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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만화산업 성장할 때 태어나 행운…국산작품 알리는데 최선 다할 것

박창영 기자
입력 : 
2018-07-04 17:27:26
수정 : 
2018-07-04 21: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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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만화축제 홍보대사 스타 웹툰작가 기안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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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8년 전 고등학교 1학년이던 기안84(본명 김희민·34·사진)는 학교 만화부 고3 선배와 싸웠다. 모 코스프레(코스튬플레이·만화와 게임 등 캐릭터로 분장하는 행위) 축제에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가 만화부 출석 태도 문제로 말다툼을 벌인 것이다. 기안84는 "그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온 가오나시 캐릭터 코스프레를 해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고 회상했다. 4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열린 '부천국제만화축제' 기자간담회에서 웹툰 작가 기안84를 만났다. 그는 올해 21회째인 이 축제의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그는 "2011년 '패션왕'을 연재할 때 처음 왔는데 7년 만에 다시 오게 돼 정말 좋다"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만화가를 꿈꾸며 고교 동아리에 나가던 지망생이 어느덧 국내 대표 만화 축제를 알리는 얼굴이 된 것이다. 한국 만화계 거목들이 맡아온 자리가 부천국제만화축제 홍보대사다. 윤태호 박시백 최규석 강풀 허영만이 그에 앞서 이 축제를 홍보했다. "저 말고도 다른 분들이 홍보대사를 하셨을 거 아니에요. 나 때문에라도 좀 많이 와야 할 텐데."(웃음)

선배 홍보대사들보다 만화계 경력은 짧을지 몰라도 인기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2008년 웹툰 '노병가'로 데뷔한 기안84는 2010년대 초판 '패션왕'을 연재하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보편적인 소재를 공감대 높게 풀어내는 날카로운 관찰력이 그의 강점이라는 평가다. 2016년부터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면서 그를 연예인으로 아는 시청자도 상당수다.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를 떨어져 일반 고등학교를 갔다"고 하는 그지만 현재 애니고 재학생 대다수의 롤모델이 바로 기안84다. 기안84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운'을 꼽았다. "만화 산업이 커지고 있다 하더라고요. 좋은 시대에 운 좋게 태어나서 이런 자리에 서 있는 것 같아요."

그의 말마따나 한국 만화계는 전례 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슬램덩크' '원피스' 등 일본 만화 세례를 받고 자란 1980년대생 기안84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자국 만화의 부흥이다. "요즘 제가 미술학원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요. 고등학생들에게 요즘 만화를 물어보면 일본 작품을 잘 몰라요. 그런 걸 보면 좀 뿌듯하더라고요."

스스로가 국산 만화 호황기의 수혜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만큼 만화계에 느끼는 책임감도 상당하다. "만화가 선후배들께서 매일 골방에서 그림 그리느라 많은 고생을 하고 계십니다. 저 역시 본업이 만화가니까 결국 만화를 그릴 거예요. 만화나 웹툰 산업을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기안84가 홍보하는 제21회 부천국제만화축제는 다음달 15~19일 부천영상문화단지 일대에서 열린다. 예술로서 만화에 대해 고민해보는 주제전 '리트머스'를 비롯해 주호민 만화가와 김용화 영화감독이 함께하는 '신과 함께2' 관객과 대화, '경기국제코스프레페스티벌'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돼 있다고 주최 측은 설명한다. 코스프레를 직접해볼 생각도 있느냐는 질문에 기안84는 "안 해버릇해서 적응은 안 되겠고"라며 머뭇거리다가 "도움이 된다면 한번 해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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