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잉글랜드의 지긋지긋했던 ‘승부차기 저주’, 이제는 안녕

잉글랜드가 그 동안 지긋지긋하게 자신들을 괴롭혔던 ‘승부차기 저주’에서 마침내 풀려났다.

잉글랜드 선수들이 4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 콜롬비아와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해 8강에 오른 뒤 기뻐하고 있다. 모스크바 | EPA연합뉴스

잉글랜드는 4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 콜롬비아와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12년만에 월드컵 8강에 올랐다.

이날 승리는 잉글랜드에게 여러모로 뜻깊었다. 최근 몇 년간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못내다가 모처럼 월드컵 8강까지 올라갔음은 물론, 그 동안 악연 아닌 악연이었던 승부차기 끝에 거둔 승리였기 때문이다.

잉글랜드는 국제 대회에서 승부차기만 가면 약한 면모를 보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통산 승부차기 성적은 1승6패에 불과했다. 유일한 1승은 1996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 1996) 8강에서 스페인(4-2 승)을 상대로 따낸 것이었다. 각 연령대별 성적까지 합할 경우에는 2승12패로 더 처참해졌다.

특히 월드컵에서는 3번의 승부차기에서 모두 패해 악연 아닌 악연이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준결승에서 서독에 승부차기 끝에 3-4로 패했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 16강에서도 아르헨티나에 역시 3-4로 무릎을 꿇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8강에서 포르투갈을 만나 또 1-3으로 졌다.

이를 의식한 듯,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만큼은 승부차기와의 악연을 끊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했다. 유로 1996 4강 독일전에서 잉글랜드가 승부차기 끝에 5-6으로 패할 때 실축한 선수였던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도 많은 신경을 쏟았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러시아로 오기 전 선수들의 심리측정 테스트를 거쳤을 뿐 아니라, 승부차기 지원자를 뽑던 과거와는 달리 순번을 1번부터 23번까지 미리 다 정해놨다.

또 영국축구협회(FA)는 자체 분석을 통해 과거 잉글랜드 선수들이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승부차기 때 급하게 공을 차려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에 이번 대회를 앞두고 볼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연습을 수도 없이 했다. 여기에 숙소에서 선수들을 5개 팀으로 나누고 4개 조 선수들이 온갖 야유와 조롱을 퍼붓는 사이 나머지 한 팀이 골프 퍼트를 하는 훈련도 시행했다.

이런 노력과 준비는 끝내 중요한 상황에서 잉글랜드를 구해내는 ‘열쇠’가 됐다. 이제 잉글랜드는 승부차기의 자신감을 안고 1990년 이후 28년만의 월드컵 4강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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