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이 간다] 김부겸 "억지로 되는 건 아니로구나" .. 문 대통령의 선택은?

강민석 2018. 7. 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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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변수 김부겸 거취 안갯속
태풍+개각, 복잡한 출마방정식
김장관 "표현 잘못 작살났지만
사표냈다 재해 나면 누가 책임?"
친문은 후보난립 움직임 속
당내 '낡은 프레임' 비판론
"우리가 '뼈문''비문' 따지면
한국당과 다른 게 뭔가"


강민석의 정치속으로
여의도 문법은 난해하다. 4선 의원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잠시 이를 잊었다가 혼이 났다.

오는 8월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관해 말한 게 화근이었다. 지난달 26일 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다.

“당 대표 출마가 저의 정치 경력에 도움이 된다는 걸 왜 모르겠나. 그런데 지금 저를 지휘하는 사람은 대통령과 국무총리다. 그분들에게서 ‘당에 돌아가라’는 메시지가 없는데 제가 마음대로 사표를 던지면 어떡하나…(행안부 장관의 비상책임을 강조한 뒤)…내가 거취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다. 하지만 대통령도 개각을 고민하신다니 장관평가가 끝나면 정치인 출신 장관들에게 돌아가도 좋다는 ‘사인’을 주시지 않을까.”

추미애 대표를 선출한 2016년 8월 2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민주당은 추 대표 후임을 오는 8월 25일 뽑는다. 약 두 달 뒤면 추 대표는 근래 보기 드물게 2년 임기를 완주한 정당대표로 남게 된다(위 사진). [중앙포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당연한 말이다. 얼마 전 사의를 표명한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도 상급자인 임종석 비서실장이 “첫눈 오는 날 풀어주겠다”고 하자 주저앉았다. 장관이 사표를 내도 대통령이 “조금 더 하시오”하면 따라야 한다.

그런데 김 장관 발언이 수면 아래에서 ‘문심(文心)’ 논란을 촉발했다. 대통령에게 거취 떠넘기기, 대통령 ‘사인’을 지지 의사로 포장하려는 얕은 수…. 정청래 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이 나오고 싶으면 사표 쓰고 나가면 된다”며 “민주당 전당대회 판에 대통령을 소환한 건 부적절했다”고 공개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김 장관 출마(장관 사퇴)를 허락한다고 반드시 지지 의사 표명이라 말할 순 없다. 문 대통령이 그의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아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도 “이제 문 대통령은 개각명단에 김 장관을 올리고 싶어도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장관은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당권주자 적합도조사<그래픽 참조>에서 1위(16.7%)를 했다. 2위는 박영선 의원(10.3%), 3위는 이해찬 의원(9.3%)이었다. 그런 김 장관이 ‘사인’이란 단어 하나 때문에 출마를 못 하게 된다면,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경선 구도를 뒤바꾼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인터뷰 논란 이후 김 장관의 입장이 궁금해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접촉을 시도했다. 김 장관은 회의 중이었다. 4시간 뒤 콜백이 왔다.

Q : 금요일인데 회의가 길다.

A : “여기(정부)는 공짜 밥 못 먹는다(웃음).”

Q : 인터뷰를 놓고 당에서 설왕설래한다.

A : “아이고…표현을 잘못해 작~살났다. 장관이라는 건 자기거취를 멋대로 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건데, 그걸 가지고. 알다시피 국회 원(院)구성이 안 돼 있으니까 개각을 할 수도 없는 상황 아닌가. 그런 판에 (후임자를 임명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내 혼자 탁 집어 던지고 나간다?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잖아. 국회가 안 열리니 (국회 상임위에 인사청문회를 해달라는) 청문회 요청서 자체를 줄 수가 없다. (후임자를) 지명해서 국회에서 인사청문회하고, 임명장 받고 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데 내 정치적 스케줄대로 자리를 집어던지고 하다가 만약에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지나. 그래서 조심스럽게 그런 취지로 표현했는데, 온갖 군데서…. 한 이틀간 혼났다. 내 실수다.”

Q : 지금은 어떤 입장인가.

