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 통상전쟁 속에 왜 한국 정부만 안 보이는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한국의 정·재계 인사들에게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극복에 한국도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 29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한·중 기업인 및 전직 정부 고위인사 대화’ 직후 한국 측 참석자들과 따로 만난 자리에서다. 이런 얘기를 들은 삼성·SK·현대자동차 경영자들은 매우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갈등 이후 중국 시장에서 억울하게 온갖 차별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바람에 민간기업들이 어렵사리 만든 중국 정부와의 대화 채널에서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중국 편을 들어 달라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지금 미·중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무역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그 여파는 한국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어제 코스피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 10일 이후 최저치(2271.54)로 떨어졌다.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로 원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원-달러 환율 역시 1120원대로 치솟았다.
미국이 통상압박 고삐를 늦출 조짐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미 상무부는 지난 5월 말부터 외국산 자동차가 국가 안보를 저해하는지 조사 중이다.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승용차에 대한 관세가 현재 2.5%에서 최고 25%까지 10배 뛰어오른다. 한국차에는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 해외 공장에서 만든 차량을 연간 110만 대씩 미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GM조차 “관세폭탄은 미국 자동차 업계를 쪼그라들게 할 것”이라고 반발할 정도다.
무역전쟁이 이렇게 격화하는데도 한국 정부의 존재감은 아무리 봐도 찾아보기 어렵다. 더욱이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선두에 나서고, 중국에선 2인자인 리커창 총리가 통상전쟁을 지휘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제 한국도 경제를 지키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통상외교를 챙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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