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지막까지 책 읽겠다는 남자

김유진 기자

클라이브 제임스 서평집 ‘죽음을 이기는 독서’

백혈병 확진 받은 문화비평가

‘정신 나간 짓’ 자조하면서도 매주 책 사고 유머 잃지 않아

[김유진 기자의 크로스 북리뷰]생의 마지막까지 책 읽겠다는 남자

여러분에게는 ‘독서 버킷 리스트’가 있나요? 클라이브 제임스의 서평집 <죽음을 이기는 독서>(민음사·사진)는 죽기 전 읽어야 할 책들을 가만히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호주 태생의 문화비평가로 늘 읽고 쓰는 일을 해 온 저자에게 어느 날 삶의 위기가 닥칩니다. 2010년 71세라는 고령의 나이에 백혈병 확진을 받은 것이지요. 하지만 “불이 언제 꺼질지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다면, 불이 꺼질 때까지 책을 읽는 편이 나을 것이다”하는 말과 함께 다시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일인 책읽기로 돌아갑니다.

[김유진 기자의 크로스 북리뷰]생의 마지막까지 책 읽겠다는 남자

2015년 영미권에서 출간된 이 책에는 삶의 끝자락에서도 책을 놓지 않는 저자의 왕성한 독서 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원제 <Latest Readings>는 ‘최근에 읽은 책들’이라는 뜻입니다. 죽음을 앞두고 쓴 책이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비장하게 들리는 것이 사실인데요. 책은 결코 무겁거나 우울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런던에서 요양을 위해 케임브리지로 이사하면서 서재의 절반을 옮겨왔음에도 계속해서 동네서점에서 매주 비닐봉지 한가득 책을 사들입니다. 그러고는 ‘Insanity(정신 나간 짓)’라고 혼잣말을 내뱉습니다.

저자는 젊은 시절 탐독한 헤밍웨이와 콘래드, 제발트의 소설을 다시 읽으며 이들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한편, ‘왕좌의 게임’ DVD와 씨름하기도 합니다. 또한 2차 세계대전, 히틀러, 현대 미국 정치와 할리우드의 뒷이야기, 이스라엘 문제까지 여러 주제들을 종횡무진합니다. 2015년 9월5일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이 책은 예외적인 친절함과 절제력으로 무장하고 생의 마지막 출구까지 책을 읽는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라며 “책이 그려내는 조용하고도 완곡하며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자화상은 매우 감동적이고 우아하다”고 전했습니다.

서재에서 책을 읽고 있는 문화비평가 클라이브 제임스.   예일대출판부 블로그 캡처

서재에서 책을 읽고 있는 문화비평가 클라이브 제임스. 예일대출판부 블로그 캡처

클라이브 제임스는 지금까지 시, 소설, 논픽션 등 30여권을 발표했는데, 이 중 한국에 번역된 책은 이 책이 유일합니다. 하지만 서구에서는 이름난 작가인 만큼, 불과 180쪽이 조금 넘는 짧은 분량인 이 책에 대해 작가들과 외신들의 서평이 쏟아졌습니다. 맨부커상에 빛나는 소설가 이언 매큐언은 추천사에서 “그의 사려 깊은 에세이들은 대단히 매혹적”이라며 “이 책과 그가 최근 펴낸 시집에 힘입어 그는 우리 모두보다 더 오래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책을 출간한 예일대 출판부도 이 책이 세계적인 독서가 알베르토 망구엘의 저작들, 랜디 포시 교수의 <마지막 수업>과 비견된다고 전했습니다.

올해 78세인 클라이브 제임스는 병으로 쇠약해진 와중에도 최근까지 가디언 등 주요 언론에 꾸준히 글을 기고해 왔습니다. 2017년 6월 남긴 글에서 그는 자신이 발표한 소설 <리메이크>를 두고 “실패작에 대처하는 기술은 그 실패작이 사실은 위장된 성공작인 것처럼 계속해서 구는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습니다. <죽음을 이기는 독서>에도 저자 특유의 유머가 곳곳에서 묻어나옵니다. 동영상은 경향닷컴, 경향신문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 TV 등에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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