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기내식 대란' 대국민 사과..딸 채용 논란엔 "예쁘게 봐달라"
[경향신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기내식 대란’과 ‘갑질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했다.
박 회장은 4일 오후 5시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본사 26층 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나 기내식 사태로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임원진과 함께 허리를 숙여 공식 사과했다. 또 기내식 공급 압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협력회사 사장에 대해 “불행한 일을 당한 데 대해 무척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유족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삼구 회장은 “7월 2일 오전에 (협력회사 사장의 자살) 사고 소식을 접했으나 중국에 연세대학교 총동문회장으로 참석할 수밖에 없던 병원 관련 행사가 있어 일찍 오지 못했다”면서 기내식 문제로 인한 지연출발, 승무원들의 불편 등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박 회장은 그러나 LSG코리아에서 새로운 케이터링 서비스로 업체를 바꾸는 과정에 금호홀딩스에 ‘1600억원 투자’를 둘러싼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해”라고 일축했다. LSG 측과 15년 전 맺은 기내식 공급계약이 불리하고 원가공개 등에 있어서 불투명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또 경험이 없는 가정주부 딸을 금호리조트 상무로 앉힌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는 “여성도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며 “예쁘게 봐달라”고 말했다. 중국 출장 비행기에 다른 비행기에 부족했던 기내식이 실렸다는 ‘의전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한편 여름 극성수기에 기내식 정상화에 대해서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기내식 생산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있지만 7월말8초까지 확실하게 차질없이 대비할 수 있도록 여러 생산 시스템과 공정, 직원들 훈련을 철저하게 추진해서 다시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기내식 대란’을 둘러싼 여론이 2일 협력업체 사장의 자살을 계기로 급격히 악화되자 중국 출장을 접고 3일 긴급 귀국해 대책 마련에 골몰해왔다.
다음은 박 회장 일문일답.
- 지난 15년간 관계를 잘 이어왔던 기내식 납품업체와 투자금 때문에 틀어졌다는 게 사실인가.
“그 부분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 LSG 때 IMF 때 케이터링 합작으로 당시 아시아나가 어려운 상태에서 80대 20으로 합작을 했다. 그게 2003년이다. 계약이 5년 단위로 계약을 하되 2번씩 연장한다고 계약이 되어있다. 그래서 2003년도부터 2번의 연장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우리가 가진 거지 15년까지는 하는걸로 합의가 돼있었다. 그런데 물론 파트너였지만 그 과정에서 의견차이가 있었다. 15년이 만료되는 시점이 금년이었고 더 유리한 파트너를 구하려 노력하는 것은 비즈니스 측면에서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게이트고메와 더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하게 된 것이다. 특히 지분율이 당시 20%밖에 우리가 안갖고 있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이 있었다. 51% 이상이면 다수가 되는 거고 66%면 주주 결의권이 있다. 우리가 20%밖에 안되기 때문에 경영에 참여하기가 힘들었다. LSG계약에서 독점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원가공개를 하지 않아 수차례 요청했음에도 합의가 되지 않아서 다른 업체를 물색했다. 게이트고메와 합작한 것과 비교했을 때 지분율도 40대 60으로 높고 경영참여 및 원가공개, 케이터링의 질이라든지에 있어서 아시아나항공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3월 화재가 났고 준비기간이 늦춰질 수밖에 없었고, 협상에서 계약 연장을 해보려고 했지만 협상이 잘 되지 않아서 6월 말로 종료가 됐다. 다른 회사와도 협의가 잘 안돼서 여의치않아서 샤프도앤코 및 협력사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예측을 잘 못한 것이 저희의 큰 실수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깊이 반성하고 있다. 계약해지와 1600억원은 전혀 관계가 없다. 자본유치는 별도의 전략적인 결정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하이난그룹의 신규프로젝트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 협력업체 사장 자살에는 하청업체와 갑질 계약 의혹이 있는데 어떻게
“계약 여부를 떠나서 불행한 일이 있었다는 것은 우리 아시아나항공에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 물론 아시아나항공과 직접 계약관계는 아니지만 샤프도앤코와 아시아나가 계약을 했고 우리가 직접 계약관계가 아니니까 우리가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사태가 왔다는 것은 아시아나에 여러모로 책임이 무겁다. 협력회사 육성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고 협력해나가도록 하겠다. 그것이 우리가 해야할 도덕적 책임이 아닌가 생각한다.”
