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이 뭘 알아?"..팬덤에 멍드는 정치풍자

남궁민 기자 2018. 7. 4. 05: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정치풍자 코미디가 다시 위기를 맞았다.

최근에는 정치 팬덤의 항의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택광 문화평론가(경희대 영어영문학 교수)는 "개콘의 정치풍자는 모든 정치인을 조롱하던 과거와 다를 게 없지만, 시청자들이 바뀌었다"며 "정치인에 대한 '팬덤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풍자를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콘 이재명 경기도지사 풍자에 항의 폭주.."정치 팬덤, 표현의 자유 위축시켜"
코미디언 김원효(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뉴스1

정치풍자 코미디가 다시 위기를 맞았다. 일부 지지자들의 항의에 의해 프로그램 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정치인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팬덤 문화'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24일 KBS 개그콘서트의 정치풍자 코너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에서는 6·13 지방선거 당일 논란이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인터뷰가 패러디됐다. '또 다른 방송국으로 갈 생각이냐'고 묻는 질문에 코미디언 김원효가 거칠게 이어폰을 빼버리며 대답을 거절한 것. 태도 논란에 휩싸였던 이 지사의 행동을 따라했다.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는 지난달 17일 첫 방송부터 이후 '다스 실소유주',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살고 망하면 인천 산다)', '조양호 일가 논란' 등을 꼬집었다. 사법처리가 진행 중인 예민한 문제를 다뤘지만 반발은 크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KBS 개그콘서트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항의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풍자를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진=KBS 홈페이지


하지만 24일 방송 직후 개그콘서트 시청자게시판은 항의로 몸살을 앓았다. 시청자들은 게시판에 '가족들과 보는데 불편하다', '편향적이다' 등의 항의글을 남겼다. '코미디언이 정치를 알긴 하냐', '출마를 해라' 등의 거친 비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시 몇몇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개콘 시청자게시판의 링크를 공유하며 항의글 작성을 독려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권력기관에 의한 제재로 풍자가 위축됐던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2013년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에서 코미디언 정태호는 '박근혜, 코미디는 하지마'라는 발언을 해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2012년 방송을 시작한 tvN 'SNL코리아'의 '여의도 텔레토비'는 인기에도 불구하고 1년 만에 폐지됐다. 이후 제작진이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외압설'이 힘을 얻었다.

최근에는 정치 팬덤의 항의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방송사의 게시판 뿐 아니라 연예인의 SNS에까지 격한 항의가 잇따른다. 팬카페가 중심이 된 조직적인 항의가 이어지면서 비판 수위도 조심스러워졌다. 24일 논란 이후 방송된 지난 1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위가 낮은 월드컵 등을 풍자의 소재로 삼았다.

◇정치풍자 위축시키는 '정치 팬덤'…"표현의 자유 오히려 좁아져"

전문가들은 '정치의 팬덤화' 현상이 이런 예민한 반응을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이택광 문화평론가(경희대 영어영문학 교수)는 "개콘의 정치풍자는 모든 정치인을 조롱하던 과거와 다를 게 없지만, 시청자들이 바뀌었다"며 "정치인에 대한 '팬덤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풍자를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풍자 코너는 '수위'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비판의 수위를 약하게 할 경우 '시시하다'는 평가를 받아 외면 받지만, 강하게 비판할 경우 정치인 팬덤의 공격을 받는 것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정치풍자 코너가 수위에 대한 딜레마에 빠졌다"며 "'재미없다'와 '기분 나쁘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으면서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양상이 표현의 자유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택광 평론가는 "주된 비판을 받던 세력이 소멸되면서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대상이 사라졌다"며 "과거와 양상은 달라졌지만 오히려 실질적인 표현의 자유는 더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착하지 말아요, 만만해지니까JP 빈소 찾은 홍준표, 친박에 으름장…"지지율 오르나 한번 보자"[단독]박삼구 회장 딸 박세진씨 전업주부서 금호리조트 상무로'롯데家' 맏딸 신영자, 보석 신청…이번이 3번째"북한 투자, 이 5가지를 노려라"

남궁민 기자 serendip153@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