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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은퇴 기자회견에 날아든 박용택의 '카톡'

송고시간2018-06-3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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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박용택 타구 맞아 은퇴한 정재훈, 30일 잠실서 공식 은퇴식

한국시리즈 준우승만 4번…"지도자로 우승해도 아쉬움 가시진 않을 것"

정재훈 두산 2군 투수코치가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은퇴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재훈 두산 2군 투수코치가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은퇴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은퇴를 축하한다고 연락하는 사람도 있고, 축하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네요."

정재훈(38) 두산 베어스 2군 투수코치가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은퇴식 기자회견에서 이 말을 하는 순간,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두산 홍보팀장이 잠시 보관한 정재훈의 휴대전화 화면에 뜬 이름 석 자는 LG 트윈스 외야수 박용택(39)이었다.

두산 홍보팀장은 "화면이 잠겨 있어서 박용택 선수에게 카톡 메시지가 온 것만 확인했다"고 말했지만, 어떤 내용이 담겼을지는 직접 보지 않아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휘문고 1년 선후배 사이인 정재훈과 박용택은 '서울 라이벌' 두 팀의 핵심 선수로 팬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경기장 안에서는 적이지만, 경기장 바깥에서는 친한 선후배로 가깝게 지냈다.

때로 운명은 잔인하다. 정재훈의 현역 선수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게 박용택이었다.

2016년 8월 3일, 정재훈은 박용택의 타구에 오른손을 맞아 뼈가 부러졌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한국시리즈 엔트리 진입의 희망을 키웠지만, 어깨 회전근을 다친 그는 결국 은퇴를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정재훈의 은퇴 이후 미안한 마음을 한시도 잊지 않은 박용택은 은퇴식에 맞춰 문자를 보내 후배가 열어갈 제2의 인생을 축복했다.

휘문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2003년 두산 유니폼을 입은 그는 프로 통산 14시즌 동안 555경기에서 35승 44패 139세이브 84홀드 평균자책점 3.14를 남겼다.

두산의 허리와 뒷문을 든든하게 지킨 정재훈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공 잘 던지는 투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두산, 오늘은 정재훈 나온 날
두산, 오늘은 정재훈 나온 날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9회초 두산 불펜 투수 정재훈이 역투하고 있다. 2016.6.12
hihong@yna.co.kr

자신이 쌓아 온 커리어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한 마디다.

정재훈의 마음에 남은 마지막 한(恨)은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다.

정재훈은 2014년까지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만 4번 했다. 2015시즌 두산은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지만, 정재훈은 그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다.

두산은 2016년 정규시즌 선두를 꾸준히 유지했고, 정재훈은 주전 마무리 투수로 뒷문을 잠갔다. 그러나 정재훈은 박용택의 타구에 맞았고, 그게 그의 선수로 마지막 모습이었다.

두산 구단은 2016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정재훈에게도 반지를 줬다.

정재훈은 "우승에 대한 미련은 당연히 있다. (2016년) 현장에 함께하지 못했다는 미련은 남았다"면서 "지도자로 우승하더라도 그 미련은 가시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재훈은 은퇴를 결심한 날 제대로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쉽고 섭섭한 마음에 상실감은 커져만 갔다.

그는 "순식간에 경력이 단절되고, 인생의 한순간이 삭제되는 기분"이라며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지만,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지 않더라"고 돌아봤다.

기자회견을 마친 정재훈은 경기 시작을 30분 앞둔 오후 4시 30분 은퇴식을 위해 잠실구장 그라운드에 섰다.

"은퇴한 지 좀 돼서 울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던 정재훈은 꽃다발을 받을 때도, 가족의 영상 편지가 전광판에 흘러나올 때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꿋꿋하게 정면을 바라보며 제2의 야구인생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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