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선.. 제한속도 10km 낮춰도 약속 안 늦더라
서울 종로의 차량 제한속도가 지난 26일 시속 60㎞에서 50㎞로 낮아졌다. 세종대로 사거리~흥인지문 교차로 2.9㎞ 구간이 대상지다. 서울 사대문(흥인지문·돈의문·숭례문·숙정문) 안 간선도로의 차량 제한속도가 시속 50㎞로 낮아진 것은 종로가 처음이다. 서울 간선도로의 제한속도는 자동차전용도로를 제외하고 대부분 시속 60㎞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행정안전부·경찰청·국토교통부와 함께 도심 간선도로 제한속도를 시속 50㎞로, 이면도로는 시속 30㎞로 낮추는 '안전 속도 5030' 사업을 추진해왔다.
운전자들은 도로 제한속도를 낮추면 교통 체증이 심해질까 우려한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만난 택시 운전자 최모(43)씨는 "속도 제한을 시속 10㎞나 낮추면 차로 영업하는 사람들은 손실이 막대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자전거 이용자들은 제한속도 하향을 반긴다. 종로 자전거전용차로를 이용하는 한 시민은 "속도 제한이 시속 50㎞로 바뀐 뒤로 자전거 타기에 훨씬 안전해졌다"고 했다.
본지는 서울시·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함께 도심에서 제한속도 시속 50㎞와 60㎞로 달렸을 때를 비교했다. 실험은 출근 시간인 오전 7시와 오후 1시 두 차례 했다. 주행은 서울시청~잠실운동장(14.6㎞), 서울시청~김포공항(18.8㎞), 경희궁~도봉역(16.8㎞) 3개 구간에서 했다.
실험 결과, 도로 위에서 차량의 최대 속도는 큰 의미가 없었다. 최대 속도 시속 50㎞와 60㎞로 달린 차량의 주행 시간은 거의 같았다. 시청~잠실운동장 구간은 출근 시간에는 4분이 차이 났지만, 낮시간에는 소요 시간이 같았다. 다른 두 실험 구간도 최대 속도 시속 50㎞ 차량이 60㎞ 차량보다 2~4분 늦게 도착하는 수준이었다. 오히려 최대 속도 시속 60㎞ 차량이 급정거가 잦고 교통 신호에 자주 걸렸다.
차가 밀리고 신호등이 촘촘한 도로 위에서 두 실험 차량은 평균 시속 20㎞대로 달렸다. 낮 시간대 경희궁~도봉역 구간에서는 시속 60㎞ 차량이 최대 속도로 달린 시간이 60분 중 3분밖에 되지 않았다.
해외에선 도심 도로 제한속도를 낮췄더니 운행 속도가 빨라진 경우도 있다. 2014년 프랑스 파리는 외곽순환도로(35㎞) 제한속도를 시속 80㎞에서 70㎞으로 낮췄다. 그러자 이 구간의 한 시간당 차량 주행 거리가 38㎞에서 39㎞로 1㎞ 늘어났다. 급정지가 줄면서 '아코디언 현상(교통 정체 구간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를 반복하는 현상)'이 덜 발생했기 때문이다. 스웨덴 국립도로교통연구소가 올해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도 도로 제한속도를 시속 50㎞에서 40㎞로 낮춰도 차량 통행 속도는 시속 2~3㎞밖에 줄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한 속도를 낮춰도 주행 시간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는 반면 사고 위험은 크게 낮아진다. 지난해 캐나다 위니펙(Winnipeg)시 경찰의 차량 속도별 제동 거리 실험 결과, 시속 60㎞로 달리던 승용차의 제동 거리는 27m였으며, 시속 50㎞에서는 제동 거리 18m였다. 속도를 시속 10㎞만 줄여도 보행자를 살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지난 4월 교통안전공단이 실시한 실험에서는 차량 속도에 따른 보행자 중상 가능성이 시속 50㎞에서는 72.7%, 시속 60㎞에서는 92.6%로 급격히 증가했다.
프랑스 교통사고방지협회에 따르면 1990년 프랑스가 도시 차량 제한속도를 시속 60㎞에서 50㎞로 낮췄을 때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전년 대비 15% 줄어들고, 보행자와의 충돌 사고는 14% 감소했다. 스웨덴은 2012년 간선도로 제한속도를 시속 50㎞로 낮추는 정책을 시행한 뒤에 교통사고 사망자가 전년도 319명에서 259명으로 줄었다. 스웨덴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2.7명으로 9.13명인 한국의 29.5%에 불과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종로 차량 제한속도 표지판을 전부 '50'으로 교체하고 나니 운전자들이 보행자와 자전거를 살피며 운전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했다. 경찰 단속은 3개월 계도 기간이 끝나는 10월 1일부터 할 예정이다. 과태료는 시속 51~70㎞로 달리면 차종에 따라 3만~4만원, 시속 71~90㎞로 달리면 5만~8만원을 물린다. 최대 14만원까지 과태료를 매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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