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문화

[MBN] `동치미` 밥 좀 그만하고 싶다! 밥 짓기, 그 지겨움에 대하여

박찬은 기자
입력 : 
2018-07-04 16:33:51

글자크기 설정

‘집밥과 외식 중 더 선호하는 것은?’ ‘시어머니는 왜 아내가 차린 식단이 마음에 안 들까?’ 오는 7월 7일 토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동치미> 295회에서는 ‘밥 좀 그만하고 싶다’라는 주제로 부부 사이 서로 다른 생각을 알아본다.
사진설명
▶“여보, 식탁에서 먹을 거야? 게임하면서 먹을 거야?” - 배우 김가연

“우리 남편은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아니다. 집에 밥이 없어도 그냥 나가서 사먹는 편이다. 다만, 밥을 차려 먹거나 챙겨 먹는 건 절대 하지 않는다. 프로게이머다 보니 게임하느라 합숙할 때는 거기에 식사를 차려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게임을 하다가 밥이 다 차려지면 먹고 다시 그대로 들어가서 게임을 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나는 남편을 두고 외출할 때면 쟁반에다 반찬을 쫙 차려 놓고 그걸 냉장고에 넣어 놓고 나간다. 그럼 남편은 그 쟁반을 그대로 꺼내서 밥만 떠먹으면 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도 남편은 밥만 떠서 먹는 게 귀찮아서 나가서 사먹는다. 또, 내가 집에서 밥을 차릴 때면 남편에게 꼭 ‘식탁에서 먹을 거야? 게임하면서 먹을 거야?’라고 묻는다. 그리고는 원하는 대로 밥상을 차려준다. 나는 웬만한 음식들은 다 집에서 만들 수 있는데, 그러다 보니까 밖에서 음식을 먹다가 남편이 ‘이것도 가능?’이라고 하면서 나를 쳐다본다. 그러면 나는 마치 숙제를 받은 사람처럼 그 맛을 똑같이 만들어 내려고 집에서 음식을 만든다. 이제는 남편이 밖에서 집에 들어오면서 나에게 ‘차돌 된장, 배고파’라고 문자를 보낸다. 내가 매번 뚝딱 만들어내니 남편은 내가 쉽게 만드는 줄 아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4살짜리 아이를 키우면서 밥을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에 양가 어른들 보약을 해드리려 한의원에 갔는데 한의사가 내 맥을 짚어보더니 ‘이건 살아있는 맥이 아니다’라고 했다. 앞으로도 밥상은 열심히 차려주겠지만, 남편이 배고프다는 말을 적당히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설명
● 맨날 밥 달라는 남편 vs 밥에서 해방되고 싶은 아내

-가수 장미화 “나는 1년 전까지만 해도 밥을 해주시는 이모님이 계셔서 먹고 싶은 걸 말하면 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제 내가 요리를 하다 보니 ‘정말 이렇게까지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건가. 인간이 안 먹고 살수는 없는 건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배우 한다민 “처음에 결혼했을 때는 열정이 있으니까 아침마다 밥을 차려줬다. 원래 우리 친정은 아침마다 엄마가 늘 밥, 국, 반찬을 만들어 같이 식사를 했다. 그래서 결혼할 때 친정엄마가 항상 남편은 새 밥을 먹여야 하고, 질리지 않게 반찬도 적절히 잘 해줘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내 딴에는 밥, 달걀말이, 된장국, 나물 등 오첩반상을 늘 차렸다. 처음엔 남편이 먹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남기는 게 많아지더라. 그래서 맛이 없나 싶어 연구를 많이 하다가 하루는 아침에 카레를 했다. 그런데 남편이 갑자기 ‘더는 아침에 이렇게 먹을 수 없어. 아침 식사가 너무 많지 않아? 나는 빵이랑 과일만 있으면 돼’라고 말했다. 그때는 기분이 나빴는데, 지금은 매일 아침에 과일과 빵만 챙겨주면 되니까 어찌나 편한지 모른다. 그 후로 남편 아침을 해준 적이 없다.”

-배우 차광수 “나는 요리를 안 한다. 요리는 아내 담당이다. 장모님이 전라도 광주 분이신데 장모님의 손맛을 닮은 아내가 음식을 순하고 담백하게 잘한다. 여태껏 살면서 내가 요리를 한 건 손에 꼽힌다. 아침은 꼭 차려먹는 편이라서 촬영이나 약속이 있을 때를 제외하면 모두가 모여 국이나 찌개를 두고 집에서 밥을 먹는다.”

