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책방에 모이는 청춘들..문화살롱의 귀환

김규식 2018. 7. 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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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책의해' 맞아 전국 77곳, 마지막주 금요일 '심야책방' 열어
'동네 사랑방' 거듭난 작은 서점..지역상권 손잡고 효자노릇
'2018 책의 해'를 맞아 6월부터 12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밤이면 전국 서점들이 밤 늦게까지 불을 밝힌다. 이른바 '심야책방'으로 변신한다. 매일경제신문은 매달 한 번씩 심야책방에서 '불금(불타는 금요일)' 대신 '책금(책 읽는 금요일)'을 즐기는 이들을 찾아가 도란도란 책 읽는 풍경을 지상중계할 예정이다.

지난달 29일 금요일 저녁 7시, '불금'을 맞아 청년 7명이 서울 사당동 골목에 있는 작은 서점에 모였다. 규모는 23㎡(약 7평)로 전형적인 동네 서점이다. 간판도 없는 이 서점 이름은 '지금의 세상'. 작은 입간판을 통해 겨우 서점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동네 주민조차 지나치기 쉬운 이곳에 청년들이 모인 까닭은 이날 특별한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날부터 시작한 행사는 다름 아닌 '심야책방'이다. 전국 서점 77곳이 공동으로 이날부터 시작했다. 청년들이 책을 손쉽게 접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한 행사다. 정은숙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마음산책 대표)은 "'왜 꼭 술집 아니면 카페냐? 서점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심야책방을 시작했다"면서 "책을 함께 소비할 청년들이 '교양 근육'을 키우는 자리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에는 밤새 서점 문을 열고 청년들과 책 이야기를 함께 한다. 이번 행사 때 서점 77곳이 참여했고 앞으로 200곳 이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날 전국에서 열린 심야책방에는 많게는 청년 수십 명이 모여 책을 함께 읽었다.

'심야책방'이 주목받는 이유는 청년을 위한 '문화살롱'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지금의 세상'에 모인 청년들은 각자 고민을 갖고 있다. 함께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서점 주인은 쪽지에 적은 고민에 대한 해결을 담은 책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서점을 운영하는 김현정 씨(26)는 "교육 콘텐츠 업체에서 일하다 퇴사한 뒤 지난 3월 서점을 열었다"면서 "독서 모임을 좋아하기도 했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어 서점을 열었다"고 밝혔다. '지금의 세상'은 사당역 10번 출구에서 시작한 후미진 골목에 위치한다. 대체로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청년들이 원룸에 거주하는 지역이다. 그만큼 불안한 미래 때문에 고민도 많지만 청년이 모여 함께 돌파하자는 차원에서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김씨는 "골목 상인들과 매주 수요일에 모여 상권을 어떻게 살릴지 함께 지혜를 모으고 있다"면서 "주로 청년들이 운영하는 가게 주인들인데 인근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가게들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심야책방 행사에서 청년들은 동네 국숫집에서 만든 국수를 배달해 먹은 뒤 영화를 함께 관람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는 김씨가 추천한 대만 영화 '나의 서른에게'다. 김씨는 "상권 전체를 문화 콘셉트로 만들어 시너지 효과를 얻으려고 한다"면서 "특정 책을 원하는 손님이 있으면 맞은편 빵집에서 같은 콘셉트로 빵을 만들어 함께 판다"고 말했다. 동네 서점이 청년을 위한 사랑방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상권에 활기를 불어 넣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서점을 사람 냄새 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심야책방의 장점은 서점마다 각자 고유한 문화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지금의 세상'이 국수와 영화로 공감하는 자리였다면, 다른 서점들은 서점 주인과 지역 상권의 개성에 맞게 독특한 행사들을 기획했다. 서울 서교동의 서점 '땡스북스'는 소소한 이벤트를 기획하며 참여자들 관심을 끌었다. 심야책방을 운영하는 기간 책을 구매하면 제비뽑기로 선물을 준다. 또한 쪽지를 뽑아 마음에 와 닿는 문장이 있으면 해당 책을 만날 수 있는 행사도 함께 마련했다. 책을 만나는 과정을 즐겁게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기획한 행사다. 서울 합정동에 있는 서점 B플랫폼은 이날 심야책방에서 다과와 함께 책 경매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를 통해 심야책방은 청년 요구에 맞춰 책을 만들어 낸다는 계획도 내놨다. 조직위는 전국에 흩어진 서점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공통의 미션'을 함께 제시하기도 했다. 서점을 찾는 손님이 '책' '밤' '서점' 가운데 키워드 하나를 선택해 카피를 뽑아 서점 주인에게 제출하면 작가에게 글을 청탁해 책으로 낼 계획이다. 이른바 '심야의 원고 청탁'이다. 조직위는 책 모양으로 만든 특별 미션 종이를 제작해 서점에 배포했으며 미션에 참여하는 독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 이번 이벤트는 독자가 작가에게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작가에게 이야깃거리를 주는 존재라는 것을 환기하는 차원에서 기획했다.

정은숙 위원장은 "심야책방으로 책과 내가 관계됐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한다"면서 "퀴즈를 내고 스탬프를 받는 이벤트를 통해 독자의 참여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서점이 청년의 '문화살롱'으로 동네 거점으로 자리잡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심야책방' 행사에 참여하는 서점 명단은 '2018 책의 해'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행사는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 열리며 올해 12월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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