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 52시간 당·정 혼선, 청와대가 정리해야 한다

2018. 7. 3.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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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제가 7월 첫 월요일인 어제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 2월 말 개정한 근로기준법에 따라 300인 이상 기업에서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을 넘길 경우 대표가 처벌을 받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과로 사회에서 벗어나 나를 찾고 가족과 함께 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대로 근로자의 삶과 직장 문화가 긍정적으로 바뀌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기업 현장에서는 불안과 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대기업은 자체적인 준비를 거쳐 그나마 적응하고 있으나 대다수 중견 기업은 노동 시간 단축에 따른 세부 기준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입법 후 4개월이 지났는데도 현장의 혼란이 여전한 이유는 주무 부서인 노동부 책임이 크다. 법 시행 직전 부랴부랴 내놓은 노동부의 가이드라인과 보완 대책은 여전히 모호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졌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경제계 건의를 받아들여 ‘6개월 계도’ 안을 내놓았지만, 김영주 노동부 장관은 “처벌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오히려 근로감독관 600명을 추가 채용해 강력한 감독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필요성을 언급한 탄력 근로제 단위 기간 연장에 대해서도 “6개월로 연장하면 근로시간 단축 의미가 없다”며 어깃장을 놓았다.

정책 부작용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할 정부·여당 내에서 이런 혼선이 빚어지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시행 초기 6개월을 계도 기간으로 삼아 처벌에 융통성을 둬 기업 부담을 많이 낮췄다”며 “제도 안착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원론적인 입장만으로는 부족하다. 명확한 원칙과 지침을 밝혀 여권 내 혼선을 정리하고, 현장의 혼란과 불안을 불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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