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하우스헬퍼’라는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직업의 전문성과 일상 풍경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여기에 하루하루를 고되게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청춘(靑春)들이 가세했다.

4일 밤 첫 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극본 김지선·연출 전우성) 1, 2회에서는 완벽한 남자 하우스 헬퍼 김지운(하석진)과 집도 일상도 복잡한 여성 임다영(보나), 윤상아(고원희), 한소미(서은아), 강혜주(전수진), 변호사 권진국(이지훈)을 둘러싼 인생사가 그려졌다.

이날 오프닝에서는 하우스헬퍼로 살아가는 다소 까칠하고 시크한 김지운의 캐릭터성이 묘사됐다. 그런 지운과 얽히고설키게 될 여자는 임다영이었다. 그는 광고회사의 늦깎이 인턴이지만 융통성과 인내심도 있는, 야무진 청춘이었다.

다영은 광고회사에서 상사들과 어우러지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등 차분하게 능력을 어필해갔다. 회사생활만큼은 괜찮게 하는 아가씨였던 것. 다영은 정규직이 되고 싶다며 친구 강혜주에게 일상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다영의 일상은 고되지만 어떤 직장인이든 겪을 법한 평범한 애환으로 점철돼 있었다. 정규직 선배들은 다영에게 잔심부름을 시키는가 하면, 그를 회식 자리에 부르기도 했다. 다영은 그 모든 순간을 이 악물고 참고 버텨내야 했다.

다영과 과거 학창시절 몽돌 삼총사로 지낸 상아, 소미의 캐릭터성도 묘사됐다. 상아는 화려한 곳으로 높이 올라가고 싶은 허세가 있는 여자였다. 잘 나가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상아는 과거 학창시절과는 이별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반면 소미는 내성적이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아 두려움을 가진 듯한 상태였다.

아울러 하우스헬퍼라는 독특한 직업적 설정을 주연으로 내세운 만큼, 하우스헬퍼가 하는 일도 크로키처럼 빠르고 인상적으로 묘사됐다. 주연인 김지운은 각 가정을 돌아다니며 깔끔하게 완벽하게 집을 정리해냈고, 그의 독특한 직업성이 드라마의 이변으로 부각됐다. 방송 말미, 지운이 암울한 과거사를 가졌다는 사실도 암시되며 극적 기대감을 높였다.



‘당신의 하우스웰퍼’는 인기리에 연재된 동명의 웹툰 원작을 드라마로 리메이크한 케이스다. 웹툰의 원작 팬이 많고, 웹툰 속 캐릭터들이 워낙 생생했던 만큼 드라마화에 많은 이들의 기대감이 쏠렸다.

원작 팬들에겐 웹툰과 드라마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원작 팬들이 아니라도, 일반 시청자들로선 하우스헬퍼를 주인공으로 세운 최초의 지상파 드라마 설정에 우선적인 시선을 빼앗길만했다. 여기에 각 배우들이 소화한 현실적이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던 편이다.

드라마는 일견 생활에 밀착해 청춘남녀들의 생생한 애환과 이따금 찾아오는 고독을 그려내는데 집중했다. 밥도 못 먹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며, 공중전화를 통한 생명의 전화와 대화를 나누는 다영의 모습은 청춘드르이 모습 그 자체였다. 이 같은 젊은이들의 희노애락 일상사 스토리는 앞선 tvN 인기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시즌이나 '혼술남녀'를 떠올리게도 만들었다.

주인공 하우스헬퍼 김지운의 독보적 캐릭터성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김지운은 하석진 특유의 ‘차도남’ 이미지와 맞물려 이색적인 매력으로 거듭났다. 여기에 우주소녀 멤버이자 연기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임다영의 단아한 외모 역시, 웹툰 속 여주인공과 싱크로율이 맞아 떨어지며 시청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일조했다.

첫 방송의 분위기와 설정은 웹툰의 발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드라마는 웹툰의 전개를 고스란히 답습할까. 아니면 로맨스 등을 추가 삽입하며 좀 더 다른 해석을 덧붙일까. 드라마 측이 강조한 청춘드라마로서의 정체성과 ‘치유’의 감성이 고스란히 녹아날 수 있을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포스터, K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