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해서 더욱 안타까울 일본의 패배. 가가와(아래)를 위로하는 아자르.
▲ 잘해서 더욱 안타까울 일본의 패배. 고개 숙인 쇼지 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일본이 석패했지만 벨기에를 충분히 괴롭혔다. 승리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력이었다.

일본은 3일 새벽 3시(한국 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킥오프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벨기에에 2-3으로 졌다.

패배했지만 일본의 경기력은 좋았다. 절대적 개인 기량에서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한 벨기에를 막긴 어려웠다. 수비부터 시작이었다. 일본은 벨기에가 공격을 하다가 공이 끊어지면 전방에서 강하게 압박했다.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수비 라인을 펼치면, 수적 우세는 누릴 수 있으나 개인기가 좋고 신체 조건이 좋은 벨기에를 막아서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었을 터. 벨기에가 빌드업을 하고 공격적으로 나서면 수비 라인을 내리고 버티기에 나섰다. 다시 공격을 전개하면 다시 수비 라인을 올렸다. 골대에서 멀수록 위기와 멀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선수들 개개인에 대한 대응도 좋았다. 힘이 좋은 루카쿠를 완벽하게 이기려고 하지 않았다. 대신 지속적으로 몸싸움을 펼치면서 완벽한 동작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아자르의 돌파에 대한 대응도 좋았다. 오른발이 더 날카롭고, 접는 동작이 좋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는 듯 아자르를 불편하게 했다.

일본은 전반전을 0-0으로 마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후반전 먼저 2골을 뽑았다. 벨기에가 가진 약점을 공략했다. 벨기에는 3-4-3 포메이션을 구사했다. 스리백을 두는 대신 양쪽 측면을 높이 전진시키는 공격적인 전술이다. 경기가 잘 풀릴 때는 화끈한 득점포를 과시했지만 수비적으로는 약점이 있다. 전진한 윙백의 뒤 공간, 양쪽 사이드라인이 취약했다. 얇디 얇은 중원도 문제였다.

후반 3분 날카로운 역습으로 하라구치 겐키가 선제골을 뽑았다. 벨기에 왼쪽 윙백 카라스코가 전진하고 빈 공간에서 득점 기회를 잡았다.

후반 8분엔 이누이 다카시가 예리한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크게 휘둘러주는 방향 전환패스로 벨기에의 수비 조직이 흔들렸고, 중원에서 가가와 신지가 이누이에게 패스를 내줄 때도 벨기에의 수비 조직은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 이누이는 물오른 오른발 감각을 과시하며 벨기에의 골망을 흔들었다.

일본이 원하던 방향으로 경기를 끌고 갔다. 일본은 개인 기량, 신체 능력에서 밀리는 장점을 감추고, 자신 있는 패스 전개로 벨기에의 약점을 찔렀다. 2골을 앞서 나갈 때까지 일본의 전략은 적중했다.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일본의 약점을 벨기에가 파고들었다. 일본의 수비진은 벨기에의 크고 억센 공격수들을 막기엔 신체 조건이 좋지 않았다.

벨기에의 노골적인 '고공 폭격'에 흔들렸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은 후반 19분 드리스 메르텐스, 야닉 카라스코를 빼고 마루앙 펠라이니, 나세르 샤들리를 투입했다. 후반 24분 베르통언이 멀리서 가와시마의 키를 넘기는 헤딩으로 골을 기록했다. 후반 28분 아자르의 크로스를 펠라이니가 머리로 해결하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경기 막판의 선택도 아쉬웠을 터. 후반 추가 시간 4분 일본은 코너킥을 시도하다가, 공을 빼앗겨 역습을 당했다. 더 브라위너, 뫼니에, 샤들리로 이어지는 패스가 좋았고, 공을 흘리는 루카쿠의 센스도 일본의 수비를 더욱 어렵게 했다. 일본은 경기 종료 직전 통한의 역전 골을 허용했다. 후방에 배치된 수비수들이 부족했다.

잘 싸우고도 패한 경기였다. 일본은 사상 첫 번째 8강 진출을 노렸으나 마지막을 버티지 못했다. 경기력이 좋았기에 더욱 안타까웠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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