건설 시공 '오포 양우내안애'
비 오면 주차장·놀이터 물바다
계단 금 가고 벽엔 곰팡이 피고
가구·싱크대는 발암물질 범벅
건설사, 주민 항의에 추가분담 요구
신동헌 광주시장 "전수조사해 부실검증"

[한겨레]

‘오포 양우내안애’ 아파트에 시공된 현관 방화문 내화실험 장면. 열을 가한 지 3분가량이 지나자 문이 휘어지며(왼쪽 붉은색 부분) 방화문 안쪽의 불길이 보인다. 오포문형지역주택조합 제공

“우리는 지극히 상식을 요구합니다. 물 새지 않고 창호가 언제 떨어질지 몰라 두려워하지 않는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가 빗물에 침수되지 않는 아파트, 불에 녹지 않는 방화문이 설치된 아파트….”

지난 3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문형리 600번지 일대에 새로 지은 ‘오포문형지역주택조합’의 ‘양우내안애’ 아파트는 물바다였다. 50~60대 여성 노동자들이 주차장에 고인 물을 걸레로 닦아 짜내고 또 짜냈다. 기계실은 물이 뚝뚝 털어졌고, 주차장 벽면을 훑어내자 겨울철 성에가 꼈다가 녹을 때처럼 물이 주르륵 흘렀다.

지난달 28일 오후 세종시 국토부 앞에서 경기도 광주시 오포문형지역주택조합 조합원 300여명이 양우건설의 아파트 부실시공을 규탄하며 대책마련을 호소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오포문형지역주택조합 제공
3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오포 양우내안애’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어귀. 모래주머니로 빗물이 흘러드는 것을 막고 있다.

야산과 맞닿은 아파트 뒤 보도는 배수로가 없어 보도에 물이 그대로 흘렀다. 쓸려 온 흙은 아파트 단지 상가 앞문도 막아버렸다. 조경수를 심은 흙은 갯벌처럼 신발이 쑥 빨려 들어갔다. 아파트 1층에서 지하주차장으로 통하는 계단은 모래주머니로 빗물을 틀어막아 마치 수해를 당한 것처럼 보였다.

양우건설이 시공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물빼기 작업을 하고 있다.

양우건설㈜이 지은 이 아파트는 지하 3층, 지상 9~23층 15개 동으로 이뤄져 지난달 30일 준공 예정이었다. 84㎡(25평)짜리 1028가구 규모다. 그러나 지난 5월 11~13일 704가구 참여해 아파트를 사전점검한 입주예정자(조합원)들은 1만3500건의 하자를 발견했다. 때문에 지난달 8~10일 2차 점검을 했다. 두 차례 이뤄진 점검에서 2만1703건의 하자가 나왔다.

조합원들은 거의 모든 집에서 창호 섀시가 고정이 안 돼 문을 여닫을 때마다 심하게 흔들리는 현상을 발견했다. 또 벽과 계단의 균열, 화장실 누수와 결로 현상도 심각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조합은 “지난달 29일 가구와 싱크대의 자재 시료를 채취해 한 기관에서 시험한 결과 신경계통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이 기준치의 3.18배가 검출됐다. 또 발암 우려가 큰 폼알데하이드와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모두 기준치의 4.87배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합 쪽은 지난달 25일 건설화재에너지연구원에 현관 방화문 내화실험을 한 결과, 3분여가 지나자 틈이 벌어져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고 반발했다. 방화문은 적어도 1시간을 연기와 화염을 차단해야 한다. 여기에 5개동은 지하주차장과 엘리베이터가 연결되지 않았다.

허찬 오포문형지역주택조합장은 “건설사가 하자보수 요구를 묵살하고 행정명령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이의제기 등으로) 준공이 지연돼 발생하는 손실은 조합원들에게 물리겠다는 식의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양우건설은 현재 가구별 7200만원씩 모두 338억원의 추가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다.

양우건설은 이에 대해 “모든 시공은 설계대로 진행됐고, 방화문이나 가구도 모두 인증제품을 썼다. 시공과정에서 경미한 하자는 있을 수 있지만 이미 경기도품질점검과 민관합동점검에서도 구조적 하자가 없는 아파트로 인정받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광주시나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시험은 적법한 기관에서 적법한 방법이라면 얼마든지 다시 할 수 있다. 경미한 하자는 모두 처리할 것이다. 일부 조합원들이 적합하지 않은 방식으로 각종 시험을 벌여 건설사를 음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광주시는 지난달 29일 방화문 내화성능과 가구 시험결과서, 누수 정밀진단 등의 결과 보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신동헌 광주시장은 “전수조사 등을 통해 주민들의 주장을 검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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