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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민연금도 적폐청산? 삼성 합병보고서 채준규 실장 해임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보고서 작성 리서치팀장
CIO에 실장급까지…법원 판결 전 선제 해임 논란도

(서울=뉴스1) 김태헌 기자 | 2018-07-02 18:40 송고 | 2018-07-02 19:01 최종수정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2017.3.7 /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2017.3.7 /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채준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주식운용실장이 해임됐다. 채 실장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두 회사의 가치 산출 보고서를 만든 리서치팀장이었다. 최근 국민연금은 당시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경위에 대한 내부 특정감사를 진행했다. 채 실장 해임이 특정감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2일 국민연금,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채준규 주식운용실장은 지난주 열린 국민연금 인사위원회에서 해임 처리됐다.
채 실장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활용된 '적정가치 산출 보고서'를 작성한 리서치팀 팀장이었다. 당시 보고서를 작성한 실무자는 법정에서 "채 전 팀장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문구를 수정 지시한 적이 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투자위원회를 열어 찬성 의사를 밝혔는데, 이 보고서가 근거 자료로 활용됐다. 보고서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2조원의 시너지가 생겨 1338억원의 손해를 상쇄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채 실장은 2017년 5월 주식운용실장으로 승진 발령됐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역대 최고 수준의 주식운용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로 평가했다면 채 실장의 해임은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지난 3월 국민연금이 국회 등의 요청으로 착수한 내부감사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를 보유한(최대주주) 핵심 관계자였다.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은 국민연금 의사결정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아 법원으로부터 각각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에 대한 특정감사가 마무리 단계인 것은 맞다. 조만간 감사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면서도 "채 실장 해임과 감사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운용본부장(CIO) 자리가 1년 넘게 공백인 상황에서 주요 책임자까지 이탈하게 된 기금운용본부 내부 분위기는 어둡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공석이 된 주식운용실장 자리는 일단 김종희 채권운용실장이 겸임할 예정이다. 현재 해외대체실장도 직무대리다.

채 실장 해임으로 주식운용실과 운용전략실, 채권운용실, 운용지원실, 대체투자실, 해외증권실, 해외대체실, 리스크관리센터 등 8개 부서의 실장급 책임자 8자리 중 2자리가 공석인 셈이 됐다. 최근 최종 후보 과정에서 적임자를 찾지 못한 CIO 채용은 2개월 만에 결국 재공모 절차를 밟는다.

기금운용본부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한마디로 망연자실한 분위기"라며 "최근 국내 증시가 침체기인데,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라인업이 공석이다"고 우려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직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선제적으로 관련 인사를 조치한 것은 의외"라며 "시장에선 적폐청산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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