-가수 남상일 “아내가 결혼 전에는 은행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결혼과 동시에 전업주부로 살고 있다. 그래서 요리부터 시작해 설거지까지 아내가 전부 다 한다.”

-방송인 최홍림 “나는 원래 아침을 안 먹었는데, 신장 수술을 한 뒤에는 약을 먹어야 해서 아침부터 세끼를 꼬박 챙겨 먹는다. 오전 7시에 아내가 차려준 밥을 먹고 점심은 거의 나가서 먹고 저녁은 집에 와서 먹는다. 아내가 미국에 가기 전에는 아침마다 새로 밥도 해주고 샐러드도 볶아주고 생선이랑 채소 위주로 밥상을 차려줬다.”

사진설명
● 아내, 밥 언제까지 차려야 할까?

-방송인 유인경 “아는 선배는 결혼 36년 차 되던 해에 밥을 안 한다고 선언했다. 남편도 은퇴를 했던 시기라 알아서 적당히 챙겨 먹는 습관도 기르고 아침에 아내를 위해 토스트도 해서 주고 그러더라. 이런 건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여자들도 이제 밥에서 은퇴를 해야 한다.”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 “맞벌이를 하면 저녁을 어떻게 할 건지 합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눠서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 만약 아내가 지금까지 선생님을 하고 있다면 평일은 외식하고 주말엔 밥하는 걸 나눠서 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할 것 같다. 만약 아내가 돈을 나보다 더 많이 벌었으면 내가 집에서 살림을 했을 거다.”



-가수 남상일 “아내는 내가 주방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말린다. 아내의 영역으로 지정해서 물 마시는 컵, 음료 마시는 컵 등도 다 지정해줘서 손도 못 대게 한다. 내가 끼어드는 게 싫은가 보다.”

사진설명
▶“여보, 같은 된장으로 하는데 왜 엄마 찌개랑 맛이 달라?” -가수 남상일

“나는 만년 노총각으로 살다가 올해 3월, 7살 어린 아내를 만나 비교적 늦은 나이에 결혼에 성공했다. 그러다 보니 내 입맛이 오랜 세월 동안 어머니 음식에 길들여져 있었다. 전라도 출신인 어머니는 평생 전업주부를 하셔서 김치부터 간장, 고추장, 된장까지 직접 다 담그실 정도로 손맛이 좋다. 심지어 밖에서 사먹을 법한 뼈 해장국도 다 집에서 해주셨다. 그런 내 입맛을 어머니도 정확히 파악하셨기에 우리 집으로 항상 각종 장부터 밑반찬까지 만들어 오신다. 그래서 아내의 된장찌개는 어머니의 된장으로, 김치찌개는 어머니 김치로 이용해 만들어진다. 그런데 분명 비슷한 재료가 들어가는 음식임에도 늘 2% 부족하다. 그렇다고 아내가 노력을 안 하는 건 아니다. 아내는 결혼 전에 계속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하고 처음 전업주부로 음식을 해보는 거라 장모님에게 물어가면서 나름 내 건강을 신경 쓰고 있다. 간을 심심하게 하고 파프리카 같은 생채소도 빼놓지 않고 올린다. 재료 본연의 맛을 아주 잘 살리는 나름의 요리법을 중시하는데, 솔직히 몸에 좋은 음식은 맛이 없지 않나? 그렇다고 아내 앞에서 대놓고 어머니 음식과 비교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평생 아내에게 밥을 얻어먹어야 하므로 굳이 아내의 심기를 거스를 필요는 없다. 그저 나 혼자 속으로만 아내의 음식은 약이겠거니 생각하며 먹고 익숙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진설명
● 아들은 내 밥을 좋아한다는 시어머니

vs 이제는 내 밥을 더 좋아한다는 며느리

-한의사 이경제 “어머니가 프랑스 닭요리인 코코뱅을 해주셨었는데 맛있었다. 그런데 음식을 잘 해주시는 편이 아니었기에 딱히 공감이 가거나 하진 않았다.”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 “우리 어머니는 음식을 잘하셔서 그런지 아내의 요리가 별로 입에 맞지 않으시는 것 같다. 그래서 장어국이나 토속음식을 아내에게 가르쳐 주려고 무던히 애쓰셨다.”



