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서 '욱일기' 흔드는 日..FIFA는 왜 가만 있나?

유동주 기자 2018. 6. 2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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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팩트체크] FIFA, '정치적 슬로건' 금지하지만 '욱일기'는 정치적 슬로건으로 안 봐..한국도 입법 좌초로 금지·처벌 법령 없어
나치 문양과 일본 욱일기

지난 24일 2018 러시아 월드컵 일본과 세네갈의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일본측 관중석에 '욱일기'가 등장해 논란이 됐다. 그럼에도 피파(FIFA·국제축구연맹)는 별다른 제재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일각에선 욱일기를 사용하는 응원이 피파 규정 위반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피파는 커녕 우리나라에도 아직 욱일기 사용이 공식적으로 금지되지 않은 게 현실이다.

피파 규정에는 관중이 모욕적이거나 정치적인 슬로건을 표시하는 것을 금지하는 일반 규정만 있다. 욱일기 사용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없다. 문제는 피파가 욱일기 응원을 '정치적 슬로건'이라고 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피파는 러시아 월드컵 홍보 영상에도 욱일기 페이스 페인팅이 들어간 장면을 넣었을 정도로 욱일기에 대해선 별다른 경계심이 없다. 나중에 영상에서 욱일기 장면이 빠지기도 했지만, 이 역시 피파가 공식적으로 욱일기 응원을 금지했다기 보단 논란이 있는 영상을 교체한 것에 불과하다.

나라별로도 욱일기를 법령 등에 의해 금지하는 경우는 없다. 이는 나치 문양인 '하켄크로이츠'에 대해선 독일은 물론이고 프랑스 등 여러나라에서 법으로 금지시키는 것과 대조된다.

◇독일은 '나치' 문양 금지···일본은 '욱일기' 자위대 공식군기로 사용

독일의 나치 문양은 뉘른베르크 전범재판 이후 '전쟁범죄의 상징'이란 이유로 금지됐다. 독일은 형법 제86조(위헌조직 선전물 반포)와 제86조a(위헌조직 표시 사용)에 반헌법적인 단체 관련 선전물과 상징물을 금지하는 규정을 뒀다.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특히 독일은 나치 문양 금지를 EU(유럽연합) 전체에 적용시키기 위한 입법노력을 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에 의해 큰 피해를 입었던 인접국 프랑스도 형법 제645-1조에 나치 등 반인류행위범죄를 범한 집단을 연상케 하는 장식 등의 착용 또는 전시를 금하고 어길 경우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욱일기를 육상·해상 자위대 공식상징으로 현재도 쓰고 있다. 자위대 공식 군기(軍旗)로 사용되는 만큼 다른 나라에서 욱일기를 전면 금지하는 법령이 만들어질 경우 일본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다. 수교를 맺고 있는 상대국 군기 사용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거나 금지시킨다면 외교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욱일기는 일본의 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 일시적으로 사라졌다가 1954년 자위대 창설과 함께 부활해 공식 군기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히틀러와 나치 문양에 대해선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일본 제국주의 관련 상징물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

심지어 2차대전에서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시키며 항복을 받아낸 전쟁당사국이었던 미국조차 미 해군 주도의 세계 최대 해군훈련인 '림팩'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의 욱일기 사용에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다. 수십년 전 적국이었던 일본의 군기로만 여길 뿐, 전쟁범죄와 관련된 상징이라는 인식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급기야 미국에선 욱일기가 일본 문화의 상징 코드로 소비될 정도로 국민들 사이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관중의 모욕적, 정치적 슬로건 표시를 금지하는 피파 규정/사진= 피파 홈피 캡쳐


◇19대 국회서 '욱일기금지법' 발의됐지만 폐기

반면 욱일기는 심지어 일본의 식민지배로 피해를 입은 우리나라에서도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관련 입법이 추진됐지만 외교 문제 등에 대한 우려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욱일기 등 일제 상징물 관련 법안은 이미 지난 2013년 9월 발의됐으나 19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이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을 사용하는 자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냈다. 그러나 개정안은 발의된 지 2년도 더 지난 2015년 12월 4일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 처음 상정된 뒤 다른 법안들에 우선순위에서 밀려 단 한차례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법사위 검토보고서는 개정안에 대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으나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할 수 있다"며 입법자의 판단에 따라 욱일기 등에 대한 금지는 가능한 입법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형벌에 관한 법률인 점에서 법조항 문구가 명확성의 원칙을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형법의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일본인이 국내에서 욱일기 등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을 사용한 경우에도 형법 제2조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입법이 될 경우 일본인이 욱일기가 그려진 옷이나 악세사리를 하고 국내에 들어온 경우에도 처벌 대상이 돼 복잡한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나치 하켄크로이츠을 금지한 독일의 예처럼 일본 역시 스스로 욱일기 사용을 중단하고 금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게 우선이다.