- 기내식 파문이 있었는데도 회장님 탄 비행기는 정상출국에다 식사가 실려서 갑질논란이 있었는데
“책임감 느끼고 있고 죄송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특전은 사실이 아니다.”
- 바우처 때문에 기내 승무원들이 기내 제품을 팔기 위해서 기내 안전을 지키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 문제도 급히 결정을 하다보니까 쿠폰을 준 것 같다. 그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승무원들이 이 과정에서 엄청나게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경영진 모두가 책임을 느끼고 있다.”
-회사에서 아직 특별한 대책이나 매뉴얼 대응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응 매뉴얼 생각한 거 있나.
“제가 아름다운 기업을 하겠다고, 지탄을 받지 않는 기업을 하겠다고 했는데. 손가락질 받는게 지탄인데. 지탄받지 않고 싶었는데, 정말 부끄럽게 생각한다. 다시 한번 제가 사과드린다. 빠른 시일 내에 고객이나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기내식 생산규모 현장이 열악해 식중독 우려가 있는데
“사장에게 신신당부했는데, 여름철이기 때문에 식중독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물론 공장 캐퍼가 넓진 않다. 아웃소싱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LSG의 과거 협력회사들. 거기서 하던 사람들이 이번에 다 넘어왔다. (경영진이) 준비를 잘 못해서 이번 일이 벌어졌다.”
-그룹재건에 아시아나항공이 동원됐다는 지적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 많이 오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 가지 이해를 해주셔야할 것이 게이트고메와 LSG 계약에 있어서 아시아나항공이 피해를 보며 손실을 끼치겠다고 하면 문제가 되는데 비교를 해보면 훨씬 더 아시아나에 유리하게 돼있다. IMF 때 LSG와 맺은 계약은 정말 불리했는데, 게이트고메와는 훨씬 더 유리한 내용이다. 전략적 파트너이지 케이터링과는 관계가 없다. 하이난그룹과 먼 장래를 보고 한국과 중국에서 사업을 보고 우리가 결정한 것이다. 그 점만은 오해를 안해주셨으면 좋겠다.”
-딸 상무 특전 인사에 대해
“제가 아들 하나 딸하나 있다. 78년생이니까 만 40세인데. 옛날에는 여성들이 사회참여를 하지 않았고 기업참여를 안했으나 많은 여성들이 사회진출을 해야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형제의 난으로) 그룹이 갈라지고 제 여식이 나이도 들었고 사회생활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영원히 사회생활 안하는 건 맞지 않다고 봤다.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만, 사실 여러가지 상황을 봐서 7월 1일자로 인사를 낸 건데. 큰 그룹의 큰 위치도 아니고 리조트라는 작은 회사에 훈련을 하고 사회공부도 하고 경영공부도 하는 게 맞지 않느냐 생각한다. 물론 제가 아들이나 딸이나 지탄받는 일은 아빠로서 회장으로서 나름대로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에. // 만약 딸이 부족하고 지탄받는다고 하면 인정을 못받는다고 하면 용납하거나 좌시하지는 않겠다. 자기가 전공도 그 분야를 했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예쁘게’ 봐달라.”
-샤프도앤코 3000밖에 경험 없는데 3만인분. 예견된 사고 아닌가 우려가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다른 대안 없었나.
예측을 잘 했으면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건데. 전적으로 모두의 책임이다. 왕복밀이니까 가져올 수도 있었고, 대한항공에서 도와주면 해결할 수도 있었다. 하여튼 그런 준비를 못했던 것은 잘못이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예측을 잘 못한 것은 큰 실수다.
-직원들은 경영진의 책임을 묻겠다며 집회까지 계획하고 있는데
우리 직원들이 그런 말을 할 여건이 됐다는 게 참..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이 당장 책임질 일도 있고 두고두고 책임질 일도 있다. 지금은 사태를 수습해야 할 때라고 본다.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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