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먹구름 짙어지나..투자 3개월 연속 감소

박진석 2018. 6. 2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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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금석인 투자 지속적으로 악화
KDI, 투자 부진을 경기 불안요인으로 지목
소비도 2개월 연속 감소
생산 2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둔화
기업체감경기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한국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조금씩 짙어지는 모양새다. 경기의 시금석인 투자가 3개월 연속 비교적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하반기 경기 악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5월 설비투자(이하 투자)는 전달보다 3.2% 감소했다. 기계류 투자 증가율이 0.2%로 전달(3%)보다 많이 둔화한 데다가 운송장비 투자 증가율이 11%나 감소하면서 전체 투자 부진을 이끌었다. 3개월 연속 투자 감소다.

투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계속 전월 대비 상승했지만 지난 3월 7.6%의 큰 감소율을 기록한 뒤 4월에도 2.7% 감소했다.
설비투자 추이

경제계에서는 투자 감소가 추세로 자리 잡을 경우 경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우려하고 있다. 투자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면 생산 증가와 소득 증가와 소비 증가가 뒤따르면서 경기가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된다. 반대로 투자가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면 생산과 소득, 소비의 감소로 이어지면서 경기가 내리막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대표적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달 초 이미 투자 부진을 향후 한국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지목했다. KDI는 지난 7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설비투자의 증가세가 비교적 빠르게 둔화하는 등 투자의 증가속도가 낮아지고 있다”며 투자 둔화가 하반기 경기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KDI는 지난해 8.6%였던 총 고정투자(설비+건설+지식재산생산물투자) 증가율이 올해는 1.6%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설비투자는 지난해 14.6%에서 올해 3.5%, 건설투자는 지난해 7.6%에서 올해 -0.2%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정부 목표치(3.0%)보다 낮은 2.9%로, 내년 성장률을 이보다 더 낮은 2.7%로 예측했다.

투자뿐 아니라 소비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소비 수준을 짐작하게 하는 지표인 소매판매도 5월에 전달보다 1.0% 감소하면서 4월(-0.9%)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그나마 수출 증가에 힘입어 전체 산업 생산이 두 달째 증가한 것 정도가 위안거리였다. 전체 산업생산은 올해 들어 계속 감소하다가 4월에 1.5% 증가했다. 5월에도 증가세는 이어졌지만, 증가율은 0.3%로 전달보다 많이 둔화했다.
5월 산업활동동향

광공업 생산도 반도체(-7.0%)가 많이 감소했지만, 자동차(5.5%), 통신ㆍ방송 장비(30.3%) 등이 늘어 전달보다 1.1% 증가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보건ㆍ사회복지(0.9%) 등에서 증가했지만, 정보통신(-2.2%) 등에서 줄어 0.1%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 증가에 따라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전달보다 1.5%포인트 상승한 73.9%를 기록했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하면서 4개월 연속 뒷걸음질 쳤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과 동일했다.

기업 체감경기도 하락 반전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달 전체 산업 업황 BSI는 80으로 한 달 전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BSI가 100 미만이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곳보다 많다는 의미다. BSI는 3월 77에서 4월 79, 5월 81로 반등했지만 6월 들어 상승세가 꺾였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광희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수출 호조 ^추경 집행 본격화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등에 힘입어 회복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중 통상분쟁 등의 대내외 리스크 관리를 완벽히 하고 경기 회복세가 일자리나 민생 개선을 통해 체감될 수 있도록 추경을 신속히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경제 전문가 대상의 본지 설문 조사 결과 40명 중 28명이 “경기가 하강기에 접어들었다”고 답했다. (6월 21일 자 1·4·5면) 추가적인 경기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속도 조절을 해야 하고 혁신성장 등 성장률 제고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며 “성장이 먼저 있어야 일자리도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소득 증가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세종=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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