◇참고자료

-독일 형법
제86조【위헌조직 선전물 반포】
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선전물을 국내에 반포하거나, 반포할 목적으로 국내 또는 국외에서 제조, 보관, 반입 또는 반출하거나 공연히 전자기록을 통하여 그 접근을 용이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1. 연방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위헌으로 선언된 정당 또는 그와 같은 정당의 대체조직임이 확정된 정당이나 단체의 선전물
2. 헌법질서 또는 국제적 이해와 합의에 반하는 목적을 추구함을 이유로 금지된 단체 또는 그와 같은 금지된 단체의 대체 조직임이 확정된 단체의 선전물
3. 제1호 및 제2호에 기재한 정당이나 단체의 목적을 위하여 활동하고 있는 이 법의 장소적 적용범위 외의 정부, 단체 또는 기관의 선전물
4. 과거 국가사회주의 조직의 목표를 계속 추구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선전물

제86조a【위헌조직 표시 사용】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3년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1. 제86조 제1항 제1호, 제2호 및 제4호에 규정된 정당이나 단체의 표시를 국내에 반포하거나, 집회에서 또는 행위자에 의하여 반포된 문서에서 이를 공연히 사용한 자
2. 전호에 규정된 표지를 표현하거나 포함하고 있는 물건을 반포 또는 사용할 목적으로 국내 또는 국외에서 제1호에 기재된 방법으로 제조, 보관, 반입 또는 반출한 자
② 제1항에 의한 표시란 특히 기, 휘장, 제복, 표어 및 경례형식 등을 말한다.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의 유사물은 제1문에서 명시한 표시로 본다.

-프랑스 형법
제5장 국가 및 공공안전에 대한 제5급 위경죄
제1절 반인류행위의 죄를 범한 집단을 연상케 하는 장식 등의 부착제R. 645-1조【반인류적 집단의 제복 등 착용】① 1945년 8월 8일자 런던협정부속 국제군사법원규정 제9조에 따라 범죄기관으로 선언된 기관의 구성원 또는 형법 제211-1조 내지 제211-3조에 규정되거나 1964년 12월 26일자 법률 제64-1326호에 규정된 반인류행위에 대한 중죄에 대하여 프랑스법원 또는 국제법원에 의하여 유죄로 인정된 자가 착용하거나 전시하였던 것들을 연상시키는 제복, 표장 또는 표식을 공공연하게 착용 또는 전시하는 자는 제5급 위경죄에 대한 벌금에 처한다. 다만, 역사의 재현을 수반하는영화, 연극 또는 전시의 필요가 있는 경우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본조의 위경죄로 유죄가 인정된 자에 대하여는 추가로 다음 각 호의 보충형을 선고할 수 있다.
1. 허가를 요하는 무기에 대한 3년 이하의 보유 또는 휴대 금지
2. 유죄판결을 받은 자가 소유하거나 또는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하나 또는 수개의 무기 몰수
3. 범죄행위에 제공하였거나 제공하려고 한 물건 또는 범죄로 인하여 생긴 물건의 몰수
4. 20시간 내지 120시간의 사회봉사
③ 제121-2조에 규정된 요건에 따라 법인에 대하여 본조의 범죄에 관한 형사책임이 있음을 선고할 수 있다.
④ 전항의 경우 법인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형을 선고할 수 있다.
1. 제131-41조에 규정된 벌금
2. 범죄행위에 제공하였거나 제공하려고 한 물건 또는 범죄로 인하여 생긴 물건의 몰수
제3부 국사원령(Décrets en Conseil d´Etat) 407
⑤ 본조의 위경죄의 누범은 형법 제132-11조 및 제132-15조에 따라 처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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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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