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흑역사? 돌파하려고 노력"..박정민의 정도(正道)

2018. 7. 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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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신기해요. 내가 어떻게 상업영화에서 주연을 할 수 있는 거지?!"

영화 '변산'(감독 이준익)을 통해 데뷔 후 첫 '원톱' 주연으로 나서는 배우 박정민에게 '본인의 성장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이처럼 답했다. 그는 정도(正道)의 길을 걸었다. 2011년 영화 '파수꾼'을 시작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연기를 펼쳤다. 존재감을 선명하게 남긴 건 영화 '동주'(2016)였다. 긴 시간이었지만 차곡차곡 내공을 쌓아 올렸다. 이젠 완연한 주연이다. '변산'은 박정민의 또 다른 시작을 함께하는 작품이 됐다. 물론 박정민은 "나는 여전히 의문이 많고 불안하다. 아직도 약간은 신인의 마음이다"고 이야기하지만 말이다.


'동주'에 이어 또다시 이준익 감독과의 호흡이었다. 이 감독이 다시 한번 손을 건넨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박정민은 "우리는 친하지만, 소름 돋는 대화는 하지 않는다"고 웃는다.

"'그것만이 내 세상'을 준비할 때였어요. 이준익 감독님이 저한테 전화해서 '랩 잘하냐'고 물어본 뒤 '잊어버려'라고 했었죠. 당시에 제가 다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쓸데없는 고민을 주고 싶지는 않았을 거예요. 촬영이 끝날 때 다시 연락을 드렸더니 흔쾌히 시나리오를 주시더라고요. '동주'를 찍을 때 좋았고, 행복했어요.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컸습니다."


전작인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천재 피아니스트 역을 맡아 쉽지 않은 도전을 했던 박정민. 피아노를 아예 쳐본 적 없는 그는 하루에 기본 6시간씩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 결과 고난도 피아노곡을 자신의 힘으로 소화했다. '변산'에서도 도전은 계속됐다. 극 중 6년째 '쇼미더머니'에 도전하는 무명 래퍼 학수 역을 맡았다. 영화 속에서 수준급의 랩 실력을 보여줘야 했다. 박정민은 이번에도 정도의 길을 걸었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그 결과 그는 실제 '쇼미더머니'에 참가하는 실력자들 못지않을 정도로 랩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도전 마니아 아니냐'는 농담을 던지니 박정민은 "타인에 의한 도전"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제가 도전을 좋아하는 건 아닌데.(웃음) 어쩌면 평소에 도전을 즐기지 않으니까 이런 데서라도 푸는 거일 수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재밌어요. 물론 고되죠. 애도 많이 먹고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그래야지 뭔가 하는 거 같잖아요."


어쩌다 보니 직접 랩 가사도 썼다. 영화는 낮에는 발렛 파킹,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으로 근근이 생활하는 무명 래퍼 학수가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10년 만에 고향인 전북 변산으로 내려가 애써 잊고 살았던 과거와 마주하는 작품이다. 학수의 속사정은 랩을 통해 표현된다. 한을 토해내듯 뱉어내는 그의 랩은 극을 단단하게 조인다. 박정민은 "래퍼가 아니니까 가사를 쓸 때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며 "라임이나 박자 안에 글자를 넣고 정박으로 떨어지기까지 계속해서 쓰고 맞춰봤다"고 노력을 떠올렸다.

"'변산'은 '쇼미더머니'가 아니잖아요. 영화죠. 관객들이 학수의 시선을 따라갈 텐데, 가장 중요한 건 연기고 랩은 수단이었죠. 주인공의 마음을 대변하는 독백이요. 제가 랩을 해봤자 얼마나 잘할 수 있겠어요. 그저 학수의 마음이 담긴, 진정성 있는 가사를 쓰려고 했습니다. 그의 마음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했죠."


'원톱'의 무게감은 상당했다. "연기도 하고 랩도 해야 했다"던 그는 "개인적으로 현장을 이끌고, 배우들과 스태프를 다독이는, 선배들한테 보고 배웠던 것도 하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아직 경험이 많이 없다 보니까 어려운 지점이 있더라고요. 무엇보다 제가 주로 해오던 영화들보다 자본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잖아요. 그것이 저를 짓누르기도 했고요. 그러나 혼자는 아니었습니다. 이준익 감독님은 물론이고 (김)고은이, 동료 또래 배우들, 장항선 선배님까지. 진짜 많은 도움을 받았죠."

'변산'은 '흑역사'를 말한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그 흑역사를 똑바로 마주할 용기가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박정민은 "저도 당연히 흑역사가 있다"며 "열심히 했는데 성과가 없었던 적도 있다. 그런 과거를 정면으로 보려고 했던 건 아닌데, 늘 돌파하려는 노력은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런 노력들이 쌓여 지금의 박정민까지 올 수 있었다.

하지만 박정민은 늘 자신을 의심한다. "내가 어떻게 상업영화 주연을 할 수 있는 거지? 라고 스스로 묻는다. 늘 의문도, 불안도 많기 때문"이라던 그는 "당연히 감사하고 행복하다. 내가 던진 답에 질문하기 위해 열심히 달린다"고 덧붙였다.


'사바하'와 '사냥의 시간' 촬영을 끝낸 그의 차기작은 '타짜3'다. 류승범과 호흡을 맞춘다. 1, 2편과 달리 이번에는 포커의 세계를 그린다. '돌연변이' 권오광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무적의 카드 '원 아이드 잭' 팀을 꾸리는 사람의 이야기로 박정민은 아귀에 한쪽 귀가 잘린 짝귀의 아들 도일출 역을 맡았다.

"(포커를)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웃음) 권오광 감독님이 저한테 '정말 미안합니다. 또 뭘 배우게 해서'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재밌어요. 촬영을 끝내고 나서 나중에 다른 곳에서 '짠'하고 보여주면 멋지지 않을까요?"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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