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잡스가 싫어하는 제품 만들고 있다

박순찬 기자 2018. 7. 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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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폰 화면 '잡스 고집' 접어
삼성보다 큰 6인치대 제품 선봬

애플이 올해 9월 6인치대 대화면 스마트폰을 내놓는다. 이번에 나오는 아이폰은 총 3종으로 6.5인치 제품이 포함돼 있다. 삼성이 다음 달 공개하는 갤럭시노트9(6.4인치)보다 화면이 0.1인치 크다. 지난 2일(현지 시각) 해외 IT 전문 매체와 스마트폰 전문 블로거가 공개한 아이폰 신제품 모형과 액세서리 사진에서도 6.5인치 아이폰이 등장했다. 애플의 스마트폰 화면 크기가 삼성을 넘어서는 것은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애플 창업자였던 고(故) 스티브 잡스는 3.5인치 화면의 아이폰을 고집했다. 하지만 애플은 2011년 잡스가 세상을 떠난 후 조금씩 화면을 키우더니 이번에는 아예 삼성 갤럭시노트를 넘어서는 대화면 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삼성과 7년간 끌어온 소송을 전격적으로 취하했다. 애플에서 잡스의 유산(遺産)이 사라져가는 신호가 최근 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잡스의 '화면 고집' 완전히 접은 애플

잡스는 스마트폰의 화면 크기에 집착했던 인물이다. '아이폰은 반드시 한 손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며 대화면 제품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2011년까지 모든 아이폰은 3.5인치의 화면을 고수했다. 반면 같은 해 삼성전자는 5.3인치 갤럭시노트를 처음 출시하며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을 열었다. 삼성의 전략이 적중하면서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자 경쟁사들도 속속 대화면 경쟁에 뛰어들었다. 애플도 잡스가 사망한 이듬해인 2012년부터 슬그머니 화면을 4인치→5.5인치→5.8인치로 키웠고 결국 삼성까지 넘어선 것이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성장성 높은 대화면 폰 시장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5인치 이상 대화면 폰의 시장 점유율이 지난 2016년 53.5%에서 2022년에는 80.3%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샤오미는 태블릿PC와 비슷한 6.9인치 대화면의 스마트폰 '미맥스3'를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다.

잡스는 태블릿PC에서도 9.7인치 화면의 아이패드를 고수하면서 삼성의 7인치대 태블릿PC는 '도착 즉시 사망(DOA· Death On Arrival)'이라고 깎아내렸다. 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다음 해인 2012년 애플은 7.9인치짜리 아이패드 미니를 슬그머니 출시해 시장의 호평을 받았다.

삼성과 소송 취하, 전자펜도 출시

지난달 애플이 삼성전자와 7년간 끌어온 디자인·특허 침해 분쟁을 합의한 것도 잡스 유산을 청산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이 소송은 잡스가 주도했었다. 그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선두 주자인 삼성 갤럭시폰이 아이폰을 베꼈다며 삼성을 '카피캣(copycat· 모방자)'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세계 9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안드로이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면 핵전쟁(Thermonuclear war)도 불사하겠다"고까지 했다. 잡스가 소송을 처음 제기한 2011년 4월은 그가 췌장암으로 숨지기 불과 6개월 전이었다. 하지만 애플의 팀 쿡 CEO(최고경영자)는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3년 만인 2014년 삼성과 미국 이외 국가의 모든 소송을 취하하는 데 합의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미국에서의 소송까지 모두 접었다.

애플이 전자펜을 출시한 것도 잡스의 생각과는 다른 행보다. 잡스는 손가락이 '최고의 조작 도구'라는 신념으로 전자펜을 혐오했지만, 애플은 2015년 아이패드용 전자펜인 애플펜슬을 출시했고 호환 기기도 점차 늘리고 있다.

애플의 변신에 대해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잡스 사후(死後) 애플이 유연해지면서 실적이 더욱 성장했다는 평가와, 반대로 애플만의 독창성이 사라졌다는 비판이 공존하고 있다.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애플의 전략 변화에는 중국 스마트폰의 급성장으로 스마트폰 시장 경쟁 구도가 더 이상 애플 대(對) 삼성의 양자 대결이 아니라 다변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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