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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반 기술력의 힘…없어서 못판다

김병호 기자
입력 : 
2018-07-02 17:07:59
수정 : 
2018-07-03 06: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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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연내 3개 증설…충북 진천 공장 10월 가동
부산공장 24시간 가동에도 늘어나는 수요물량 못맞춰
매출 사상최대 4천억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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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김해공항에서 차로 40여 분을 달리면 사하구에 위치한 CJ제일제당 부산공장이 나온다. 1984년 설립된 이 공장에서 나오는 다시다, 햇반, 쁘띠첼(스윗푸딩), 식초, 유산균 등 5개 품목 가운데 햇반은 제조라인이 11개나 될 정도로 규모가 가장 크다. 햇반 판매가 급증하자 기존 육가공 시설은 햇반에 자리를 내주고 경기도 이천공장으로 이전했다. 반면 햇반 생산라인은 최근 2년간 4개가 증설됐을 정도로 부산공장 내 주력 제품이 됐다. 부산공장은 더 이상 햇반 설비를 늘릴 공간이 부족해 오는 10월 완공을 앞둔 충북 진천 식품통합생산기지에 신규 햇반 공장을 갖출 예정이다. 하루에 햇반을 15만개 생산할 수 있는 2개 생산라인이 오는 10월 가동을 시작하는 데 이어 연내에 1개 라인이 추가된다.

이창용 부산공장 공장장은 "4조 3교대로 24시간 설비를 풀가동하고 있지만 물량을 대기가 벅차다"면서 "여기에서 소화하지 못한 햇반 주문은 진천공장이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 측은 햇반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용지 면적이 10배가 넘는 진천공장이 향후 햇반 생산에서 부산공장을 앞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햇반 판매는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처음 연간 2억개 판매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억3000만개를 기록하며 2년 만에 1억개 넘게 증가했다. 햇반 매출 역시 2016년 2600억원에서 지난해 3200억원으로 23% 증가했고, 올해는 4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미 올해 상반기 매출만 1900억원을 달성해 작년 동기 대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전체 즉석밥(상품밥) 시장에서 햇반 비중은 계속 높아져 76.2%(올해 4월 누계 기준)에 이른다.

햇반의 성과는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와 '진짜 밥'같이 만드는 기술력에 있다. CJ제일제당은 오곡밥(1997년), 흑미밥(2001년), 발아현미밥(2003년), 슈퍼곡물밥(2015년), 매일잡곡밥(2018년) 등 소비자 입맛에 맞춘 제품을 매년 출시한다. 선천성 대사질환자를 위해 단백질 함유량을 일반 햇반의 10%로 낮춘 '햇반 저단백밥'도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밥을 지을 때 나는 구수한 밥 내음이 담긴 햇반을 이달 중에 선보일 것"이라며 "집밥 수준으로 구현하려면 '갓 지은 밥맛'을 넘어 '밥향'까지 차별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곤약쌀로 칼로리를 낮춘 신제품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역국밥, 황태국밥 등 햇반과 하나로 구성된 컵밥은 국밥과 덮밥을 합쳐 18종이나 된다. 올 들어 지난 5월 버섯곤드레밥과 낙지콩나물비빔밥 2종이 추가됐고, 연내에 2종을 더 내놓는다.

햇반을 진짜 밥처럼 만드는 비결은 자체 도정 설비를 도입해 당일 도정한 쌀로 밥을 바로 짓는 데 있다. 도정이란 현미 껍질을 깎아 백미로 만드는 과정으로, 쌀은 도정하는 순간부터 수분 함량이 낮아져 밥맛이 떨어진다.

타사는 도정을 거친 백미를 사와 밥을 짓는 반면, 햇반은 자체 도정 직후 밥을 지어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또 무균화 포장 기술을 이용해 균이 없는 상태에서 보존료를 첨가하지 않고 장기간 상온 보관이 가능한 점도 햇반의 강점이다.

햇반 공장 내부는 위생 점검이 철저하다. 내부에 들어가려면 반도체공장 클린룸에 입실하는 것 이상으로 절차가 까다롭다. 위생모와 위생복, 위생장화를 이중, 삼중으로 갖춰 입어야 하고, 혹시라도 옷에 묻은 먼지나 머리카락을 제거하기 위해 두세 번 털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공장 측은 옷을 입고 벗는 과정이 몹시 번거로울 정도로 위생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

부산공장 관계자는 "외부 먼지나 머리카락이 햇반 제조 공정 시 들어가게 되면 큰 문제인 만큼 출입할 때 위생 점검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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