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폭포수 떨어지듯 비 내리듯.. 낙하의 선율

2018. 7. 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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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3일 화요일 흐림.

사람들이.

어젯밤엔 비가 내렸다.

그러면 창밖에 내리는 비가 몸속 깊이, 연기처럼 빨려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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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18년 7월 3일 화요일 흐림. 사람들이. #289 John Coltrane and Johnny Hartman ‘They Say It's Wonderful’(1963년)

가끔 이층버스를 탄다.

늦은 밤 귀갓길에 타는 이층버스는 좀 더 특별하다. 차가 서소문고가를 지날 때면 빌딩이 뿜는 조용한 불빛이 주는 편안함과, 고가 밑 도로를 내려다볼 때 아찔한 높이감이 주는 정서적 낙차가 어딘가로 날 데려간다. 서울이나 런던보다 더 가깝고 먼 곳으로.

어젯밤엔 비가 내렸다. 버스의 2층 좌석에 몸을 실은 뒤 색소포니스트 존 콜트레인(1926∼1967)과 보컬 조니 하트먼(1923∼1983)의 합작 음반(사진)을 재생했다. 매코이 타이너의 짧고 건축적인 피아노 전주에 따라오는 것. 그러니까 타이너의 연주가 작은 폭포를 만난 듯, 하트먼과 베이스의 저음으로 떨어지는 그 낙하의 순간에 언제나 그렇듯 가슴 한쪽에 전류가 흐른다. 첫 곡 ‘They Say It‘s Wonderful’.

스네어를 빗살 같은 브러시로 훑어내는 드럼 연주, 콜트레인의 끈적끈적한 색소폰 소리가 고막을 연다.

그러면 창밖에 내리는 비가 몸속 깊이, 연기처럼 빨려 들어온다. 언젠가 심야 라디오를 듣다 알게 된 뒤 이 음반은 내게 가을을 기다리는 이유가 돼줬다. 이 작품이 여름 장마에도 이렇게 약효를 드러낼 줄이야.

미국 작곡가 어빙 벌린(1888∼1989)이 뮤지컬 ‘애니여, 총을 잡아라’(1946년)에 수록하기 위해 지은 ‘They Say It’s Wonderful’은 프랭크 시내트라(1915∼1998)부터 세라 본(1924∼1990)까지 수많은 보컬이 재해석했다. ‘스파이더맨3’(2007년)에서 스파이더맨의 여자친구 MJ(커스틴 던스트)가 부르는 장면도 유명하다.

‘사랑에 빠진다는 건 멋진 일이라고들 하지/너무도 멋지다고, 사람들은 말하지.’

그토록 염원하던 브로드웨이 뮤지컬 데뷔 무대에 선 MJ는 기나긴 드레스 자락을 끌며 무대에 특설된 계단을 내려오면서 노래한다. ‘누가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도/책에서 읽은 건 아니야/확실한 건 사랑이란 멋진 거라고….’

여성 보컬 스테이시 켄트의 버전이 떠오른다. 하트먼의 것과 대척점을 이루는. 특유의 얇고 예리하며 이지적인 켄트의 보컬과, 묵직하고 기름진 하트먼의 가창이 듀엣을 이룬다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두 사람을 어느 날 하나의 스튜디오에 초대하는 상상을 한다. 물론 배경은 밤이다. 오래된 나무로 벽이 덧대진 녹음실. 두 개의 마이크, 두 명의 그림자. 스튜디오의 창밖으로는 비가 내린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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