A : “내각에서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 거취를 쉽게 말 못한다. 내 혼자는 거취 결정 못 한다고 말한 걸,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걸 보니 더욱 조심스럽다.”

Q : 그래도 이번 당 대표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당에 돌아와야 한다는 사람이 많다.

A : “아는데…. 오히려 그러다 보니 서로 간에 너무 상황을 극단으로 몰고 가지 말자는 의원들도 많이 나온대요. 대통령 임기가 일 년 정도 지났는데 소위 말해 차기가 어떻고 하는 얘기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게 옳으냐고 하는 사람들도 많대요.”

Q : 국민여론조사에서 1위를 했는데 안 나올 수 있나.

A : “1위 하고 안 하고의 문제보다…. 사실상 나는 ‘비상대비부’ 장관이다. 그래서 이런 건(당 대표 출마) ‘억지로 되는 건 아니로구나’하고 생각한다. 태풍이 올라오는데 만약에 이렇게 가다 제대로 대비 못 해봐라. 내일 정말 바로 모가지다.”
그는 통화 이틀 뒤(1일) ‘거취’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저의 본마음은 ‘지금 제가 먼저 출마를 운운하는 것은 임명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통령님의 지지를 등에 업고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정치적 술수로 읽혀졌다. 저의 큰 실수이고 결과적으로 임명권자에게 부담을 드린 점 역시 큰 잘못이다. 너무나 송구스럽다. 이제 개각이 있을 때까지 오직 장관으로서의 직분에만 전념하겠다”는 요지였다.

사과의 글이었지만 장관 거취는 혼자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와 같은 정치적 고집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불출마’란 단어도 들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김 장관의 전대 출마조건은 한층 복잡해졌다. 자기 의지로 풀 수 없는 세 가지 변수가 생겼다.

첫째는 태풍 ‘쁘라삐룬’, 둘째는 국회 원구성, 셋째는 개각이다. 태풍피해가 크거나 국회 원구성이 계속 답보 상태면 개각일정 자체가 늦춰질 수 있다. 시간은 많지 않다. 민주당 전대후보 등록은 7월 중하순까지다. 그래서 당에선 “출마가 어려워졌다”고 분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장관 사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가 하나 있다. 지난 2016년 4월 총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을 급구했다. 비주류 탈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추가이탈을 막기 위한 포석이었다. 이때 우상호 의원 등 당 중간지대 의원들의 중재카드가 비주류이면서도 문 대표와 각을 세우지 않았던 ‘김부겸 비대위원장’이었다. 문 대표는 받아들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양측의 조율단계에서 엇박자가 나서 ‘김부겸 비대위원회’는 불발로 끝났고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가 들어섰다. 이번에 당 복귀가 불발로 끝난다면 김 장관으로선 엇박자로 인해 또한번 당권도전기회를 날려버리는 셈이 된다.

단순한 말실수보다 근본적인 이유에서 김 장관이 개각명단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원한 여권 핵심관계자의 진단이다.

“청와대가 전대에 직접 개입하진 않겠지만 내심 두 가지를 원할 것이다. 첫째는 홍영표 원내대표가 친문직계이니 대표는 ‘통합형’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대권에 나갈 것이라고 인지되지 않은 사람 아니겠는가.”

이 기준대로라면 김 장관은 첫 번째 조건에는 부합하나 두 번째 조건에서 걸린다. 김 장관 스스로도 인지하는 내부기류다. 아무래도 여권에는 당·청관계를 고려할 때 ‘차기형 대표’를 꺼리는 속성이 있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김무성 대표 간의 공천문제를 둘러싼 불협화음은 ‘옥새(玉璽)파동’을 불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새누리당 케이스를 염두에 두고 개각 시 김장관을 배제할지는 미지수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는 차기주자인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체제로 2004년 총선을 치렀다.

