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 되면 누가 군대 가겠냐고?..군복무와 비교하면
특수병원 9개소, 노인전문시설 200개소 등 제시
복무 뒤엔 예비군 훈련시간 상응 사회봉사 의무
국회 계류안들도 '합숙에 장기간, 고난도' 일치해
"본질적으론 군대의 복무 환경 자체를 개선해야"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헌법재판소가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기피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대체복무제 도입을 주문하면서 제도를 악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기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역법 관련 조항에 대한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병역 제도 70년 만에 대체복무제 도입은 불가피하게 됐다. 이를 둘러싼 해석은 분분하다. 우선 오랜 논란 거리였던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 문제의 대안이 마련된 데 대해 긍정적 평가와 기대감이 있다.
반면 군복무 기피 현상과 전력 약화 가능성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역 복무를 하면 겪게 되는 심신의 통제, 사회와의 단절, 경력 공백 등을 피하기 위해 이른바 '비양심적인 양심적 병역거부'가 대거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방부나 국회 등에서 내놓은 방안들을 살펴보면, 단순히 군복무를 피할 목적으로 대체복무를 택하는 '무더기 입영 거부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근무 형태나 기간 등 대체복무의 조건이 상당히 혹독해 오히려 군복무보다 더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국방부가 지난 2007년 9월 내놓은 '병역이행 관련 소수자의 사회복무제 편입 추진 방안'은 기본 원칙을 "타 사회복무자보다 난이도가 높은 분야에서 현역의 2배 수준의 기간 동안 합숙 근무"라고 규정했다.
중증 장애인에 대한 목욕수발 등 육체적으로 고단하거나, 치매노인을 돌보는 일과 같이 정신적·심리적 배려가 필요한 분야에서 일하게 된다. 전염병 감염이나 안전사고 등 위험성이 큰 분야에도 투입된다.
복무 장소는 한센·결핵·재활·정신병원 등 특수병원 9개소와 국·공립노인전문요양시설 200여 개소를 제시했다. 현역이나 일반 사회복무자의 경우에는 본인 선택이나 전산 분류를 통해 근무지가 정해지지만, 대체복무의 경우에는 강제로 근무지를 배정 받게 된다.
출퇴근하는 사회복무자들과는 달리 대체복무자들은 기관에서 합숙을 해야 하며, 현역의 2배 기간을 복무해야 한다. 아울러 사회복무 체제 안에서 특별 관리를 받게 되며 복무를 마친 뒤에는 예비군 훈련시간에 상응하는 사회봉사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현역에 비해 조직적인 통제는 적게 받을지 모르지만, 외진 곳에 위치한 경우가 많은 관련 기관에서 외출도 잘 못하며 강도 높은 업무에 투입돼 훨씬 더 장기간 복무해야 한다는 점은 입영 예정자가 대체복무를 선호할 가능성을 낮게 만든다.
국회에 계류 중인 3건의 대체복무 관련 병역법 개정안을 보더라도 '난이도가 높고 비교적 고된 업무를 배정해 합숙을 하면서 현역보다 오랜 기간 복무하게 한다'라는 방향성이 일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 등이 지난해 5월31일 발의한 개정안은 대체복무 분야를 공익목적에 필요한 사회복지·보건·의료 등 사회서비스 또는 재난복구·구호 등 공익 관련 업무라고 하면서 '신체적·정신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분야'로 지정한다고 했다.
복무 기간은 현역의 2배이며, 합숙 근무만을 하도록 했다. 심사를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대체복무사전심사위원회'를 신설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 등이 지난해 5월31일 발의한 개정안은 대체복무 분야로 아동·노인·장애인·여성의 보호·치료·요양·훈련·자활·상담 등 사회복지 관련 업무와 소방·재난·구호 등 공익 관련 업무를 열거했다.
현역의 1.5배 기간을 복무하며, 원칙적으로 단체 합숙근무를 하되 예외적으로 인원·업무의 특수성과 근무 여건 등을 고려해 출퇴근 또는 소규모로 합숙할 수 있는 여지를 뒀다.
지난 2016년 11월15일 같은 당 전해철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은 박주민 의원 등이 제시한 방안과 분야와 기간이 동일하다. 다만 근무 형태에서 단체 합숙근무를 할 수 있다고 하면서 강제적 집단생활에 유연성을 부여했다.
도입 초기에는 대체복무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제도가 정착되면 우려하는 수준의 입영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도입에 앞서 객관적 심사 방안을 주도면밀하게 마련하는 동시에, 근본적으로는 현역 복무 환경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복무 기간이 더 길고 비전투 분야의 일이 만만치가 않다. 대체복무를 도입한 나라 중에서 남용되거나 오용된 사례도 거의 없다"라며 "중증 장애인 시설에서 대소변을 치우는 등의 일은 신념 없이 하기 어려운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만 사례를 보더라도 복무 기간을 1.5배로 하고 일이 어려운 곳으로 보내다 보니 나중에는 힘들다고 소문이 나서 신청자가 줄었다. 결국 종교적인 신념이나 철학적 신념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감옥에 보내는 것보다 그런 복무를 시키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이익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군대의 복무 환경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교육 환경이나 인권 환경 등을 현저하게 개선해서 군입대가 기피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라며 "대체복무보다 군대를 가는 편이 이익이라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사회적 비난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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