-배우 한다민 “나는 요리를 인터넷으로 찾아서 레시피를 따라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레시피에 있는 재료가 없으면 내 마음대로 한다. 반면 시어머니는 따라 하려면 완전히 똑같이 해야 하는 분이라 옆에서 지켜보면 ‘재료가 빠지면 그 요리를 못 하는 거야. 결국 네 마음대로 할 거면 레시피는 뭣하러 보니?’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레시피대로 한 내 음식의 간이 대중적이다 보니 어머니는 물을 붓거나 소금을 뿌리거나 간장을 넣는 등 따로 재조리를 하신다. 그러면 결국 이맛도 저맛도 아닌 요리가 돼버린다. 아무리 따라 하는 거라도 내 딴엔 한다고 하는데 어머님이 그러시는 게 서운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적응이 됐다. 어차피 먹으면 똑같은 국이고, 밥이니까 괜찮다.”

사진설명
▶“어머니는 아내가 차린 생일상을 엎어버리셨다” -배우 차광수

“우리 집은 아들만 삼형제다. 각자 가정을 꾸렸으니 며느리도 셋이다. 그러다 보니 명절이나 가족모임을 집에서 하려면 며느리들이 고생이다. 특히 아내는 장남인 나에게 시집온 죄로 맏며느리 노릇을 하다가 봉변까지 당했다. 우리 어머니는 대식가라 뭐든지 음식은 푸짐하게 먹다가 남길 정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마인드를 갖고 계신다. 그런데 아내는 정반대다. 워낙 소식을 하는데다 음식 낭비를 싫어해 오히려 음식은 아쉬울 정도로만 딱 먹어야 맛있다는 주의다. 그러다 어머니 생신을 맞이해 아내가 생신상을 차린 적이 있다. 그런데 어머니는 아내가 차린 음식 양이 적다는 이유로 소꿉장난하느냐며 정성 들여 차린 생신상을 내치셨다. 나는 본가에서 어머니의 비위를 맞추고 따로 집에 와 아내를 다독일 수 밖에 없었다. 그 사건 이후로 어머니는 아예 아내를 음식을 못하는 사람으로 인식했고, 아내 역시 시댁에서의 집밥을 부담스럽게 여기게 됐다. 그리고 가족 모임을 집에서 하면 여자들은 기름 냄새에 질려 밥도 못 먹고, ‘누가 음식과 설거지를 더 하네’ 등 불평불만을 듣게 되더라. 그래서 나는 가족 모임을 밖에서 하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그때 이후로 내가 자연스럽게 고깃집으로 안내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자연스럽게 외식을 선호하게 됐다. 다행히 어머니도 싫지 않으셨는지 어떨 때는 먼저 사먹자고 제안하실 정도다. 아무리 봐도 외식이 가족 행복의 지름길인 것 같다.”

사진설명
● 가족 모임은 외식이 낫다 vs 집밥이 낫다

-방송인 김가연 “나는 결혼하고 첫해 어머니, 아버지 생신상을 각각 거하게 차려드렸다. 내가 시누이도 많다 보니 다 모이면 인원이 꽤 돼서 큰상을 세 개나 사 붙여서 차렸다. 그러나 특별한 경험은 한 번이면 족하다. 만든 이의 노동력을 따지고, 치우고, 설거지하고 그러면 진짜 ‘내가 왜 사서 고생했지?’라는 생각이 든다.”



-한의사 이경제 “외할머니 제사가 다가오면 보름 전부터 청소 용역 업체까지 불러 냉장고부터 싹 들어 엎는다. 혹여나 힘들게 준비했는데, 조금의 핀잔이라도 듣기 싫은 마음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것 같다.”



-방송인 유인경 “우리 엄마는 정말 김치를 잘 담그셨다. 우리 집 김치는 친척들이 전부 와서 감동할 정도였다. 여름에 김치를 담그면 빨리 쉬니까 김치쌈을 해주셨다. 겨울에는 김장 김치로 부산에서만 먹는 음식인 ‘개죽’까지 끓였다. 내가 제사를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가 문어 등을 넣고 탕국을 끓이는 게 너무 맛있기 때문이다.”

[글 박찬은 기자 자료제공 MBN]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36호 (18.07.10)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