문 대통령 직계그룹인 전재수 의원은 “문 대통령 캐릭터상 특정인을 대표로 만들기 위해 전대에 나가라고 할 확률은 제로”라며 “그런 점에서 김 장관 발언은 안 하느니만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 의원은 “김 장관이 여러 경로로 적극 해명했으니 출마를 못 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김 장관의 거취가 안개에 휩싸인 가운데 다른 주자들은 출마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10명을 웃도는 자천타천 후보군 중에서 당 안팎의 분석을 요약하면 ▶개인 경쟁력=김부겸 장관, 박영선 의원 ▶세력 경쟁력=문재인 대통령 직계그룹 ▶다크호스=호남 출신 송영길 의원 등이다.

민주당 전대에서 개인변수 말고 또 하나의 변수는 ‘세력’이다. 세력경쟁력은 단연 노무현 정부시절부터 지금까지 문 대통령과 행보를 같이해온 직계그룹, 이른바 ‘친문’이 우세하다. 그런데 이해찬·김진표·전해철·최재성·박범계 의원 등으로 후보가 난립할 움직임이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의원은 “다들 성격이 장난이 아니어서, 한 사람으로 단일화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전해철·최재성 의원은 단일화 논의를 진행 중에 있지만 ‘어른’으로 통하는 이해찬 의원이 독자 출마 결심을 굳힌 상태라고 한다. 이 의원의 측근인 김현 전 의원은 “친문이 교통정리하는 건 촌스럽다”고 했다.

박범계 의원은 ‘무조건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박 의원은 통화에서 “단일화를 한다면 나이순-서열순-선수(選數) 순으로 하자고 할 텐데, 나로 하여금 양보를 요구할 거 같아서 아예 (친문 모임에) 가질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해찬 총리가 나오시더라도 나는 끝까지 갈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친문, 비문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식의 ‘대항이론’에 근거한 단일화가 성립이 안 된다. 전대는 ‘세력 대 세력’ 대결이 아니라 ‘개인전’이 될 것”(우상호)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문 대통령 직계그룹이 각개약진할 경우 판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게 불가피하다. 같은 진영의 표가 갈라지기 때문이다. ‘친문’진영 분화의 시작일 수도 있다.

민주당 경선은 2단계다. 첫 번째가 컷오프 경선(7월 말), 두 번째가 본선(8월 25일)이다. “사실상 컷오프가 더 피 말리는 싸움”(박범계)이다.

컷오프 선거인단은 국회의원, 원외 지역위원장, 자치단체장 등 당 중앙위원 470여명이다. 이른바 ‘고수’들의 ‘전략투표’로 후보군 중 3명만 본선에 오르게 된다.

김현 전 의원은 “8명이 컷오프 경선에 나온다고 가정하면 1인당 기본 20표씩(8명X20표=160표)은 가지고 있을 테니 나머지 중앙위원 300여표를 놓고 표를 가르게 될 것”이라며 “3등까지 올라가니 총 80~100표는 얻어야 본선에 갈 수 있는 ‘빡센 선거’”라고 말했다.

이번 컷오프 경선의 특징은 영남권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이다. 지방선거에서 무더기로 당선자를 배출하면서 영남권 광역·기초당선자와 지역위원장 등을 더하면 100명에 육박한다.

익명을 원한 수도권 의원은 “김부겸 장관의 경우 대구에서 고생한 걸 다들 알기 때문에 부·울·경에서도 비토를 못 한다”며 “그래서 그의 거취가 가장 큰 변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 출마가 불발될 경우 주목받는 인사가 여론조사 2위로 나타난 박영선 의원이다. 그는 “이번 주말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에선 그가 ‘통합형 대표’를 표방하며 출마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박 의원은 통화에서 ‘뼈문’(뼛속까지 문재인)이나 ‘진문’(진짜 친문)이란 프레임이 당내에 등장하는 걸 경계했다.

한국당 전신 새누리당에선 2016년 총선 국면에서 진박 논쟁이 불붙었다. 바깥에서 보면 모두 친박이었으나, 내부에선 ‘진박’‘비박’으로 나누고, ‘진박 감별사’까지 등장했다. 그 결과 총선도 망치고, 당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박 의원은 “우리가 친문, 비문 갈라치고 다시 ‘뼈문’‘진문’을 가린다면 한국당이랑 다를 게 뭐냐”고 반문했다.

강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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