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할머니 죄송합니다.." 돈봉투 남기고 세상 등진 父子

김동욱 2018. 7. 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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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할머니 정말 죄송합니다."

지난 3일 오후 1시16분 전북 남원시 동충동 한 주택에서 경찰에 의해 발견된 A(71)씨와 아들 B(37)씨 부자 시신 옆 TV 선반 위에는 이런 글귀가 쓰인 편지봉투 하나가 발견됐다.

경찰은 봉투 속 돈이 이들 부자가 받은 한 달 기초생활수급비 85만원과 남원시에서 '주거급여' 명목으로 지원하는 월세와 공과금, A씨에게 지급된 노인연금을 합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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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서 숨진 지 한 달 만에 발견 / 대장암 투병에 신병 비관 가능성 / 남긴 돈 121만원 장례비로 사용

“주인 할머니 정말 죄송합니다.”

지난 3일 오후 1시16분 전북 남원시 동충동 한 주택에서 경찰에 의해 발견된 A(71)씨와 아들 B(37)씨 부자 시신 옆 TV 선반 위에는 이런 글귀가 쓰인 편지봉투 하나가 발견됐다. 노란 봉투 안에는 현금 121만원이 들어 있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이들 부자는 지난 16년간 단독주택에 달린 별채에서 월세 10만원을 내고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부자가 적지 않은 돈을 고스란히 놔둔 이유는 그동안 집주인에게 가졌을 감사함과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된 미안함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봉투 속 돈이 이들 부자가 받은 한 달 기초생활수급비 85만원과 남원시에서 ‘주거급여’ 명목으로 지원하는 월세와 공과금, A씨에게 지급된 노인연금을 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유언처럼 봉투에 남긴 말은 B씨가 썼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씨는 2015년 대장암 판정을 받은 이후 4년째 투병 중이었다. B씨가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남원시청에서 자활 근로를 하며 병간호에 매달려 왔지만, 아버지는 최근 말기 암인 4기로 악화했다. 아들도 건강이 나빴다. 그는 결핵에 이어 최근에는 우울증에 시달려왔다고 한다.

이들 부자의 주검은 집주인의 연락을 받은 담당 사회복지사의 신고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숨진 지 한 달가량 지난 것으로 봤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생활고보다는 신병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들은 그동안 월세나 공과금 등을 연체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병원 치료비도 남원시에서 지원을 받아왔다.

집주인은 “아버지가 워낙 점잖고 아들도 심성이 착해 그동안 큰소리 한번 치는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였다”며 “부족한 살림에도 수도·전기 등 공과금을 한 푼이라도 더 내려고 나설 정도로 주위에 피해를 끼치지 않았던 분들이었기에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과 집주인은 이들이 남긴 121만원을 장례비용으로 쓸 예정이다.

남원=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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