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국정원 '경향신문 재정 압박' 문건..언론통제 첫 확인

박광연 기자 2018. 7.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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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검찰, 전 간부 재판서 “대출금 상환 연기 거부 등 확인”
ㆍ한겨레 포함…‘4개 좌파매체 지원금 대폭 삭감’ 내용도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국세청과 시중은행을 동원해 당시 정부에 비판적이던 경향신문을 재정적으로 압박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대출금 상환 연기 요청 거부’ ‘정부지원금 삭감’ 등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 방안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강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승균 전 국정원 국익전략실장(59)의 공판에서 2010년 3월11일 작성된 국정원 문건을 공개했다. 신 전 실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과 공모해 야권 정치인에 대한 비판글 유포 및 좌편향 연예인 방송퇴출 등 ‘정치공작’을 기획한 혐의(국정원법 위반) 등으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회의자료 형식으로 정리된 해당 문건에는 국정원이 국세청과 시중은행을 이용해 경향신문의 자금난을 가중시키려 한 정황이 담겨 있다. 검찰은 “국정원이 경향신문의 은행 대출금 수십억원과 관련해 은행을 상대로 대출금 상환 연기 요청을 거부하도록 조치한 내용이 문건에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조치의 대상에는 한겨레도 포함됐다.

또 국정원은 국세청이 경향신문의 세금 미납액을 한꺼번에 징수하도록 하는 데도 관여했다. 해당 문건에는 ‘국세청으로 하여금 경향신문에 부가가치세 미납액 3억1500만원 전액을 징수토록 했다’는 내용과 함께 ‘국세청 이현동 차장과 협조’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국정원이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를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려 정부지원금을 삭감하려 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이 공개한 문건에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협조, 오마이뉴스 등 4개 좌파매체 지원금을 대폭 삭감하도록 조정한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검찰은 향후 신 전 실장의 형량을 정하는 데 참고해 달라며 재판부에 해당 문건을 제출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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