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탔다가.. 푸껫까지 '헝그리 앵그리'

전수용 기자 2018. 7. 3.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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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 업체 교체후 대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

2일 오전 9시 인천공항을 출발해 일본 나리타로 갈 예정인 아시아나항공 OZ102편은 항공기 연결 문제와 승객이 먹을 식사가 제때 실리지 않아 출발이 1시간 40분 늦어졌다. 이날 저녁 6시 30분 현재 일본 삿포로, 중국 시안, 푸껫 등으로 향하는 아시아나 항공기 18편은 기내식을 포기한 채 '노밀(no meal)' 운항을 했다. 푸껫 승객은 7시간 가까운 비행 시간 동안 기내식을 못 먹고 버텨야 했다. 전날엔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80편 중 51편이 기내식 때문에 지연 출발했고, 36편이 기내식 없이 목적지로 향했다.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승무원들이 기내식 서비스 실습을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일부터 기내식을 제때 조달하지 못해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빚어지는‘기내식 대란’을 겪고 있다. /박상훈 기자

1일부터 벌어진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이 이틀째 이어졌다. 기내식 공급과 항공기 연결 등의 이유로 20편(국토부 1시간 이상 기준)이 지연됐는데 인천공항 기준(15분 이상)으로 보면 대부분 항공기가 예정보다 늦게 이륙했다. 회사 측은 "최대한 이른 시간에 정상화하겠다"고 했지만 기내식 대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가 밥 때문에 무더기로 지연 출발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건 드문 일이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기내식 업체 교체 첫날 '기내식 대란'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계약을 맺은 업체 샤프도앤코코리아가 제때 비행기로 밥을 배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IMF 이후 자금 사정이 나빠지자 기내식 사업 지분 20%만 남기고 나머지를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인 LSG에 넘겼다. 2003년부터 LSG스카이셰프코리아와 5년 계약을 맺었고, 이후 두 차례 연장했다. 2016년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6월까지인 계약 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하고, 새 업체를 물색했다. 그해 말 아시아나항공은 중국의 하이난그룹 계열인 게이트고메스위스와 4대 6의 비율로 게이트고메코리아(GGK)를 세우고, 올 7월부터 30년 동안 GGK로부터 기내식을 공급받기로 했다.

◇업계 49위 중소업체에 2만5000명 식사 맡긴 아시아나항공

지난 3월 GGK가 새로 짓던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공급 일정이 어그러지자 아시아나항공은 급히 중소업체 샤프도앤코와 3개월 단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기업신용평가사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샤프도앤코는 2016년 세워진 중소기업으로 직원은 63명이다. 2017년 매출은 70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에 납품하던 LSG의 매출(1889억원) 4%도 안 된다. 최근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외국 항공사에 하루 3000인분 기내식을 공급해왔는데 아시아나항공이 하루 필요한 분량은 2만5000인분이다. 매출 기준으로 업계 49위에 불과한 업체에 하루 2만5000명 승객 식사를 맡긴 것이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에선 "기내식 대란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생산 설비나 공급 능력에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비행기로 운반하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승객이 먹을 밥은 다 지었는데 배달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투자 유치 위해 기내식 업체 바꿨다?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업체를 바꾸는 과정에 여러 잡음도 나왔다. 기존 업체 LSG는 매출 70%가 아시아나항공에서 나오다 보니 계약 해지는 사실상 문을 닫으라는 얘기였다. 계약 연장이 안 되자 LSG는 작년 4월 "아시아나항공이 계약 연장 조건으로 1500억~2000억원 투자를 요구했는데 받아들이지 않자 계약을 끝냈다"며 공정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공교롭게도 작년 3월 GGK의 모기업 하이난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지주사인 금호홀딩스에 1600억원을 투자했다. 이 때문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투자 유치를 위해 '알짜 사업'인 기내식 업체를 바꿨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LSG가 15년 동안 요구해온 원가 공개를 거부했고, 기내식 품질에도 문제가 있어 교체를 결정한 것"이라며 "오히려 LSG가 계약 연장 조건으로 투자 제안을 해왔다"고 반박했다. 공정위는 LSG가 제기한 민원에 대해 세 차례 현장 조사를 실시했고, 최종 결론은 내놓지 않았다. 하이난그룹의 금호홀딩스 투자에 대해서도 아시아나항공은 "두 그룹이 사업 제휴를 통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목적이지 기내식 업체 선정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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