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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방탄소년단 vs. 방탄청년단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2 16:59

수정 2018.07.02 17:33

[논단] 방탄소년단 vs. 방탄청년단

요즘 나는 여성들에게 보여주면 꺄악 하고 소리치는 사진 한 장을 품고 다닌다.

7명의 '방탄소년단'이 나를 둘러싸고 웃고 있다. B.T.S. 그들은 한국가수론 처음으로 빌보드200 1위를 차지하더니, 그저껜가엔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으로 뽑혔다. 사진을 찍은 건 2014년 9월. KBS TV본부장이던 나는 '뮤직뱅크 인 멕시코' 월드투어에 그들과 동행했다.

비스트, 인피니트, EXO, 에일리, 걸스데이, B.A.P가 참여한 5일간의 투어는 믿기지 않는 일의 연속이었다. 중국 열성팬 30여명이 EXO의 항공기 정보를 미리 알아내 인천에서 LA까지 함께 날아왔고, 그중 20명은 LA에서 돌아가고 10여명은 멕시코시티까지 동행했다.
녹화 중엔 열성팬들이 던진 속옷 때문에 PD는 NG를 내야 했다.

다음해 3월,'뮤직뱅크 인 하노이'편에서도 드라마는 계속되었다. 호텔 앞에 모여든 팬들에게 짓궂은 스태프가 나를 '씨스타' 아빠라고 농담하는 순간, 사진을 찍으려는 팬들에 포위되었고 사인까지 해달라는 바람에 줄행랑을 쳐야 했다. 하노이 미딘 국립스타디움에 3만 가까운 팬들이 모여들었고 마침 IPU에 참가했던 국회의원 몇 분과 베트남 대사님도 응원을 왔다. 일행 중에는 '1970년대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인 '전태일'의 누이 전순옥 의원도 있었다. 수만 관중이 한국말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순간 현장은 순식간에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 그때 베트남 대사께서 크게 소리쳤다. "이런 공연 후엔 한국 공산품이 4배 더 팔립니다! 한류의 힘입니다!"

'씨스타' 효린이 베트남인의 애국심과 자부심을 더 높인 노래 '헬로 베트남'을 열창하고, 베트남 히트곡 '그 사람'을 EXO 찬열이 관객과 합창하며 쇼가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갑자기 옆에 앉은 전순옥 의원이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이게 정말이군요. 대한의 아들딸들이 이렇게 잘난 줄 몰랐어요.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손수건을 내밀었지만 그녀는 맨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계속 울었다. 그 순간 그녀 오빠 '전태일'이 떠올랐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절규하며 몸을 불살랐을 때 그의 나이 22살이었다. 가난으로 초등 4년을 중퇴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가족 지키는 방탄청년이었다. 하지만 18세 소녀들이 일당 70원을 받으며 혹사당하는 모습에 그들의 방탄청년이 되려 나섰다. 그가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산화한 후 노동운동은 들불처럼 번졌고, '전태일'은 한국 노동운동의 출발점이 되었다.

최근 '방탄소년단'의 뉴스를 접할 때마다 하노이에서 눈물 흘리던 전 의원의 모습이 떠오른다.


오늘의 K팝 스타들이 만들어내는 그 환희의 눈물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원천에는 그녀의 오라버니가 흘린 아픔의 눈물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녀를 다시 만나면 손수건 대신 전해주고 싶다.
"당신 오라버니 전태일과 이한열 같은 '방탄청년단'이 있었기에 오늘 '방탄소년단'의 환희의 강물이 흐릅니다."

이응진 한국드라마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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