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김병학 기자= 조직력과 수비가 강점인 두 팀이 만난다. 자칫하면 지루한 일전이 펼쳐질 수도 있다.

스웨덴과 스위스는 3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을 치른다. F조 1위인 스웨덴과 E조 2위 스위스의 한판 승부다.

아직 경기가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팬들 사이에서 '가장 재미없는 매치'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스웨덴과 스위스는 번뜩이는 역습이나 화려한 테크닉과는 거리가 멀다. 단단한 수비와 빈틈없는 조직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타입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기대감을 부풀리게 만드는 요소들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예상과 달리 어쩌면 뜨거운 빅매치가 될지도 모르겠다.

# 컨셉 바꾼 스위스, 많이 넣고 많이 먹힌다

스위스하면 조직력, 조직력하면 스위스다. 부족한 인력풀을 최대한 동원하여 이미 여러 차례 월드컵 무대에 오른 강팀이다. 이번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도 10경기 동안 7골밖에 내주지 않는 등 단단한 조직력과 수비를 선보였다.

그런 스위스가 갑작스럽게 컨셉을 바꾸고 있다. 조별예선 3경기에서 5득점 4실점을 기록했다. 샤키리와 자카를 앞세운 창은 한결 더 날카로워졌지만, 방패가 헐거워졌다. 무실점은 단 한 경기도 없었다. 브라질과 세르비아에게 한 골을 내줬고, 코스타리카한테는 2실점을 허용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비진 쪽에서 결장 선수들이 대거 발생했다. 캡틴 겸 주전 수비수인 슈테판 리히슈타이너와 중앙 수비수 파비안 셰어가 나란히 경고 누적으로 16강전에서 빠진다. 포백 라인 중 절반이 결장하는 셈. 요한 주루와 마이클 랭이 대체 선수로 출격할 예정이다.

랭은 이번 월드컵에서 겨우 12분 출전에 불과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겨우 13분만 경기에 나섰다. 주루 같은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3회 연속 월드컵 명단에 포함됐지만, 경기에 나선 적은 한 차례도 없다. 둘 다 큰 무대의 경험이 부족하다. 

# '수비 축구'로 1등까지, 스웨덴 저력 무시 못 해

스웨덴도 수비에 일가견 있는 팀이다. 유럽 지역 예선 10경기에서 9골만 내줬다. 스위스와 함께 몇 안 되는 평균 실점 0점대의 팀이었다.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도 견고함은 여전했다. 멕시코와 한국을 상대로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독일에게만 두 골을 허용했다.

생각보다 공격도 괜찮다. 매 경기 득점을 올렸고, 특히 멕시코전에서는 무려 3골을 터트렸다. 3경기에서 5득점 2실점. 기록상으로는 스위스보다 한결 낫다. 수비만 견고한 줄 알았더니, 의외로 날카로운 역습도 지니고 있는 팀이다.

문제는 스웨덴도 스위스처럼 전력 누수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번 16강전에서 중앙 미드필더인 세바스티안 라르손이 부상으로 결장한다. 라르손은 수비력은 물론, 중장거리 패스가 일품인 선수다. 이번 조별 예선에서도 스웨덴은 라르손의 장기로 꽤나 재미를 쏠쏠하게 봤다. 하지만 결장이 유력해지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 누가 이기든 역사가 된다

색다른 재미요소도 있다. 이 경기에서 누가 이기든지 간에 새로운 역사가 쓰이게 된다. 스웨덴과 스위스는 이때까지 총 29번이나 맞붙는 등 자주 만나면서 친분을 과시했다. 하지만 정작 월드컵에서 만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8강 진출의 여부도 흥미롭다. 스웨덴은 1994 미국 월드컵 4강 진출 이후 28년째 8강에 오르지 못했다. 스위스도 의외로 8강에 오른 지 꽤 오래됐다. 스웨덴보다 더 길다. 1954년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후 무려 54년째 16강 자리에서만 머물렀다. 

오랜만에 8강에 오를 절호의 찬스를 맞이한 양 팀. 예상과 달리 뜨거운 한 판 승부가 펼쳐질 수도 있다.

# 예상 라인업

사진: 게티 이미지, 피파 온라인4

그래픽: 유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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